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필요한 건 ‘배려’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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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3.10. 오후 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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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이제 거의 모든 장소가 감염원
ㆍ이웃에 대한 세심한 관심 필요



코로나19에 모두가 지쳐가고 있다. ‘왜 하필이면 내가 걸렸지.’ ‘혹시 잘못되지는 않을까.’ 매일 걱정 속에 사는 확진자가 7000명을 넘어섰고, 외롭게 생활하는 자가격리자 또한 3만여명이다.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과 방역 근무자들 또한 안전하지 않다.

확진자 숫자가 줄고 있지만 여전히 세 자릿수이고 감염의 양상도 바뀌고 있다. 초기에 신천지 대구교회를 중심으로 집단 감염자가 쏟아져 나왔다면 지금은 병원, 요양원, 아파트, 사무실 등 지역사회 감염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의 의료 수준은 세계적이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인 나라 중에서 전 국민이 의료보험(국민건강보험)의 혜택을 받고 있는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이고 의료비도 저렴하다. 그런 대한민국에서 병원에 가보지도 못하고 사망하는 환자가 생기고 있다. 사망자는 초기에는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자에서 나왔지만, 지금은 아무런 질환이 없는 환자에서도 계속 발생한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감염자 중 사망자를 줄이는 정책을 바탕으로 고위험군 환자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는 음압병실을 250개 이상 확보하고 병실이 부족해서 자가격리 중인 환자들을 위해 생활치료센터를 늘려가고 있다. 처음 경험해 보는 것이라 초기 시행착오가 있었으나 그나마 다행이다.

동시에 의료계의 협조를 받아 한국형 코로나 예방 및 치료 지침도 빠른 시일 내에 개발해야 한다. 중국에서는 이미 140쪽에 달하는 ‘2019 코로나바이러스 질환 지침: 예방, 관리, 진단과 치료’라는 책자를 발간했다. 폐쇄 공간에서 장기간 노출될 경우 에어로졸로도 전파될 수 있으며 열, 피로감, 마른기침이 가장 중요한 증상이고 코막힘, 콧물, 인후통은 비교적 드물다고 자세히 설명한다. 호흡곤란이나 저산소증이 나타나면 질병이 위중해져 치료가 어려워진다고도 기술되어 있다. 우리도 전문가 패널을 구성해 현재까지의 의학적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하는 것이 시급하다. 세계 수준의 대한민국 의료를 세계에 알리는 것도 우리의 책임이다.

한편으로는 코로나19 감염이 ‘건강 불평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는 사회적 약자나 사회경제적인 수준이 낮은 사람들에서 질병이 더 많이 발생하거나 질병의 중증도가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아직 정확한 자료 분석이 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감염자나 사망자가 일반 시민과 비교하면 사회경제 수준이 낮을 수도 있다. 역학 자료, 환자 정보 및 검사 결과를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중앙정보센터를 설치해서 인구학적 특성이나 사회경제적인 수준에 따른 확진율 추이를 면밀히 분석하고 시시각각 국민, 언론과 소통하기 바란다.

다만 확진자의 동선 공개가 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확진자의 동선 정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떠도는 것은 사생활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우려가 있다. 방문했던 장소나 이용한 교통수단 등의 정보 수집은 감염경로 파악과 추후 확산 예방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수집된 정보에 대한 처리는 더욱 철저해야 하고 세심하게 다뤄야 한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확진자 동선 공개가 꼭 필요한지 고민해야 한다. 특히 이제 지역사회 확산이 시작되어 거의 모든 장소가 감염원이라고 간주해야 한다면 동선 공개로 얻을 추가 효과를 재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확산 예방을 위해 재택근무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중요하지만,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사람,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려운 직종에 있는 사람, 외국인 근로자와 유학생들이 소외되거나 차별받지 않도록 더욱 세심한 관리와 배려가 필요하다. 인공지능(AI)이나 지리 정보 빅데이터를 활용해 지역사회 취약계층을 찾아내고 격리 상태에서도 정보 접근성을 높여서 사회복지 서비스 전달, 시장 보아주기, 정신적 지지 등을 통해 사회적 약자의 불평등을 줄이는 것도 긴요하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협조다.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린 사람도 접촉자도 다 우리의 소중한 이웃이다. 나도 걸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서로를 배려하고 인내해가며 모두가 힘을 합쳐 이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하자.

강대희 |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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