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유니클로 손님 좀 늘었냐"는 질문에 여의도점 직원 A씨는 "그렇다"고만 답했다. 용산역 인근 초대형 매장인 유니클로 용산점에서 근무하는 직원 B씨는 "일본 불매 당시에는 정말로 손님이 없었고 최근에는 그래도 좀 회복됐다"며 "하지만 일본 불매 이전과 같은 수준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유니클로 매장에서 가디건을 구매한 서울 강서구 거주 이모씨(39·회사원)는 "스파오나 탑텐 같은 브랜드는 유니클로만큼 저렴하지만 옷의 품질이 좋지 않은 것 같다"며 "특히 아이들 옷은 유니클로만큼 가성비 좋은 옷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불매는 오래 가지 못할 것" 한국 비웃은 유니클로에 '매운맛'=지난해 7월2일 시작된 일본 불매운동의 최대 표적이 됐던 유니클로. 2005년 한국에 진출한 뒤 15년간 매출 1조, 연간 영업이익 2000억원대 회사로 성장했지만 '한국 캐주얼 의류 시장' 제패의 꿈은 불매운동 충격에 물거품이 됐다.
불매 충격에 한국에서 유니클로 브랜드를 전개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작년 매출액이 30% 이상 감소한 9749억원을 기록하며 5년 만에 매출액이 1조원을 하회했다. 2000억원대에 이르렀던 연간 영업이익은 19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유니클로는 지난해에만 4개 매장을 닫았고 코로나19(COVID-19) 충격이 겹치면서 올해는 11개 매장을 추가 폐점했다. 2018년 186개까지 늘었던 매장 수는 올해 6월 기준 174개로 줄었다.
불매와 코로나19 충격에 에프알엘코리아는 지난 5월 유니클로의 자매 브랜드 지유(GU)의 국내 영업 중단까지 결정했다. 지유는 2018년 9월 한국에 첫 매장을 냈는데 2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한국 영업을 접는 것이다. 지유는 향후 유니클로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서만 일부 제품을 판매키로 했다.
하타세 대표 선임에 이어 지난 6월1일에는 공동 대표였던 배우진 대표가 갑자기 교체됐다. 배 전 대표는 지난 4월 인력 감축 계획을 암시하는 이메일을 실수로 전 직원에게 전송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인사부문장에게 보낼 예정이었던 이메일이 전 직원에 발송되면서 유니클로 직원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신임 대표로는 정현석 롯데쇼핑 상무(롯데몰 동부산점장)가 선임됐다.
유니클로에 대한 불매가 장기화된 데에는 오카자키 타케시 일본 본사 CFO의 실언(한국에서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 큰 기여를 했는데 진정성 있는 사과와 커뮤니케이션이 문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두 차례의 형식적 사과 이후 유니클로 측은 반일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발언과 사과를 모두 자제하고 있다.
에프알엘코리아는 9월 결산 법인으로 매년 8월 말에 연간 실적을 결산하고 12월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한다. 올해 12월이 돼야 지난해 9월1일부터 올해 8월31일까지 불매 1년이 실적에 미친 충격을 숫자로 확인 가능할 전망이다.
오정은 기자 agentlittle@mt.co.kr
▶줄리아 투자노트
▶조 변호사의 가정상담소 ▶머니투데이 구독하기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