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문현답] 에너지 문제, 그 '복잡계'를 알고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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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는 단순하지 않다
절대선도 절대악도 없다
'이것만 옳다'는 편향 일반화
교조적 접근이 갈등 키워
'에너지 균형화'로 접근해야


에너지 문제는 부동산 문제와 여러모로 유사한 점이 많다. 수급을 맞춰야 되지만, 수요를 못 따라간다고 공급을 무작정 늘릴 수도 없고, 공급이 불안하다고 필요한 수요를 규제할 수도 없다. 그 안에 정치, 경제, 사회, 과학기술, 환경, 문화 등 삼라만상이 다 들어 있는 것도 같다. 시장성과 공공성이 같이 존재하고, 역동성과 안정성 중 어떤 것도 희생할 수 없는 것이 그 생태계다. 정책을 수립할 때 수급뿐 아니라 경제성, 환경성, 안전성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복잡계다.

1800년대부터 화석연료가 주 에너지원이 되면서 현재까지 인류의 생산은 거의 160배, 인구는 8배가 늘었다. 반면 에너지 소비도 60배 정도 증가했다. 이로 인해 평균기온이 약 1도 올랐지만 혹서, 혹한, 태풍, 가뭄 등 심한 기후변화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고, 빨리 대응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에게 '거주 불능 지구'를 물려줄까 걱정이다. 더욱이 정보기술(IT)에 이어 데이터 경제 시대에 에너지 수요는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인류의 3분의 2 이상이 에너지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한국은 품질 좋고 넉넉한 에너지 덕분에 산업 강국이 됐고, 주요 10개국(G10)까지 올랐다. 그러나 어떤 나라보다도 에너지와 관련된 갈등 이슈가 많았고 특히 원전은 건설, 송전, 폐기물 처리까지 갈등이 늘 따라다녔다. 최첨단 에너지를 활용하는 하이테크 산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연탄을 쓰는 집이 10만가구나 되는 등 에너지 기초복지 문제도 있다.

10여 년 전 블랙아웃 수준의 전력대란이 다시 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탄소 배출 7위 국가로 세계에서 '기후변화 악당국' 소리도 듣고 있다. 이러한 복잡계를 풀어 나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퍼즐을 매우 정교하게 맞춰 나가야 한다.

현 정부 에너지 정책의 그림은 '탈원전' 또는 '에너지 전환'으로 비롯됐다. '탈' '전환' 등 명칭부터 무슨 '청산 계획' 같은 프레임이 씌워 있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간헐성이나 경제성 등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 비중이 크게 확대돼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이제 우리는 세계에서 악당국 정도가 아니라 '왕따'가 돼 버리고, 우리 기업은 거래가 끊길 위험도 있다. 석탄이나 원전 비중을 어느 정도 줄여야 재생에너지의 공간이 생긴다.

그렇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50년에 걸쳐 진행된다고 하면서 무엇 때문에 그렇게 조급한지. 그렇다고 원전의 가동률이 과거보다 현실적으로 줄지도 않았다. '원전은 위험하고' '석탄은 나쁘고' '재생에너지는 착하다'는 편향적 일반화 속에서 국민 간 에너지 갈등 지수만 매우 높아졌다.

오죽하면 비무장 지대에 원전을 짓는다든지, 남한에 북한용 원전을 건설하는 등 황당한 괴담 같은 내용의 문건이 정치 쟁점이 되고 있을까. '에너지 균형화' 같은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정책 명칭과 개념으로 접근했으면 같은 효과를 내면서도 소모적 갈등은 적지 않았을까. 또 '신내림 실무자'의 피눈물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이되 에너지 사용 효율도 높이고, 필요하면 동북아시아 국가 간 전력망 연결 등 대안을 갖고 석탄과 원자력 비중을 단계적으로 낮추는 것이 '균형화 전략'이다.

에너지에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공존한다. 미래에는 중소형 원자로, 수소에너지, 핵융합 같은 것이 있다. 과거 에너지와는 감사하지만 서서히 이별하고, 현재의 에너지는 골고루 소중히 사용하면서 미래 에너지를 서둘러 개발하는 것이 화해와 상생의 길이다. 화이부동(和而不同), '서로 다르지만 조화를 이루는 것'. 에너지 부문에도 통하는 '불필요한 갈등을 없애고 공존'할 수 있는 현명함이다. 지금이라도 정말 고수들이 모여 에너지의 복잡계 속에서 방정식을 풀어 나가야 할 것이다.

[조환익 전남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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