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E 지속가능할까?…게임업계도 '노잼·거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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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6.11. 오전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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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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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초기 블록체인 게임 개발팀들 P2E 지속가능성 한계 중론"
"P2E 지속성 가지려면 매력적인 게임성 갖춰야"
"게임의 역사는 부정적인 인식·거품과 싸우며 성장"
"1~2년 후엔 P2E 넘어 블록체인 활용한 게임 경험 혁신 더 많이 나올 것"


[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여러 초기 블록체인 개발팀이 '돈 버는 게임'으로 불리는 P2E(Play to Earn)의 지속 가능성에 한계를 보고 P2E의 다음 세대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나온 대다수 P2E 게임들은 재미가 없고 수익 창출에만 집중하다보니,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게임업계 내부에서도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이진형 플라네타리움 CPO(최고 개인정보 책임자)는 8일부터 10일까지 온라인으로 열린 국내 게임업계 지식공유 행사 '2022 넥슨개발자컨퍼런스(NDC)'에 강연자로 나서 "현재의 P2E 게임은 지속 불가능한 모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블록체인 게임 업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내용 중 하나가 바로 P2E의 지속 가능성"이라며 "P2E가 지속성을 가지려면 순수 게이머들에게도 콘텐츠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킬 정도의 매력적인 게임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나온 대부분의 P2E 게임들은 재미가 없다는 말이다.

이 CPO는 "개발자, 게이머, 창작자, 투자자 등 다양한 주체를 모두 배려하는 탄탄한 토큰 경제 시스템과 게임 경제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게임사는 P2E로 돈을 벌겠다'가 아니라 탈중앙 마인드셋을 가지고 '플레이어와 커뮤니티에게 소유권을 이전하겠다'라는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커뮤니티와 투명하게 소통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장기적인 로드맵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최근 여러 초기 블록체인 게임 개발팀과 만나보면 P2E의 지속 가능성에 한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중론이다. 많은 팀들이 P2E의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 CPO는 현재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거품론에 대해서도 수긍했다.

그는 "게임 내 자산을 현금화할 수 있다는 부분이 사행성 조장 논란을 계속 일으키고 있다. 또 게임은 결국 재밌어야 하는데, 기술적 한계 또는 너무 급하게 출시하다보니 재미 측면에서 부족한 경우가 많아서 게임 퀄리티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 게임은 게임 경험의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에도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거품 논란은 끊이지 않았지만, 계속 발전해 패키지 게임→온라인 게임→모바일 게임→블록체인 게임 등으로 게임 이용자들의 경험을 확장했기 때문이다.

그는 "게임의 역사는 부정적인 인식과 싸워온 역사"라며 "1970년대 RPG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던전앤드래곤'이 처음 나왔을 때도 '오컬트 전파자'라고 불렸고, 뉴스에서도 던전앤드래곤을 하는 플레이어들을 '악마 숭배자'라고 했다. e스포츠의 경우에도 초창기에는 애들이 하는 게임 가지고 장난하는 것 아니냐고 웃었다. 하지만 지금은 '리그오브레전드' 결승전의 뷰어십이 메이저리그 결승전의 뷰어십을 뛰어넘었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의 혁신은 거품과 함께 해왔다. 콘솔 게임이 제대로 자리 잡기 전인 1970년대 '아타리' 사태가 좋은 예다. 말도 안 되는 퀄리티의 아타리 게임들이 쏟아졌다. 특히 ET 게임의 경우에는 거품의 정점을 찍고 너무 많이 남아서 땅에 묻은 일화는 유명하다. 하지만 당시 아타리 인력들이 이후 닌텐도,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등 콘솔업계에 미친 영향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아타리 거품이 있었기에 콘솔 게임들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재 국내 게임업계의 공통 숙제인 ▲과도한 과금 모델 ▲확률을 알 수 없는 확률형 아이템 ▲유저가 모은 게임 아이템을 게임사가 소유하는 것(아이템 거래 불법) ▲유저가 만든 '모드 저작권'을 게임사가 소유하는 것(수익 창출 불법) ▲유저가 성장시킨 캐릭터와 월드는 게임사가 서버를 종료하면 사라지는 것 등을 지적하며 블록체인 기술로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조금 더 신뢰할 수 있고, 개방적인 게임 세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블록체인 기술이 가져올 게임의 미래'를 크게 ▲새로운 게임 제작/퍼블리싱 모델의 등장 ▲Beyond P2E(돈 버는 게임을 너머)로 구분해 설명했다.

그는 "새로운 게임 제작 퍼블리싱 모델이 등장해서 게임 제작과 퍼블리싱 판도가 바뀔 수도 있다. 게임 제작사가 퍼블리셔의 투자에 의존하지 않고 투자자의 니즈에 맞춰 공급자 중심 게임 제작을 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기획 단계에서부터 커뮤니티에서 투자를 받고 커뮤니티와 소통하며, 플레이어 관점에서 수요자 중심 게임 제작을 통해 더 나은 게임 경험을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NFT(대체불가토큰) 기술을 통해 플레이어가 게임사 없이도 본인의 아이템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게 되고 아이템 거래가 가능해지게 되며, 가격이 게임사의 정책이 아닌 시장에서 플레이어들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더 나아가 현실 재화와 연결되기 때문에 메타버스 경제 시스템이 구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이런 황금빛 미래와 별개로 블록체인 게임은 새로운 영역이다 보니 거품도 많고 우려되는 부분을 악용하는 경우도 계속 발생할 것이다. 그러므로 기술은 기술대로 이해하고 발전시키면서도 지속적인 경각심을 가지고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노력들도 계속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P2E를 넘어서는 비욘드 P2E의 가치를 제공해야 게임이 지속 가능할 것이다. 지속 가능하지 않은 요소들을 게임의 핵심으로 가져가려는 게임들은 고전할 것"이라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커뮤니티 중심의 게임' 경험을 만들고 게임 경험을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는 P2E를 통해 돈 버는 게임이 화제가 되면서 대부분이 P2E와 관련된 부분에 집중하고 있지만 1~2년 후에는 비욘드 P2E를 추구하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게임 경험 혁신이 더 많은 영역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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