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통계 공표, 통계청이 아닌 복지부-경찰청이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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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5.23. 오후 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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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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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을 실질적으로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통계를 접근 가능하게 만들어야 하고 공개해야 한다. 특히 나이, 성별, 직업, 원인, 의료-복지서비스 등과의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백종우 경희대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전 중앙자살예방센터장)가 21일 생명존중정책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백종우 경희대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전 중앙자살예방센터장)는 21일 생명존중시민회의가 개최한 생명존중정책토론회 ‘자살통계 이대로는 안된다’에서 자살통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백 교수는 ‘자살통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일본이나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은 자살통계를 지자체와 자살예방기관이 직접 분석해서 활용하고 있다. 통계청만이 아니라 실제 자살예방을 담당하고 있는 지자체와 기관에서 분석해야 실제 정책 활용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지자체와 자살예방기관의 전문성 확보와 전문인력배치 등 분석 인프라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삼진 생명존중시민회의 상임대표는 “자살통계는 비밀문서가 아니다”라며 “특정 부처나 집단의 전유물이 아닌 국민의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누구나 구글 검색으로 일본의 2021년 자살통계를 상세분석한 지역별, 성별, 연령별, 원인별 자료들을 쉽게 구할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우리나라 통계는 2019년 것에 만족해야 한다. 2020년 통계는 오는 9월, 원인분석은 오는 12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된 자살대책을 세울 수 있겠는가. 일본과의 현저한 격차는 낯이 뜨거울 정도”라고 비판했다.

임 대표는 개선방안으로 ^자살통계 공표 정부부처를 통계청에서 경찰청과 보건복지부로 바꿀 것, ^잠정 통계의 개념을 명확히 알리고 매월 15일 이내 공표로 신속성을 강화할 것 등을 제안했다. 그는 “기초 데이터 수집 부처와 자살 행정 담당 부처가 통계 공표를 담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경찰청의 모든 기초 데이터 15일 내에 보건복지부와 공유되어야 전문성에 기초한 분석 및 대책 수립이 가능하다”라며 “현재 세부정보를 배제하고 극소수 관계자들에게만 이루어지는 제한적인 정보조차도 그 활용마저 위축시키는 ‘통계법 위반 경고’는 즉시 폐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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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서 한국 생명의 전화 하상훈 원장은 “자살은 거주지 집중성, 장소 집중성 및 시기 집중성의 특징을 갖고 있다. 자살과의 전투에서 이기려면 자살의 원인, 수단, 장소 같은 다양한 자살통계 동향을 관계자들이 신속히 파악하고 자살의 감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살통계가 신속하게 발표되면 지역사회 자살예방기관들의 대응 역량을 키울 수 있고, 중요한 사회안전망을 갖출 수 있게 된다. 복지부가 통계청과 경찰청과 협력해 경찰청 자살통계를 직접 받아 분석하고, 해석, 가공해 매월 1회 발표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양두석 안실련 자살예방센터장은 “교통사고는 일일사고 통계를 집계하고 발표해 국민들에게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킨다”라며 “신속하고 세분화된 자살통계 구축을 위해 정부, 지자체, 경찰, 소방의 적극적인 협력체계 구축과 전향적인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신속한 행동 변화를 촉구했다.
서일환 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은 “정부는 시의성 있는 자살예방정책 수립을 위해 1년에 1회 발표하는 자살사망자 공식통계 이외에 추가로 매월 잠정치 통계를 생산하여 관리하고 있다”라며 “잠정치 통계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보정작업의 주기를 단축하는 등의 노력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서 과장은 “앞으로 통계 생산항목, 관리 방식 등에 있어 개선할 사항이 있는지 전면적으로 검토해 개선이 필요한 사항들에 대해서는 통계청, 경찰청 등 관련 부처와 협의해 자살대책 수립에 기여할 수 있는 쪽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해 나가겠다”라며 “복지부가 직접 경찰청의 자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자살예방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법 통과 시 제도 개선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박인주 생명존중시민회의 공동대표는 “통계는 정책적 판단과 대책 마련의 근거를 제공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자살 대책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자살통계 공표의 주체를 바꾸고, 신속성과 정확성, 투명성, 접근성을 전면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중요한 기초를 다지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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