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제보자는 케어가 지난 2015년 초부터 2018년 9월까지, 200여 마리의 구조된 동물을 안락사 시켰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는 병들거나 아프지 않은 건강한 개체였다고 말했다. 이같은 안락사는 명확한 기준 없이, 단지 보호소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개체수 조절을 목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케어 박소연 대표의 지시와 묵인 아래 이루어졌다는 게 제보자의 주장이다. 케어 박소연 대표는 2011년 이후 안락사는 시행하지 않는다고 공언한 바 있다.
‘케어’ 내부 제보자, “4년 동안 안락사 200여 마리”
지난해 10월, 뉴스타파는 제보를 하나 받았다. 우리나라 3대 동물권 단체의 하나인 케어가 구조한 동물의 일부를 기준도 없이 남몰래 안락사 시키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케어는 버려진 동물이나 고통받고 있는 동물을 구조한 뒤, 치료를 거쳐 입양시키거나 보호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고 있으며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케어 홈페이지에 따르면 케어가 동물 구조와 보호활동을 통해 받은 후원금은 지난해 20억 원 가량이다. 특히 다른 단체들이 손대기 어려운 대형 구조 활동을 많이 벌이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아왔다. 17년 동안 동물 구조 활동을 벌여온 케어의 박소연 대표는 각종 방송의 동물 프로그램에 다수 출연하면서 이른바 ‘학대받는 동물의 수호천사이자 대변자’로 떠오른 인물이다.
제보자는 지난 2015년부터 현재까지도 케어의 동물관리를 총괄하고 있는 인물이다. 뉴스타파는 제보자의 신분을 감안할 때 제보 내용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지난 몇 달 동안 검증했다.
케어는 지난 2017년 9월, 경기도 부천의 한 개농장 업주를 설득해 44마리의 개를 구조했다. 개농장에서 고통스럽게 살고 있는 개들을 사들여 입양을 보내거나, 케어의 보호소에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도록 해주겠다는 게 취지였다. 케어의 ‘부천 개농장 구조 프로젝트’는 인터넷을 통해 고스란히 중계됐다. 케어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네이버 해피빈, 다음 스토리펀딩, 텀블벅 등을 통해 확인된 것만 천 4백만 원을 모금했다.
미국 입양갔다더니… 서산 투견 6마리 안락사
지난 2017년 KBS 추적60분은 투견장에서 학대받는 개들의 실태를 고발했다. 당시 KBS 제작진과 경찰이 투견장을 급습하는 현장에도 케어와 박소연 대표가 있었다. 추적 60분은 2016년 9월에도 충남 서산 경찰서가 서산의 투견장을 급습해 투견 16마리를 압수했으며 이 가운데 8마리가 미국에 입양됐다고 방송했다. 참혹한 투견장에서 구조된 투견들이 미국에 입양을 가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제보자는 특히 박소연 대표가 처음부터 안락사를 고려한 채로 투견들을 인계받았다고 폭로했다. 제보자는 방송에 허위 사실이 나갔다는 점 때문에 너무 떨려서 방송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제 어차피 투견애들은 입양가기도 힘들고 하니까 잘못되면 다시 투견업자한테 흘러갈 수 있으니, 그건 사전에 방지해야 되니까 ‘보내주자’ 이러더라고요, 몇마리만 빼놓고." (케어 동물관리국장 / 내부제보자)뉴스타파는 제보자의 증언을 검증하기 위해 당시 추적 60분을 제작했던 피디에게 연락을 취했다. 해당 피디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그 부분이 의심스럽기는 했지만 팩트체크는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투견을 압수해 케어 측에 인계한 충남 서산경찰서의 담당 경찰 역시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해외로 입양간 사실은 바빠서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투견들이 살아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케어의 김포 보호소와 충주 보호소를 찾았지만 제보자의 증언대로 현재 3마리만 남아있다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이다.
“주둥이를 염색해”...취재 시작되자 은폐 시도
뉴스타파가 안락사된 서산 투견에 대한 취재를 시작하자 박소연 대표는 케어 내부 담당자들과 회의를 하면서 지금이라도 다른 투견을 사서 숫자를 맞추자고 제안했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케어 내부 회의와 통화 녹취에 따르면, 박소연 대표는 이렇게 얘기했다.
"한 마리는 진짜 비슷해요, 근데 새끼가 있어, 40일 된. 새끼 30 (만원)씩, 엄마는 100(만원) 또 하나는, 거기 비슷한 애가 있어. 그래서 일단 두 마리라도 비싸더라도 맡아놔야 되나. 한 곳에서 한꺼번에 데려오면 말 나올 수도 있는데 여기저기서 조금 조금씩 모으면 모를 것 같기도 하고. 주둥이는 염색을 해서 검은색으로. 비싸더라도 우리 이상하게 되는 것보다 나으니까 맞춰나야 될 것 같다." (박소연 케어 대표/1월 4일 통화내용)오래된 관행, ‘케어 안락사’
제보자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케어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뒤로 4년 동안 안락사 시킨 동물이 200마리가 넘는다고 증언했다. 그 가운데 상당수는 아프지 않은 건강한 동물이었다고 한다. 안락사는 본래 회복이 불가능하거나 심각한 고통을 받는 동물을 상대로 인도적 차원에서 시행되어야 한다.
제보자의 말을 검증하기 위해 뉴스타파는 케어의 전직 직원들을 수소문해 이같은 ‘안락사 관행’이 실제로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했다. 지난해까지 케어의 사무국장으로 일했던 A씨는 뉴스타파를 만나 안락사 사실을 시인했다.
"카톡방이 있었죠. 대표님하고 사무국장 이런 사람들, 국장급이 모이는데서 직접적인 표현은 안 쓰는데, 이제 느낌이 오죠. 아 이제 또 한 열마리 정도 안락사 했나보구나… 계속 늪에 빠지는 뭐 이런 거 있잖아요. 구조하고 안락사 시키고 구조하고 나서 또 안락사..." (전 케어 사무국장 A씨)2010년 즈음 케어의 전신이었던 동물사랑실천협회에서 근무했던 또다른 전직 직원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당시에도 안락사가 광범위하게 자행됐다고 털어놨다.
"제가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은 처음 갔을 때 유기견 아이들이 250-270두, 고양이가 80여 두 정도 살고 있었고요. 제가 1년을 근무를 그곳에서 하면서 안락사를 진행했던 것이 대략 한 50마리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네요." (이강용/전 동물사랑실천협회(케어의 전신) 직원)2010년 이전에 동물관리를 맡았던 또 다른 전직 직원은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지속적인 안락사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일을 그만뒀다고 말했다.
"그런 안락사가 계속되고 그러니까 심적으로 힘들고 또 안락사를 안하게 되면 개체수가 많아지니까 육체적으로 힘들고... 새로운 애들 오면 안락사 해야된다는 강박관념같은 게 생겼거든요. 그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더라고요. 그래서 그만뒀던 것 같아요." (전 동물사랑실천협회(케어의 전신) 직원 C씨)케어 내부에서 최근에도 안락사가 진행됐으며 2010년 이전의 과거에도 안락사가 관행적으로 이뤄졌다는 말이다.
동물 사체 처리 5.7톤
뉴스타파는 케어가 안락사시킨 동물들의 사체를 처리해주는 사체처리 업체에 지불한 비용을 정리한 명세서를 입수했다. 해당 사체처리 업체를 찾아가 확인한 결과, 명세서는 케어의 것이 맞으며 모두 사체처리 비용이었다. 사체처리업체는 동물사체를 수거해 지정된 소각로에서 소각을 한다고 밝혔다.
물론 5.7톤이 모두 부적절하게 안락사를 시킨 동물의 사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자연사한 경우도 있을 수 있고, 병에 걸려서 불가피하게 안락사를 시킨 경우 역시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비율은 높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케어와 비슷한 구조, 보호활동을 하는 한 동물업체 관계자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우리 보호소의 경우 2년 동안 600마리 정도를 구조했는데 그 가운데 20마리 정도가 죽었으며 안락사 시킨 경우는 3마리 뿐”이라고 밝혔다.
구조 전에 이미 안락사 계획...임신한 개까지
지난해 케어는 이른바 ‘남양주 개농장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남양주 개농장에 있는 개들을 사들여 자유롭게 해주자는 프로젝트였다. 당시 배우 김효진 씨와 음악가 리처드 용재오닐 씨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여러 달에 걸쳐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 됐다. 케어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천 9백만 원을 모금했다. 유명인의 구조 참여도 화제였지만 무엇보다 220마리를 구조하는 대형 구조라는 점에 관심이 모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구조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해 5월 말 박대표는 제보자에게 안락사를 지시했다.
"웬만한 애들은 좀 보내고, 개농장에서 데려온 애들도 사실은 제 생각에는 데려온 이유가 거기서 죽느니 안락사 시키자고 데려오는 거라 아프고 이러면 다 데리고 있을 필요가 없다." ( 케어 박소연 대표 2018년 5월 29일 통화 내용)남양주 개농장 구조를 시작하던 시점에 이미 대량의 안락사를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드러났다. 안락사 전 단계인 마취에 사용되는 약품인 졸레틸과 도미토를 미리 대량구매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졸레틸 100병과 도미토 50병은 25킬로그램짜리 대형견 500마리를 마취시킬 수 있는 양이다.
명백한 불법으로 보이는 황당한 안락사 시도도 있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사람의 생명, 신체, 재산의 피해 등 정당한 사유없이 동물을 죽이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불가피한 경우에도 수의사를 포함해 두 명 이상이 안락사 결정에 참여해야 한다. 그러나 케어에서 이루어진 안락사는 이러한 법적 조건을 충족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무리한 구조 활동에 따른 수용시설의 부족으로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해, 임의적인 기준으로 안락사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뉴스타파는 케어와 박소연 대표에게 두 차례에 걸쳐 공식질의를 하고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보도 시점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케어 측은 뉴스타파의 ‘무리한 취재와 부정적인 프레임’ 때문에 인터뷰를 거절한다고 밝혔다. 대신 케어는 페이스북을 통해 2015년부터 2018년 사이 일부 안락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아파서 회복이 불가능하거나 공격적인 동물에 대해서만 엄격한 기준으로, 전체 회의를 통해 안락사를 결정, 시행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스타파는 앞으로 후속 보도를 통해, 케어가 왜 안락사라는 늪에 빠져들었고 몇 년이 지나도록 내부적으로 자정을 하지 못했는지, 그 구조적인 원인을 보도할 예정이다.
※ 해당 영상에 나오는 동물 병원 간판 등은 안락사를 시행한 병원과 아무 관련이 없는 자료 영상입니다. 이 점 참고하여 시청해주시기 바랍니다.
취재 : 김종관, 심인보, 이송이
글 구성 : 김근라
취재작가 : 오승아
촬영 : 정형민, 김기철, 최형석, 오준식
편집 : 정지성, 윤석민
CG : 윤석민
디자인 : 이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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