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명품마을 시리즈-태백산 국립공원 백천 명품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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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만 되면 산과 바다와 계곡과 강은 그 주변 지역을 포함해서 모두 국립공원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국립공원으로 지정이 되면 그 누구도 그곳에 임의적 시설을 하거나 상업 행위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타난 마을이 ‘국립공원 명품마을’이다. 오늘은 그 첫 번째로 태백산국립공원에 있는 백천 명품마을을 소개한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는 경우 그 지역에서 먹고 살던 사람은 벼락을 맞은 것 같은 충격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여유를 두고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것이고, 지정된 이후에도 시설의 보존 가치나 정부와의 약속에 따라 일정 기간 영리 행위를 하도록 인정해 주기도 한다. 국립공원 명품마을은 국립공원 안에 위치하고 있어서 개발이 제한적이지만, 마을의 사람들과 역사를 가치로 삼아 국립공원이 함께 살아가는 방안을 모색한 것이다.

경상북도 봉화가 얼마나 아름다운 고장인지 태백산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소백산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청량산 청량사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알고도 남음이 있다. 백천마을은 그 아름다운 봉화군 태백산 자락 석포면 대현리에 있는 마을이다. 백천계곡, 현불사 등 주변 경관이 뛰어나고 마을 자체의 모습도 소박하고 아름답다. 전형적인 산골마을에는 지금 단 여섯 가구가 살고 있는데, 모든 가구가 자기만의 노동으로 먹고 살고 있다. 백천마을은 국내 열목어 최남단 서식지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 때문에 ‘봉화열목어서식지’로 지정되어 마을 전체가 천연기념물 제74호로 보존 관리되고 있다. 열목어는 연어과 물고기로, 20℃ 이하의 차가운 물에서만 사는 특징이 있다. 물 속에 사는 작은 곤충이나 물고기를 잡아먹고 사는데, 무지갯빛 지느러미와 자갈을 닮은 패턴이 있는 피부가 아름답다. 이 정도는 되어야 청정 마을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것 아닐까? 열목어가 사는 백천계곡에는 수달도 서식 중이다(물론 계곡에 들어갈 수는 없다).

이 마을의 여섯 가구는 각기 자기만의 농사를 지어 먹고 살고 있다. 여섯 가구 모두 고유 이름도 지니고 있는데, ‘투방집’은 통나무를 우물정자로 세워 짓는 집으로 귀틀집의 다른 말이다. 평범한 산골집이지만 커피나 차를 사 마실 수 있는 산골 커피숍이기도 하다. ‘사과부자집’은 아버지와 아들이 사과 농사를 짓는 집이다. 백천마을은 고랭지 사과로 유명한 곳이다. 해발 700m에서 재배되는 이 아삭한 사과 한 입을 맛 본 사람은 오랜 시간 그 맛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사과 수확철인 9~10월에는 바로 그 고랭지 사과 따기 체험 행사가 열린다. 집 뒤편에 커다란 바위가 있어서 오래 전부터 ‘큰바우집’으로 불린 집은 사과 농사와 토종 방식의 양봉을 하는 집으로, ‘밀랍초 만들기’ 등도 하고 있다. ‘나무다리집’은 1970년대에 마을 사람들이 만든 원목 나무다리가 지금까지 보전되고 있는, 풍광이 아름다운 포토존이다. 소박한 집과 그 앞에 놓인 항아리 모습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옛집’은 이 마을 여섯 가구 가운데 가장 연세가 많으신 분이 사는 ‘어르신의 집’이다. 옥수수 농사를 짓고 있는데, ‘엿물술’ 기능 보유자이기도 하다. 마지막 집은 있는 그대로 ‘끝집’. 스님이 살고 있다는 이 집은 백천계곡 바로 앞에 있어서 계곡 지킴이를 상징하기도 한다. 또한 도라지 농사도 지어 나누고 있다. 현불사 주차장에서 이곳 ‘끝집’까지, 백천 명품마을은 누구나 여행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이 살고 일하는 지역이니 관광 시 기본적인 예의를 지킬 필요가 있다. 9~10월에 열리는 사과 따기 체험 등에 참여하고 싶다면 문의 후 찾아가는 게 좋겠다. 숙박도 가능하다. 대현2리에 폐교된 석포초등학교 대현분교를 개조해 만든 숙박 및 야영 시설 ‘봉화열목어마을’이 있고 ‘다리건너하얀집민박’ 등도 문을 열고 있다. 방문만을 원할 경우 현불사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위치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면 대현2리

[글 이누리(프리랜서)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백천 명품마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94호 (19.09.0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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