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교민 피습…외교부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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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3.25. 오후 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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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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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최선 다한다지만
'코로나 혐오 범죄'에 떠는 교민들
자화자찬할 시간에 실질적 대응을

캐나다 내 한 한국식당의 유리창이 깨져있다. 이 식당은 이번 3월에만 이같은 공격을 두차례 받았다. 코로나 사태 전에는 없었던 일이다. /인스타그램

중국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해외 교민들이 괴한의 공격을 받거나 인종차별적 대우를 받는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해외 공관은 교민 사회에 “신변안전에 주의하라”는 경고를 되풀이하거나 일이 터진 뒤에야 수습하는 소극적 대응에 머물고 있다. 정부가 온·오프라인 채널을 동원해 ‘한국 방역이 세계 최고’라고 홍보하기보다는 실질적인 영사 조력 방안 마련에 재원을 더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캐나다 교민들의 제보 등에 따르면, 44세 한국인 A씨는 지난 15일 오전 캐나다 몬트리올 시내 인근 거리인 ‘데카리 불러버드(Decarie Boulevard)’를 걷다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피습당했다. 경찰은 이번 범죄의 동기를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교민 사회에선 ‘코로나 혐오 범죄’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같은 날 오후에도 몬트리올 시내에서 20대 남성이 괴한에 흉기 공격을 받고 중태에 빠졌다. 몬트리올에서 흉기 범죄는 이례적이다.

교민 조 박(20)씨는 현지 매체 CBC 인터뷰에서 “전철 같은 공공장소에서 (아시아인인) 날 쳐다보거나 피하려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면서 “15년간 이 동네에서 살았지만, 이곳이 내 집처럼 느껴지지 않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무섭다”고 말했다. 몬트리올의 한 유명 한국 식당은 이달에만 2차례 괴한의 습격을 받아 식당 전면 유리창이 깨지고 각종 시설이 파손됐다.

몬트리올 총영사관은 교민 피습 사건이 벌어진 지 이틀 뒤인 지난 17일에야 총영사관 웹사이트에 이번 사태 발생 경위를 공지했다. 이미 웬만한 교민들은 해당 소식을 현지 매체나 이웃을 통해 접한 뒤였다. 영사관은 그러면서 “몬트리올 동포께서는 위 사건을 참고해 신변안전에 각별히 유의해 주시고, 유사시 영사관 긴급전화로 연락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한 교민은 본지에 “몬트리올은 지금 아시아인에 대한 적개심이 위험 수위에 달했다”면서 “그런데 정부의 도움은 거의 없어 각자 도생의 길을 걷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캐나다 교민은 “공관이 말로만 ‘영사 조력’에 최선을 다한다고 한다”고 했다.

현지 공관과 주캐나다 한국 대사관은 현지 경찰 당국에 교민 주요 거주지에 대한 순찰 강화 등 실질적인 범죄 예방 조치에 대한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정국이 매우 이례적인 만큼 공관이 더 각별히 영사 조력을 제공해야 하는데도 평소 매뉴얼대로만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내 국민 피해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국민 수백명이 코로나 의심 증세가 없는데도 열악한 중국 시설에 격리돼 있다. 격리 비용도 중국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데도 우리 국민이 다 지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중국인 등 외국인이 격리되고 코로나 감염 진단 검사를 받는 비용 일체를 우리 정부가 부담한다. 중국 안후이성의 한 한국 교민 집에선 출입문이 각목으로 막혀 폐쇄되는 일도 있었다.

외교부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입장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해외 교민 피해 상황과 관련 “개별 사건에 대해선 현지 공관에서 영사 조력을 제공해 대응하고 있다”면서 “동시에 국제적으로 이런 범죄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고 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5일 스위스 소재 세계경제포럼의 ‘코로나 액션 플랫폼’ 관련 화상회의에 주요 발표자로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강 장관은 이 회의에서 개방성·투명성 원칙에 기반한 우리 정부의 코로나 대응 현황을 설명하고, 상황 극복을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했다. 또 “외교부는 코로나의 전 세계적 확산에 대응하여 국제 공조와 협력을 지속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노석조 기자 stonebird@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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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wo Koreas correspondent & Author of "the Secret of Israel military forces(강한 이스라엘 군대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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