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 조국에게'...분노한 청춘들, '조국 내로남불' 추적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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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9.02. 오전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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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마다 경쟁하듯 ‘과거 조국 발언 찾기’

조 후보자 과거 글만 모아둔 SNS계정도 생겨

조과싸, 조적조, 조스트라다무스 등 신조어도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학생회관 앞 아크로계단에서 '제2차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에 참가한 서울대 학생 및 졸업생 등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남강호 기자

"1.절대 안 했다고 잡아 뗀다. 2.한 증거가 나오면, 별 거 아니라 한다. 3.별 거 같으면, ‘너도 비슷하게 안 했냐’며 물고 늘어진다. 4.그것도 안 되면, 꼬리 자르기 한다."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는 2013년 10월 28일 자신의 트위터에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쓴 ‘범죄자들의 변명기법’이라는 글을 리트윗해 올렸다. 그리고는 "다들 익숙하시지요?"라고 적었다. 한 교수는 문재인 정부 들어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장을 지내다가 작년 6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에 임명됐다. 조 후보자의 딸(28)은 고교 시절 한 교수 밑에서도 인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 트위터 캡처

이 글은 최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졌고, "또 나왔다. 조국 내로남불"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네티즌들 분석을 종합하면 이렇다.

1. ‘연관된 적 없다’ ‘명백한 가짜 뉴스’라고 잡아떼더니,

2. 딸 논문 저자 등재 증거 나오자 ‘자기소개서에 간단히 썼을 뿐’이라고 하고, 사모펀드 증거가 나오니 ‘손실만 봤다’고 하고,

3. 현행 법 위반 아니냐고 하자 ‘당시 법과 제도를 따랐다’고 하고,

4. 촛불집회까지 벌어지자 ‘사모펀드·웅동학원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한다.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조선DB

20·3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조 후보자의 ‘내로남불 발언 찾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조 후보자의 기고문과 SNS 글만 모아둔 SNS 계정이 따로 생겼고, 대학생 커뮤니티에선 출신·소속 학교와 상관없이 새로 찾은 조 후보자 글이나 발언 등이 등장하고 있다. 새 게시물이 올라오면 댓글이 줄을 잇고, ‘내로남불’ 분석이 잘 된 글은 베스트 게시물에 등극한다.

조 후보자는 지난 2009년 8월부터 최근까지 트위터에 올린 글만 약 1만5500개에 달한다. 1년에 1550개, 하루 4개씩 10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올린 셈이다. 사회 부조리를 준엄하게 꾸짖는 글이 대부분이고, 민정수석 재직 시절엔 청와대 발표 정책을 알리는 글도 썼다.

최근 페이스북에는 조 후보자의 ‘내로남불 글’만 모아놓은 ‘Cho est lux mundi’이란 계정이 생겼다. ‘조국은 세상의 빛’이라는 뜻의 라틴어로, 서울대 표어 ‘진리는 나의 빛(Veritas Lux Mea)’을 빗댄 것이다. 계정 관리자는 첨부한 사진에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신조어도 생겨난다. 조국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뜻의 ‘조로남불’, 조국은 과거의 자신과 싸운다는 의미의 ‘조과싸’, 과거 자신이 한 말이 그대로 데자뷰처럼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로 ‘조스트라다무스’라고도 불린다. ‘조적조’는 조국의 적은 조국이라는 뜻이다. 조 후보자가 올린 글이나 게시물 등을 첨부해 올릴 때는 다들 ‘조국이 조국에게’라는 제목을 달아 그를 비판하고 있다.

네티즌들이 과거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가 썼던 글들을 올려 비판한 게시물들. /인터넷 커뮤니티·페이스북 캡처

또 조 후보자가 교수로 재직중인 서울대 동문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와 조 후보자의 딸이 졸업한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는 물론 연세대와 중앙대, 이화여대, 서울시립대, 경희대 등의 대학생 커뮤니티에선 단연 ‘조국 민낯’이 화두다. 여권 일각에서 대학생들의 촛불집회를 비판한 뒤 열기가 더 뜨거워졌다. "조국 교수를 존경했던 내 자신이 부끄럽다" "정의와 평등의 가치는 모든 정권 위에 놓여야 한다" 등의 글들이 이어진다.

한 게시판에는 조 후보자가 2013년 10월 쓴 "사람이 아니라 법에 ‘충성’하는 윤석열, 노무현 정부하(下) 노통의 오른팔 안희정과 묵묵한 후원자 강금원을 구속했지만 아무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하 똑같이 하니 바로 도끼질을 당했다"는 글이 올랐다. 이 글에는 "문재인 정부하 조국 압수수색 하니 윤석열, 나라 어지럽힌단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조 후보자가 특정인을 직접 겨냥했던 글에 대한 반응은 더욱 격하다. 조 후보자는 2013년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딸이 '가계 곤란 장학금'을 받았던 것을 비판하며 "윤 후보의 대학생 딸 가계 곤란 장학금 5회 수혜, 이건 정말 아니다. 교수 월급을 받는 나는 사립대 다니는 딸에게 장학생 신청을 하지 말라고 했다"고 썼다. 또 이듬해 10월엔 정일선 현대 BNG스틸 사장과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 등을 거론하며 "원정출산, 생후 국적취득 등으로 외국인이 된 재벌 4~5세들이 한국 경제를 쥐락펴락하겠다"고 비아냥댔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딸은 장학금 특혜 의혹에, 아들은 이중국적 의혹에...무슨 생각으로 남들 욕하면서 살았을까" "조국 내로남불은 정말 끝이 없다"고 비판했다.

[최지희 기자 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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