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후임 이선애, '친일파·데이트폭력' 변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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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7.03.15. 오전 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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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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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일파 박필병 후손 소송 맡아 1~3심 내리 패소
- 데이트폭력 男, 1심 실형서 2심 벌금형으로 낮춰
- 법조계 "헌법가치 구현, 소수자 보호 역할 우려"
- 양승태 대법원장 부실한 인사검증도 도마 올라

이선애 헌법재판관 지명자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명 소감을 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이정미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지명된 이선애(50·사법연수원 21기) 후보자가 친일파의 ‘행적 지우기’ 소송을 맡았던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데이트 폭력 가해자의 항소심 석방 판결을 이끌어낸 적도 있어 소수자 보호 역할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신중하지 못한 후보자 검증도 도마에 올랐다.

◇‘침략전쟁 선동’ 친일파 후손 대리

이 후보자가 수임한 사건은 친일파 박필병의 후손이 제기한 소송이다. 박필병은 일제강점기 167만7000평(약 5.54㎢) 규모의 땅을 소유한 거부였다. 여의도 면적(2.9㎢)의 약 두 배에 이르는 크기다. 박필병은 1941년 9월부터 1944년 9월까지 3년 동안 조선총독부 중추원(中樞院) 참의(參議)로 활동한 사실이 확인돼 2009년 7월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지정됐다. 중추원은 조선총독부 자문기구다. 1940년대 일제의 침략전쟁과 징병·징용을 국내에 선전·선동했다.

박필병의 손자 박모씨는 2010년 7월 조부를 친일파에서 제외하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그러나 박씨는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까지 연달아 패소했다. 대법원은 2011년 4월 “박필병은 ‘황국 시민이 돼 손색없는 폐하의 적자로서 대동아공영권의 일원이 되도록’ 의무교육을 할 것을 건의하는 등 친일·반민족행위를 했다”고 인정했다. 이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맡은 변호사가 이 후보자다.

◇1심, 실형→2심, 보석 후 벌금으로 감형

데이트 폭력 가해자 남성을 변호한 것도 논란거리다. 이모(25)씨는 2015년 5월 헤어지자는 여자친구의 집으로 찾아가 폭행한 혐의로 그해 11월 1심에서 징역 8월의 실형에 처해졌다. 피해자를 침대에 눕히고 미리 준비해간 칼로 매트리스를 수차례 찌르고 목을 조르는 등 혐의였다.

1심에서 국선변호사의 도움을 받았던 이씨는 2심에서 이 후보자를 선임하고 이듬해 2월 벌금 1000만원으로 감형됐다.

석방이 큰 의미가 없었던 이유는 이미 1월에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였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전과가 없는 점을 고려했다고 2심 재판부는 설명했다. 이 판결은 항소심에서 그대로 확정된다.

◇양승태 대법원장 인사검증 문제

변호사가 사건을 가려 맡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헌법재판관 후보자로서는 다소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이 변호사가 맡았던 재판이 헌법 수호와 소수자 보호 역할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동북아역사재단 감사를 지낸 김희수 변호사는 “친일파 소송을 맡은 후보자가 3·1운동과 임시정부의 정신을 언급한 헌법 전문의 정신을 살려서 헌법 가치를 얼마나 구현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데이트폭력 사건은 후보자가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2014년 1월부터 현재까지)으로 활동하던 때 수임한 것이라 더 논란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가해자의 인권도 지켜야 하지만 후보자의 직책과 비교하면 적절치 않아 보인다”며 “여성 등 소수자 보호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후보자를 지명한 만큼 검증이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논란의 소지가 있는 사건을 수임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지명했다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지명 이후 후보자와 관련한 사안은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본지는 후보자의 해명을 듣고자 수차례 유선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후보자로서 수행하기에 적절치 못한 사건이었다는 지적에 대한 설명을 듣고자 한다”는 문자메시지도 보냈지만 회신은 없었다. 대법원은 지난 10일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 요청안을 국회에 냈다. 국회는 이날부터 20일 내에 인사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


전재욱 (imf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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