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서정주 시 중에서..
xk**** 조회수 2만+ 2011.07.31.

해와 하늘빛이
문둥이는 서러워


보리밭에 달 뜨면
애기 하나 먹고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이 시가 무슨뜻인지 가르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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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천왕
우주신 eXpert
운전/운송업 문학 6위, 국어, 한문 5위, 고등학교교육 49위 분야에서 활동

'문둥이'는 흔히 천형(天刑)을 받은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들은 병의 특성상 일상인들로부터 철저히 격리된 채 천대와 수모를 받으며 일생을 살아 갑니다.

이 시는 이러한 '문둥이'에 대한 시인의 연민을 표현한 시는 아닙니다.

'문둥이'의 삶을 통하여 시인은 사실 인간 존재의 원초적 모습을 말하고 있는 거죠.

 

'해와 하늘빛이 / 문둥이는 서러워'는 문둥이의 천형처럼 인간들은 존재의 설움을 근원적으로 갖고 태어났다는 말입니다.

'보리밭에 달 뜨면 / 애기 하나 먹고'는 문둥이에 대한 끔찍한 소문들을 그대로 시어로 차용한 것인데, 실은 소문의 진위보다도 소문이 풍기고 있는 끔찍스러움, 살육의 음험함 등에 초점을 맞추어 감상해야 합니다. 즉, 인간 존재의 원초적 본능으로서 인간 내부에 내재해 있다고 시인이 생각하는 그러한 잔인한 살해 욕구, 또는 존속 상해의 심리를 표현한 것입니다.

3연에서는 '꽃처럼'이라 하여 시 전체의 심상을 미화하고 있는데, 잔인한 살해 욕구는 우리 인간의 짙은 육성이자 몸부림이 되고, 또한 그러한 모든 충격적 행위는 '꽃처럼'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결국 이 작품은 인간의 원시적 본능으로서 우리의 내면에 잠재된 잔인한 욕구를 충격적이면서 아름다운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 모든 충격적 몸부림은 바로 인간 존재의 근원적 슬픔에서 비롯하기에 시인은 오히려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입니다.

2011.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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