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볼과 올림픽을 통해 바라본 암호화폐의 미래 [한경 코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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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훈종의 알쓸₿잡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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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로 ‘크립토 볼’이 열린 미국
전 세계가 동계올림픽 응원으로 하나 되던 지난 2월 14일, 태평양 건너 미국에선 미식축구 리그 (NFL) 결승전인 슈퍼볼이 열렸다. 어릴 때부터 해오던 생각이지만 한국인의 눈으로 바라보는 미국의 문화는 참 특이하다. 지구촌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 기간에도 자국 스포츠 리그 소식이 뉴스에 훨씬 많이 나가고, 전 세계 축구팬이 하나 되는 월드컵 기간에도 미국 대표팀 소식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미국에선 축구 (Soccer)는 비인기 종목이지만 미식축구(Football)는 최고 인기종목이다.

미국인들에게 슈퍼볼은 단순한 미식축구 리그 결승전 이상의 깊은 의미가 있다. 미국이 걸프전에 막 참전하여 뒤숭숭하던 때 열린 1991년 슈퍼볼에서는 고(故) 휘트니 휴스턴이 역대급 ‘Star Spangled-Banner (미국 국가)’ 무대를 선사해 현장을 지켜보던 6만 관중과 텔레비전 중계를 시청하던 2억 명의 미국인을 애국심으로 하나로 모으는 위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올해 슈퍼볼에도 다양한 볼거리가 있었지만 역시 레전드 힙합 가수들이 대거 출동한 ‘하프타임쇼` 가 압권이었다. 받은 그래미상을 합치면 43회, 빌보드 1위 앨범 수만 21장에 빛나는 노장 가수들 여섯명 (닥터 드레, 스눕독, 에미넘, 켄드릭 라마, 매리 J. 블라이지, 50센트)가 무대를 꾸몄다. 14분간 이어진 이들의 무대는 단순한 힙합 공연이 아니었다. 미국은 이제 코로나가 없던 예전 시절로 돌아간다는 희망의 메시지자, 아메리칸드림은 아직도 여전하다는 외침이었다.

특히 이번 슈퍼볼은 ‘크립토 볼`이라 불릴 만큼 처음으로 암호화폐 회사들이 광고주로 뛰어들어 화젯거리를 낳았다. 유명 암호화폐거래소인 코인베이스, 크립토 닷컴, FTX, 비트바이의 광고는 경기 중계가 한창인 황금 시간에 속속 광고 메인 스팟에 등장했다. 아무것도 없는 흑백 화면에 색이 바뀌는 QR코드가 60초 동안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코인베이스의 광고는 USA투데이로부터 “아날로그를 완전히 다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라는 찬사를 받았다. 암호화폐거래소들은 슈퍼볼 광고 데뷔를 계기로 자신들이 더 이상 변방이 아니라 주류임을 전 세계에 알렸다.
정치적 이견과 갈등으로 얼룩진 동계올림픽
반면 세계인의 화합과 평화를 상징하는 올림픽은 개막식부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개최국 중국이 조선족을 자국 소수민족으로 포함하며 한복과 갓, 사물놀이 등을 중국 내 소수민족 문화로 표현한 것이다. 설령 중국의 의도가 그런 것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왜 꼭 그래야만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안 그래도 틈만 나면 문화공정을 일삼는다는 비난을 예전부터 받아왔던 중국이다. 에미넴이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 (흑인 인권운동에 찬성한다는 의미)를 잠깐 한 것을 제외하면 공연자들이 정치적 퍼포먼스를 자제한 슈퍼볼 하프타임쇼와 비교된다.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황대헌 선수가 금메달을 차지하자 황대헌 선수 인스타그램에는 ‘작은 나라의 작은 마음, ‘반칙으로 딴 메달’ 등 중국 네티즌들의 비난과 욕설이 난무했다. 한국 네티즌들이 맞대응에 나서면서 황 선수의 인스타그램 댓글란에는 한국과 중국이 서로를 비난하는 댓글이 390만 건 넘게 달렸다고 한다. 일부 중국 네티즌들이 보인 올림픽에 대한 극도로 방어적인 태도는 불필요한 민족주의를 고조시켜 갈등을 부추겼다. 우애와 존중으로 대변되는 올림픽 정신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동이다.

약물 파동으로 전 세계를 시끄럽게 했던 러시아 피겨 스케이팅 선수 카밀라 발리예바는 끝내 사과하거나 반성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번 베이징 올림픽을 마친 소감을 남겼는데 “어떤 시련도 이겨낼 수 있다.”, “나를 강하게 해줘서 고맙다"라고 말하며 자신을 향한 비난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모습이다. 소변 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이 검출되고도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의 태도로 보기엔 대단히 뻔뻔한 모습이다.

도핑과 편파 판정, 문화공정과 민족주의로 얼룩진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그렇게 씁쓸한 여운을 남기고 2월 20일 폐막식을 했다.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 슈퍼볼이 열린 캘리포니아 소파이 아레나에는 만원 관중이 들어찼고 누구도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았다. 관객 하나하나가 다양한 모습으로 경기를 즐기는 모습이 역동적이었다. 반면 베이징 동계올림픽 폐회식은 관중이 들어차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정적이었다. 유명 영화감독인 장이머우가 총연출을 맡은 100분짜리 쇼는 감탄을 자아낼 만큼 화려했지만, 관중들은 그저 조용히 감상할 뿐이었다.
주류는 어디에 있나?
필자는 중국과 미국에서 각각 5년씩 유학 생활을 해본 사람으로서 두 나라에 모두 큰 애정을 품고 있다. 그러나 이번 슈퍼볼과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지켜보며 두 나라의 차이를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실감했다. 미국은 여전히 자유와 개인, 그리고 개성이 존중받는 땅이지만, 중국은 과거에 필자가 살 때보다도 훨씬 더 집단주의와 민족주의로 점철된 사회가 되었다.

암호화폐가 오늘날 시가총액 2,000조 원이 넘는 투자자산으로 자리매김한 이유는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주류 흐름이 점점 중앙 집권적 권위구조에서 탈 중앙 적 개인화 사회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비트코인으로 월급을 받는 시장과 주지사들이 나오고 비트코인 채굴 회사를 자기 지역에 유치하려 정치인들이 서로 경쟁하는 반면, 중국에선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가 완전 금지되고, 대신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CBDC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는 단순히 미국이 이기냐 중국이 이기냐의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개인의 자유, 익명성, 탈중앙성 등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할수록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영역이 넓어지고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 인터넷 세상에서 가장 희귀하고 가치 보존이 쉬운 ‘재화`가 사람들이 쓰는 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수천 년간 금이 글로벌 기축통화로 쓰여온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어떤 암호화폐가 디지털 세상의 돈이 될까? 혹시 아직 이 세상에 등장하지 않은 건 아닐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우리 앞에는 2000년대 초 닷컴 경제에 버금가는 엄청난 기회가 기다리고 있다.
백훈종 샌드뱅크 COO는…

안전한 크립토 투자 앱 샌드뱅크(Sandbank)의 공동 창업자 겸 COO이다. 가상자산의 주류 금융시장 편입을 믿고 다양한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샌드뱅크를 만들었다. 국내에 올바르고 성숙한 가상자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매스컴에 출연하여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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