[단독] '투기판 비트코인'에 칼 빼든 정부… 거래 금지 '철퇴'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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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7.12.08. 오후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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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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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국내 거래 금지 검토

법무부 "가상화폐 범죄 급증… 특단 조치 필요"

"큰 돈 벌 수 있다" 초등생·주부까지 달려들어
거래금지 땐 급락 가능성… 투자자 피해 우려
기재부 "시장 충격 최소화 방안 찾는 중"


[ 김주완/김순신 기자 ]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규제를 검토 중이다. 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가상화폐 거래소 전광판에서 비트코인의 실시간 가격이 올라오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 전면 금지라는 강력한 규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국내 가상화폐 시장이 투기판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해서다. 전문 투자자뿐 아니라 주부부터 초등학생까지 너도나도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들면서 가격이 급락할 경우 피해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각에서는 가상화폐 거래 규모가 커지면서 정부 규제가 필요하긴 하지만, 지나치게 강한 규제를 들이댈 경우 투자자들이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상화폐 단속 나선 법무부

가상화폐 주무 부처인 법무부 관계자는 8일 “가상화폐에 대한 사행성 투기 거래가 과열되고, 가상통화를 이용한 범죄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며 “선량한 국민들의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있어 거래소 거래 전면 중지를 포함한 규제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규제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본질적으로 가상화폐에 내재된 가치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투자자들에게 가상화폐의 가치와 통용을 보증해주는 국가와 기관이 없다는 점을 주지시킨다는 취지도 작용했다. 누구나 발행할 수 있어 투자 기류가 다른 가상화폐로 옮겨갈 경우 현재 형성돼 있는 가상화폐 가격이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투자자들의 ‘폭탄 돌리기’식 행태가 위험수위라는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직장인은 물론 청소년과 전업 주부까지 생업을 포기한 채 가상화폐 투자에 매달리자 정부가 시장 안정책을 꺼내든 모양새”라며 “가상화폐 거래가 전면 금지된 중국 등에서 한국으로 비트코인을 보낸 뒤 위안화로 찾는 환치기 등 불법 행위가 늘어나는 것도 시장 개입의 원인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통한 환치기에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거래 구조 등에 대한 분석에 착수했다”며 “일반적인 환치기처럼 가상화폐를 통한 환치기도 외환거래법 위반으로 처벌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종안이 나오려면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련 부처와의 협의가 남아 있긴 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거래 전면 금지는 너무 강한 규제라서 반대하고 있다”며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 피해 우려

가상화폐 거래가 전면 금지되면 투자자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 가격제한폭이 없는 탓에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중국 정부가 지난 9월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 금지하자 비트코인 가격은 이틀간 15%가량 떨어졌고 이더리움 가격도 20% 급락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가격이 급등한 데다 악재성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가상화폐 시장은 예금자보호제도나 가격제한폭 등 투자자 보호제도가 전혀 없는 탓에 투자자들이 손실을 모두 떠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국내 거래가 전면 금지될 경우 해외 거래소를 이용한 가상화폐 투자로 방향을 돌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거래소에 있는 가상화폐를 해외 거래소로 송금한 뒤 환전하는 식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미국이나 일본 등에 가상화폐를 보낸 뒤 환전해 현금화하는 방식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국내 거래소 가격이 해외 거래소보다 10~15% 높기 때문에 투자자 피해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해외에서 국내로 외환을 보내려고 해도 규모에 따라 각국의 외환거래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주완/김순신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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