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수학·영어 점수 더 떨어져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당일 미세먼지 농도가 악화되면 남학생보다는 여학생, 성적 수준이 높은 학생보다 낮은 학생이 더 악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6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조현국 교수는 지난해 10월 재단에 제출한 ‘미세먼지의 학업성취도 영향 연구’ 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보고서는 교육부의 에듀데이터서비스(EDSS)에서 제공받은 2009~2013년 수능 응시자 120만명의 성적과 수능일의 미세먼지(PM10) 농도 관계를 조사했다. 시험 당일의 미세먼지 농도가 연도별로 차이를 보이는 것을 활용해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해와 낮은 해의 점수를 비교하는 방식이다. 성적 데이터에는 시·군·구 단위의 학교 위치 정보가 함께 제공돼 미세먼지 데이터 및 날씨 데이터와 결합해 분석하는 게 가능했다. 연도별 난이도로 인한 차이를 고려해 표준점수가 사용됐다.
이에 따르면 1시간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90㎍/㎥ 이상인 경우 여학생들의 수학 점수가 남학생들보다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학생들의 수학 점수와 미세먼지 농도의 관계를 나타내는 계수는 마이너스 0.204였으며 남학생의 계수는 마이너스 0.080이었다. 회귀분석에서 계수가 마이너스로 나온 것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 때 시험 점수가 하락한다는 뜻이며, 수치가 클수록 영향이 더 크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또 같은 미세먼지 오염 조건에서 하위권 학생의 경우 수학과 영어 영역의 계수가 각각 마이너스 0.319, 마이너스 0.103으로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난 데 비해 상위권 학생은 마이너스 0.119, 마이너스 0.062로 미미했다고 분석했다.
시험 시각의 기온, 강수량과 이산화탄소 등 기타 오염물질 농도는 점수에 영향이 없었다.
이번 미세먼지와 학업성취도 간 상관관계 분석에 초미세먼지(PM2.5) 데이터는 포함되지 않았다. 환경부가 2015년부터 공개했기 때문이다.
기존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뇌에 직접 도달해 뇌세포를 손상시키고 인지능력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교수는 “미세먼지로 인한 시험 점수 하락은 노동공급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며, 한 나라의 인적자본 수준은 경제성장률과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또 “미세먼지에 효과적으로 대비하는 것은 노동력의 질과 국가경제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덧붙였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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