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로 ‘소득주도성장’의 가치 재발견했다”

입력
수정2020.05.20. 오전 9:41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곽정수 논설위원의 직격인터뷰 |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위 위원장

코로나 대응 재정 투입 37조 중 72% ‘소주성 대책’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과 고용안정 대책이 대표적
소주성 ‘분배·고용 참사’ 초래?…“사실 아니다” 반박

‘전국민 고용보험시대’ 천명은 ‘패러다임의 전환’ 의미
실직 안해도 소득만 줄면 실업급여 받는 시대 올 것
‘일자리 안정자금’ 활용하면 내년에 자영업 확대 가능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특위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코로나 위기가 튼튼한 고용·사회안전망 필요성을 강조해온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됐다.”

홍장표(부경대 교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코로나 충격으로 모든 국민이 어렵지만 청년층과 임시·일용직, 영세자영업자는 더 큰 고통을 받는다”며 “소주성이 강조하는 것은 우리가 새로운 ‘혁신사회’로 가려면 튼튼한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코로나 대책에서 재정 투입은 37조원인데, 이 가운데 73%에 달하는 27조원이 가계소득 증대, 사람에 대한 투자, 사회안전망 구축 등 소주성 관련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소주성특위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소주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부 기구다. 고용보험 등 고용안정성 강화는 소주성의 핵심이다.

홍 위원장은 또 “앞으로는 일자리를 잃지 않아도 소득이 줄어들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며 “문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전국민 고용보험 시대의 기초를 놓겠다고 말한 취지에는 이런 ‘고용보험의 패러다임 전환’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민 고용보험 시대로 가는 로드맵과 관련해 “1단계로 고용주가 명확한 예술인·특수고용노동자(특고)·프리랜서가 가입하고, 2단계로 자영업자와 임시·일용직의 가입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위원장 인터뷰는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특위 사무실에서 했다. 그는 ‘소주성의 설계자’로 불린다. 현 정부의 초대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고, 2018년 9월 특위 위원장을 맡았다. 위원장은 고정급여가 없어 사실상 자원봉사 성격이다. 주중에는 특위에서 일하고 금요일에만 자택이 있는 부산으로 내려가 부경대에서 강의하는 주말부부 생활을 2년 가까이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연설 직후 국회 상임위에서 예술인의 고용보험 가입을 위한 ‘고용보험법 개정안’과 저소득층에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 도입 법안이 통과됐다.

“4월 중 취업자가 48만명 가까이 줄었다. 어둡고 긴 터널 앞에 서 있는 것 같은 두려움을 느낀다. 고용안전망 강화를 위한 긴급 대응이 필요하다. 20대 국회에서 예술인과 함께 특고까지 고용보험에 가입하는 내용으로 법 개정을 기대했는데, 아쉽다.”

―정부는 특고도 내년부터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자영업자 가입 문제도 남아 있다. ‘전국민 고용보험 시대’로 가기 위한 로드맵은?

“1단계는 고용주가 명확한 예술인(7만명), 특고(220만명), 프리랜서 등 플랫폼 노동자의 의무 가입이다. 2단계는 자영업자(570만명)와 임시·일용직(550만명)의 가입 확대를 위해 지원을 늘리는 것이다. 자영업은 유럽 등 선진국도 가입을 의무화하지 않는다. 고용보험 기능을 하는 중소기업중앙회의 ‘노란우산’(소기업과 소상공인이 폐업·은퇴·사망 때 공제금 지급)에도 120만명이 가입해 있다.”

정부는 2018년부터 ‘생계형 1인 자영업자 사회보험료 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5월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전국민 고용보험시대’의 기초를 놓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현재 2만명 정도가 가입한 상태다. 자영업자 수입 규모에 맞춰 보험료의 30~50%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 총예산은 200억원 정도다. 자영업자 고용보험은 이 제도를 확대하는 것이다. 보험료 지원을 80~90%로 올리면 신청자가 늘어날 것이다. 상층 자영업자와 노란우산 가입자를 빼면 최대 400만명 정도 예상한다. 임시·일용직도 현재 고용보험 가입이 가능하지만, 보험료 부담 때문에 부진하다.”

―대통령이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적용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는데.

“기존의 자영업자 지원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어서 법 개정이 필요없다. 지원 예산을 늘리면 내년부터도 바로 시행할 수 있다. 곧 열릴 예정인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서도 전국민 고용보험이 의제로 다뤄질 것이다. 국민적 합의를 기대한다.”

―고용보험 확대에 따른 재정 부담을 걱정하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자영업자 400만명의 보험료를 80% 지원하려면 연간 1조6천억원이 필요하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위해 근로자 임금의 일부를 지원하는 ‘일자리안정자금’의 올해 예산이 2조3천억원이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최저임금 인상률이 낮아지면서 조만간 필요없게 된다. 일자리안정자금을 재원으로 활용하면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확대가 충분히 가능하다.”

―특고와 자영업자의 보험료 산정과 관련해 임금노동자와의 형평성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보험료 산정과 정부 지원을 위해서는 먼저 정확한 소득이 파악돼야 한다. 현재는 산재보험 등록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과정에서 일부 특고와 자영업자의 소득이 파악됐을 뿐이다. 국세청의 세금 신고 자료를 중심으로 고용노동부 등 정부기관 간에 소득 정보가 공유돼야 한다. 영국과 스웨덴은 실시간으로 소득 파악이 가능하다. 이를 바탕으로 모든 사회보장제도를 통합 운영한다. 우리나라도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정부가 소득 정보를 파악하는 것은 세금 부과 목적이 아니라 도와주기 위한 것이다.”

―보수언론은 예술인과 특고가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고의로 실직을 하는 ‘도덕적 해이’ 가능성도 제기한다.

특고가 일을 계속하더라도 소득이 줄어 생계가 어려울 수 있다. 자영업자도 폐업이 아니라 휴업을 하면 소득이 줄어든다. 지금까지는 일자리를 잃어야 실업급여를 지급했지만, 앞으로는 소득이 줄면 지급하는 시대로 바뀌어야 한다.”

―고용보험 확대 등 고용안전망 강화는 소주성의 핵심 내용이다. 코로나 위기 극복 과정에서 소주성의 의미가 재조명되는 것 같다.

코로나가 소주성의 진정한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됐다. 코로나 충격으로 모든 국민이 어렵지만 청년층과 임시·일용직, 영세자영업자는 더 큰 고통을 받는다. 앞으로 위기가 재연될 때마다 취약계층의 피해는 더 커질 것이다. 소주성이 강조하는 것은 우리가 새로운 ‘혁신사회’로 가려면 튼튼한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때는 정리해고 등으로 인해 100만명 이상의 대량 실업자가 발생했다. 인적 자본이 훼손되면서 한국 경제도 큰 타격을 받았다. 또 노사관계가 적대적·대립적 관계로 바뀌었다. 그 전철을 다시 밟을 수는 없다.”

―정부가 지금까지 코로나 대책으로 245조원 규모의 지원책을 내놨다. 소주성이 반영된 부분은?

지원책 중 정부의 재정 투입은 37조원이다. 이 가운데 73%에 달하는 27조원이 가계소득 증대, 사람에 대한 투자, 사회안전망 구축 등 소주성 관련 내용이다. 전국민 재난지원금(14조3천억원), 특고·영세자영업자에 대한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포함한 고용·생활 안정대책(10조1천억원)이 대표적이다. 지원금 지급에 지역화폐 적극 활용, 고용 유지를 조건으로 한 기간산업 대출 지원(40조원)도 중요한 내용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3년간 소주성 평가를 위한 토론회가 지난 13일 열렸는데.

“15살 이상 고용률과 청년(15~29살) 고용률이 2019년 기준 60.9%, 66.8%로 모두 높아졌다. 정부의 시장소득 개선 정책과 공적 이전소득 강화 정책에 힘입어 2018년부터 명목 기준 가계소득 증가율이 경상성장률을 앞질렀다. 소비의 성장 기여도 높아졌다. 소주성과 확장적 재정 운영이 글로벌 경기 하강과 제조업 구조조정에 따른 성장률 하락의 압박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한 것이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보수언론은 소주성이 분배와 고용에서 참사를 초래해 실패했다고 주장한다.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분배는 뚜렷이 개선됐다. 또 고용 참사가 발생했다는 증거는 없다. 그동안 불충분하고 단편적인 자료로 인해 오해가 많았다.”

―분배 참사 주장은 통계청이 분기마다 발표하는 ‘가계동향조사’를 근거로 한다. 최상위 20%의 평균 소득을 최하위 20%의 평균 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이 2017년 4분기 4.61배에서 2018년 4분기 5.47배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소득분배를 보여주는 공식 자료는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다. 그 결과를 보면 소득 5분위 배율은 2017년 6.96배에서 2018년 6.54배로 오히려 축소돼 분배 개선이 이뤄졌다.”

―모두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자료인데, 왜 차이가 나는가?

표본의 크기가 다르다. 분기마다 발표하는 가계동향조사는 표본 수가 8천가구다. 연말에 발표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는 2만가구로 훨씬 많다. 그만큼 더 정확하다. 또 가계동향조사는 2018년 표본을 바꾸면서 무직자 가구 등 저소득층의 비중을 과도하게 반영했다. 결국 부정확한 가계동향조사 때문에 사실과 다른 언론 보도가 나왔고, 국민에게 소주성이 실패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줬다. 소주성이 억울한 공격을 당한 셈이다.”

―보수언론은 지난해 말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가 나온 뒤에도 계속 소득분배가 악화됐다고 주장하는데.

답답한 일이다. 정확한 자료가 나왔는데도 사실과 다른 보도 내용이 정정되지 않고 있다. 언론에 한번 잘못된 보도가 나가면 국민 인식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

―고용참사 주장은 최하위 10% 계층의 근로소득이 줄어든 것을 근거로 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소득층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주장이다.

“2018년 소득 10분위별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가구소득 증가율’을 살펴보면, 하위 10~50%는 증가했다. 반면 최하위 10%는 늘었는지 줄었는지 명확하지 않다. 정부는 저소득층 지원을 위해 지난해 9월부터 근로장려금(EITC)을 확대했다. 전체 가구의 5분의 1에 가까운 381만가구에 4조3천억원이 지원됐다. 결국 최하위 1분위는 소득 감소분(44만원)보다 더 많은 근로장려금(49만원)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 2년 동안 소주성의 과제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고용 유지와 일자리 창출이 지상과제다. 정부의 피해 구제 대책에 이어 일자리 창출과 내수 회복을 위한 공공투자 확대. 고용안전망 강화를 위한 제도 개혁을 해야 한다.”

―고용안전망 강화 계획은 어떤 내용인가?

전국민 고용보험, 국민취업지원제도와 함께 국민내일배움카드가 3종 세트를 이룬다. 국민내일배움카드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휴직자, 실업자, 취업 희망자에게 교육훈련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1인당 5년 내 최대 500만원까지 지원한다. 시행 첫해인 올해 예산만 9천억원이다. 앞으로 대기업 직원, 사립학교 교원, 상층 자영업자까지 대상을 넓혀 명실공히 ‘전국민’ 내일배움카드제로 확대할 계획이다.”

―소주성의 핵심인 사회보장 부분은 어떤가?

“기존 제도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초생활보장제도 관련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히 없애야 한다. 지금은 어르신이 가난해도 자녀가 부양 능력이 있으면 생계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한국형 뉴딜’에는 소주성 내용이 어떻게 담기는가?

대통령의 뜻은 명확하다. 청년 일자리 창출이다. 공공 부문이 청년층 일자리 공급을 선도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디지털 비대면 일자리’다. 또 도서관·체육시설·어린이집 등 생활 사회간접자본사업(올해부터 3년간 48조원 투입)과 초중고 환경개선사업(지난해부터 5년간 8조원 투입)을 더 확대하고, 에너지 절약을 위한 ‘그린 리모델링’과 결합해서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노사정의 사회적 대화가 곧 시작된다. 노조는 총고용 유지와 해고 금지를, 경영계는 고용 유연성 강화와 법인세 인하 등을 주장하는데.

노사가 요구뿐만 아니라 무엇을 하겠다는 방안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한다. 노조의 경우 일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총고용을 유지하려면 일자리 나누기, 생산성 향상 노력 등이 필요하지 않겠나. 경영계도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고용 유지 조건을 지켜야 한다.”

―소주성은 적극적인 재정 역할을 강조한다. 보수언론은 코로나 대책으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된다고 우려하는데?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국난 극복에 필요한 돈을 쓰지 말자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코로나 이후 주요 국가들의 정부가 보수와 진보 성향을 막론하고 모두 재정을 쏟아붓고 있다.”

곽정수 논설위원 jskwak@hani.co.kr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하세요!
▶네이버 뉴스판 한겨레21 구독▶시간극장 : 노무현의 길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