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대 노동법이 `괴물노조`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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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7.26. 오후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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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노동자 5%불과 민주노총
과다권력으로 사회적 합의 깨

1987년 만든 법 골격 그대로
IT시대·플랫폼노동 반영못해


◆ 21세기형 노동법 만들자 (上) ◆

노동자 권익을 대변하는 노조가 조직의 정파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괴물'로 자라났다. 권력과 폭력을 넘나들며 무소불위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사회적 책임에는 눈감고 있다.

22년 만에 기대를 모았던 노사정 합의가 불발됐다.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합의한 내용에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반발하며 위원장을 감금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지난 23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었지만 62%가 반대하면서 합의안 추인이 부결됐고, 김 위원장은 사퇴했다. 떠나는 김 위원장은 "모든 노동자를 위한 민주노총이 돼야 한다"고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지난 24일 기아자동차 노조는 기본급 6.5% 인상과 수천만 원대 성과급 지급, 노동 강도 완화, 작업 환경 개선 투자, 중식시간 유급화를 요구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아차 2분기 영업이익이 1452억원으로 전년 대비 73%나 줄어든 터였다. 시장에서는 "기아차 노조는 딴 세상 노조냐, 회사가 망하면 노조도 없을 텐데"란 푸념이 쏟아졌다. 민주노총은 지난 14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25.4% 인상을 요구했다. 2분기 한국 경제성장률이 -3.3%로 22년 만에 최저를 기록한 와중에 요구한 수치라고는 믿기 어려웠다.

양대 노조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 준수에 목매고 있다. 하지만 최근 늘어난 대리기사, 쿠팡맨 등 플랫폼 노동자들은 건수에 따라 일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이 의미가 없다. 이들에게 주52시간은 더 벌 수 있는 기회를 막는 규제다. 소고기 파동,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 시위에는 어김없이 노조가 등장한다. 이처럼 막강한 노조지만 2018년 기준 전체 노동자 약 1973만2000명 가운데 노조 가입자는 11.8%인 약 233만1000명에 불과하다. 민주노총에 가입된 노동자는 그 절반이다.

노조의 왜곡은 노동 집약적 컨베이어벨트 시대에 만들어진 구닥다리 노동법이 여전히 작동하기 때문이다. 현행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은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33년 동안 거의 바뀌지 않았다. 당시에는 열악한 공장 노동자들 권익 보호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기업 노조에 더해 산별 노조를 허용하고, 쟁의 행위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정부가 노조를 해산할 수 있는 규정도 삭제했다.

하지만 이런 내용들은 4차 산업혁명이 가시화하고 서비스직과 플랫폼 노동자가 급증한 오늘날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 노동법 개정이 시급한 이유다. 이미 유럽과 미국에서는 자영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를 끌어안는 법 개정을 논의하고 있다.

[김태준 기자 /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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