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터진 고양 광역급행버스·직행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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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고양시 들어서면 마을버스처럼 빙빙 우회

배차간격 늘어나 30분이상 줄서기도 일쑤


#1.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서울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김아무개(50)씨는 지난해 11월 개통한 광역급행버스(M7412)를 타본 뒤 “이제 출근 걱정은 없겠다”며 쾌재를 불렀다. 앉아서 1시간10분 걸리는 출근길은 어떤 교통수단보다도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올해 9월 출발지점이 일산경찰서에서 중산지구로 연장되면서 김씨에게 이 버스는 ‘그림의 떡’이 됐다. 배차간격이 늘어난데다 빈 좌석이 없어 30분 이상 줄을 서다 돌아서기 일쑤였다. 김씨는 예전처럼 구불구불 돌아가는 3호선 전철로 출근한다.

#2. 올 초 서울에서 고양시 식사지구로 이사한 이아무개(47)씨는 2월 개통한 직행좌석버스 9600번을 이용해 강남까지 출퇴근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 역시 한 번 이용하고 생각을 접었다. 이 광역버스의 실체는 절반 노선이 ‘마을버스’였기 때문이다. 식사동을 출발한 버스는 상시 차량정체지역인 원당과 화정, 능곡 구석구석을 마을버스처럼 빙빙 돌아 진을 빼놓은 뒤에야 서울로 향했다. 승용차로 출근하는 이씨는 교통 때문에 다시 서울로 돌아갈까 고민중이다.

수도권 주요 거점을 중간 정차 없이 연결하는 광역급행버스(M버스)와 직행좌석버스가 최근 고양, 파주 등 수도권 북부에 잇따라 개통됐지만, 운행거리가 지나치게 길고 배차간격이 불규칙해 시민 불편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출퇴근 시민들은 서울과 고양시의 경계까지는 ‘급행’ 또는 ‘직행’이지만, 고양시에 들어서는 순간 ‘마을버스’로 변신해 광역버스의 구실을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대중교통의 활성화를 위해서 광역버스의 운행거리와 정류소를 최소화해 자주 운행하고, 최종 목적지까지는 마을버스로 갈아타는 방식으로 교통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예컨대 M7412의 경우 일산 입구에서 강남 입구까지만 운행하면 운행시간과 배차간격이 줄어 이용객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고양시 관계자는 “광역버스의 일부 노선은 원래 취지와 어긋난 왜곡된 노선으로, 지역 국회의원이나 시의원의 입김이 작용했다”며 “노선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려 해도 제외되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 때문에 바꾸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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