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도 당했다…동의없는 통화녹음, 이대로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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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1.31. 오전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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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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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16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록'을 다룬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를 시청하고 있다. 2022.1.16/뉴스1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인 김건희씨의 '7시간 녹취록'이 공개된 후 휴대전화 통화녹음 기능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진다. 김건희씨 동의없이 대화가 녹음되고 일반 대중에 공개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모든 스마트폰에 통화녹음 기능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는데, 녹취가 피해사실 등을 입증할 증거로도 활용되는 만큼 제한에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전문가들은 일상 환경의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고 민감 정보가 담긴 파일이 순식간에 퍼질 수 있는 만큼 '음성권' 역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28일 정보통신(IT)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출시되는 삼성전자 등 국내 제조사의 스마트폰에만 통화녹음 기능이 탑재됐다. 통화 중 화면의 녹음 버튼을 누르면 대화 내용이 녹음되며, 상대방은 녹음 여부를 알 수 없다. 갤럭시 스마트폰이나 LG전자 스마트폰 등은 모든 통화나 선택한 번호에서 걸려오는 통화는 자동으로 녹음하도록 미리 설정할 수 있다.

반면 애플 아이폰은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 출시되는 모든 제품에 통화녹음 기능이 없다. 홍미노트10 등 샤오미 일부 제품과 구글 픽셀폰 등은 녹음은 가능하지만 상대방에게 통화녹음 여부를 알리는 안내 메시지가 나온다. 이는 통화녹음을 합법화한 국가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포함 일본과 영국, 중국, 인도, 미국 37개주에서는 통화녹음이 가능하다. 단 일본과 영국 등은 녹음 이후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부터는 불법으로 간주한다.


동의없는 통화녹음, 진짜 괜찮나..."악용할까 두려워"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16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록'을 다룬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를 시청하고 있다. 2022.1.16/뉴스1
이는 국내에선 통화녹음이 만연한 이유기도 하다. 소형 녹음기나 스마트폰 녹음기능을 항상 켜두고 일상의 모든 대화를 기록하고, 이를 텍스트로 변환해주는 앱 등을 이용해 '회의록'처럼 관리하는 경우도 있다. 뽐뿌와 미코 등 주요 IT기기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통화녹음 때문에 갤럭시 스마트폰을 쓴다는 반응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이용자는 "업무전화는 나중에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무조건 녹음해두고 다시 듣는다"며 "통화녹음은 포기 못한다"고 남겼다.

하지만 '김건희 7시간' 논란을 계기로 통화녹음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공인이라고 하지만 사적 대화를 동의없이 녹취해 고스란히 대중에게 노출하는게 맞느냐는 것이다.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가 일상 곳곳에 스며든 상황을 고려할 때 불법 영상물처럼 민감정보가 온라인에 유출됐을 때 개인이 입을 수 있는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것도 통화녹음 제한 논의에 힘을 싣는다. 몰래 녹취해 상대방을 협박하거나 일상을 감시하는 용도로 악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상대방이 나와의 대화를 녹음하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2017년 통화녹음 시 이를 상대방에게 알리는 기능을 스마트폰에 탑재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최소한 상대방이 녹음사실만이라도 알아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녹취는 주요 재계·정치계 인사의 막말 논란이나 직장 내 폭언과 갑질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증거로도 활용되기도 하는 만큼,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개인정보보호법학회장을 맡고 있는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김건희 7시간' 녹취록 논란은 그간 통화녹음을 당연시해왔던 한국 사회에서도, 통화녹음을 어디까지 보호할 것인지를 다시 논의하게 된 사건"이라며 "개인정보가 중요해진만큼 변화한 환경에 맞춰 '음성권' 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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