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라도 바꾸게 해줘요"…생존 기로 선 대부업계 애끓는 S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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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당국 규제 일변도 움직임에 업계 "당근도 필요하다"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대부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 최고금리를 10%로 내려야한다는 주장에 더해, 소비자신용법 제정 등 업권의 수익성을 위협하는 정책들이 속속 나오고 있어서다. 업계에선 이미지 개선이라도 할 수 있도록 '대부업'이라는 이름이라도 바꿔달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소비자신용법안'을 발표했다.

법안의 주요 내용으로는 ▲연체 개인채무자에 대한 채무조정요청권 부여 ▲연락제한요청권 도입 ▲채무조정교섭업 신설 등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금융회사는 입증자료를 제출한 채무자에 대해 채무를 조정해주는 한편, 동일 채권으로 1주일에 7회 이상 추심 연락이 금지된다.

당국의 발표 이후 금융권은 일제히 난색을 표했다. 금융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선 분명 의미있는 진전인 것은 맞지만, 연체율을 관리하기가 한층 어려워 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소액 채권의 경우 사실상 갚지 않을 것이란 모럴 헤저드 우려가 가장 컸다.

직접적인 당사자 중 하나인 대부업계의 고민도 깊어졌다. 안 그래도 지난 2018년 최고금리 인하 여파로 대부업계는 부침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6월 발표한 '2019년 하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대부업 대출 규모는 15조9천억원으로 2018년말 대비 1조4천억원 가량 감소했다. 같은 기간 차주는 43만6천여명 가량 감소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연체율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대부업체의 연체율은 9.3%로, 같은 기간 1.43%, 3.7%의 연체율을 기록한 카드사와 저축은행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다.

여기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근 최고금리를 10%로 인하해달라는 취지의 편지를 여당 의원들에게 보내면서, 업계의 근심은 더 깊어졌다. 서신이 전달된 이후, 여당에선 이 지사의 뜻이 반영된 법안을 2개나 나왔다. 최고금리를 급격히 내리면 불법사금융으로의 이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법제화가 이뤄질 개연성이 크진 않으나, 업계로선 신경 쓰이는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대부업계에선 규제 일변도로 나가기보다는 '당근'도 줘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그 중 하나가 '대부업'이라는 명칭을 바꾸는 것이다. 미디어 등의 영향으로 '대부업'은 불법'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사회 전반에 깔려있다는 이유에서다. 현행 대부업법에 따르면 대부업 또는 대부중개업을 하려는 자는 영업소별로 관할하는 지자체에, 일정 조건에 해당될 경우엔 금융당국에 따로 등록을 해야 영업을 할 수 있다. 등록을 하지 않은 이른바 미등록대부업체는 징역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등록된 대부 업체들은 관련법에 따라 세금 등 의무를 준수하며 영업을 하고 있는데, 최근 이자제한법 등으로 수익성이 줄어들면서 업체들이 시장에 남아있을 유인이 줄어들고 있다"라며 "실제 폐업하는 업체도 늘어나고 있는데, 명칭에서라도 부정적인 인식을 지워줄 수 있는 이름으로 바꿔주면 어떻겠냐는 게 다수 업체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전했다.

'대부업법'이라는 법안 명칭 자체가 바뀌는 만큼, 명분도 있다. 소비자신용법은 대부업법(전체)와 신용정보법(일부), 그리고 신설된 규율로 구성돼있다. 대부업과 관련된 내용은 담겨도 법안 명칭 자체는 '소비자신용법'이 되는 만큼, 업종 명칭 변경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업에 대한 내용은 남겠지만, 일단 대부업법이 소비자신용법으로 바뀌니, 업종 명칭은 '소비자신용업' 등의 이름으로 바꾸는 게 어떻겠냐는 것"이라며 "적어도 금융당국에 등록된 대형 업체들만이라도 심사 절차를 만들어 명칭을 변경해주는 등 유인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사실 '대부업' 명칭 변경은 업계의 숙원사업 중 하나다. 한국대부금융협회는 지난 2018년 '불법사금융과의 혼동을 방지하고 대부업의 다양한 업태를 총칭할 수 있는 명칭을 찾겠다'는 취지로 '대부업 명칭 공모전'을 개최한 바 있다. 당시 공모전에선 '생활금융' '소비자여신금융' '편의금융' 등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다만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등록 대부업자는 ▲대부중개업 ▲대부 및 중계 겸업 ▲채권매입추심업 등 다양하다. 대부업을 구성하는 업종이 여러 개라 한 데 묶기도 어렵고, 개별적으로 이름을 붙이기도 애매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까지 업권에서 명칭 변경과 관련해 이야기를 들은 바는 없다"라면서도 "소비자신용법은 여러 업종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것이라 대부업만 명칭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부업체 중엔 불법과 합법 업체가 섞여있는 만큼, 명칭을 변경하는 논의는 시작할 수 있다고 본다"라며 "외국에선 소비자신용법에 따라 대부업체가 아닌, 소비자신용업체라고 부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그렇게 바꾸기 위해선 소비자신용법엔 수탁추심업 등 신용정보법이 아닌 대부업과 관련된 내용만 가져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상혁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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