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통계 논란]목적 따라 사용·주간 단위 발표 등…정부 책임론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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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8.29. 오전 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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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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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래가중심 '정부' vs 호가중심 '민간'…'동상이몽'
"균일분포 아닌 민간통계, 전체가구 축약한 정부와 신뢰성 차"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세종=뉴스1) 김희준 기자 = 서울집값 평균을 두고 정부와 민간통계가 엇갈리면서 시장의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 부동산중개업자에 기댄 '호가'와 실제 거래된 집값의 차이가 원인이란 분석이다. 목적에 따라 손질한 통계와 주간 단위 집값발표를 방관한 정부의 책임론도 제기된다.

◇실거래가 중심 정부 통계 vs 중개사 '호가'로 만든 민간통계

28일 부동산업계와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근 서울 집값이 10억원을 돌파했다는 기사에 대해 "몇 개 아파트를 모아서 10억원이 넘는 것을 가지고 서울 전체 (통계인) 것처럼 기사가 나왔다"고 답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26일 KB국민은행은 8월 서울 아파트 평균값이 9억8500만원에 달한다는 통계를 내놨다.

또 다른 민간 통계 부동산114도 7월 말 기준 서울 25개 자치구 아파트 평균 가격이 10억509만원을 기록했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한국감정원의 8월 아파트값 평균은 8억8600만원이다. KB국민은행 평균과는 1억원 가까이, 부동산114에 비해선 1억200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정부 통계를 맡은 감정원 측은 이 같은 괴리가 나타나는 첫 번째 이유로 '호가'와 '실거래가'의 차이를 들고 있다. 부동산114와 KB국민은행 지표는 공인중개사가 불러주는 호가에 기대고 있다는 설명이다. 호가는 말 그대로 부르는 가격이다. 고객의 주문에 따라 표시해 전달하는 매도·매수의 가격이다. 반면 감정원은 실거래가를 중심으로 감정원의 전문조사자가 가격을 산정한다.

여기서 국가승인통계는 국제 권고방식을 따른 감정원 지표다. 공식적으로 정부가 인용할 수 있는 통계도 감정원에 따를 수밖에 없다. 관건은 수치의 객관성을 보장할 수 있느냐다. 정부 안팎에선 높은 집값일수록 중개 수수료 수익이 많아지는 공인중개사의 '부르는 값'보단 실제 거래된 집값을 기준으로 나온 통계가 신뢰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다만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가격 차이가 있을 뿐 상승세는 줄곧 추이를 같이 하고 있는 만큼 1~2주차의 선행지표 성격으로 볼 수 있다"며 "집값이 오르지 않기를 바라는 정부의 통계도 100% 믿을 수 있다면 호가도 신뢰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두 번째는 조사모집단의 차이다. 감정원은 주택공시가격 정보체계 내 거래 가능한 모든 주택을 대상으로 한다. 사실상 서울 내 모든 주택이다. 감정원은 이를 축소해 월간 2만8360가구, 주간 9400가구의 평균을 낸다. 반면 KB국민은행 지표는 통계작성지역 내 자체적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가구만 대상으로 한다. 3만6000가구를 대상으로 하지만 표본의 분포가 균일하지 않다.

이를테면 집값상승이 집중된 단지만 표본으로 선택될 수도 있어 평균치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10억 집값' 기사에 언급된 부동산114 지표는 조사모집단과 추출방식, 추출기준, 표본수 모두 '미공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2020.8.2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신뢰성 떨어지는 주간 단위 부동산통계 정리해야"

조사한 모든 집값의 평균보단 중위값으로 파악해야 정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예를 들어 1억원짜리 집과 200억원 집을 더해 나누면 평균은 100억5000만원이다"며 "저렴한 집값과 고가 주택을 평균에 함께 넣으면 평균치는 비싼 집값으로 추출될 수밖에 없어 일반적으로 중위값을 더 신뢰한다"고 전했다.

8월 기준 서울 아파트의 중위값은 아직 통계가 나오지 않은 부동산114을 제외하고 감정원은 8억5300만원, KB국민은행은 9억2100만원이다. 10억원에 비해선 각각 1억5000만원과 800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다만 정부가 집값안정이란 정책목적에 맞춰 유리한 통계를 만들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김현아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은 "보통 부동산114, KB국민은행 통계 그 다음에 한국감정원 통계 3개를 추이를 비교해보면 감정원 통계가 항상 민간 통계보다 늦게 시세를 반영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며 "오히려 정부가 시세 반영을 늦게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있다"고 꼬집었다.

국가통계만 신뢰하면 당장 실수요자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KB국민은행의 시세를 활용하는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대표적이다. 김현미 장관은 이와 관련 "앞으로 대출 규제 기준도 감정원 시세를 중심으로 정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대출 규제 주관 부처인 금융위원회와 협의에 착수했다. 이 경우 KB국민은행 시세에 비해 대출한도가 줄어들게 돼 실수요자의 부담이 커진다.

전문가들은 일주일 단위로 나오는 정부와 민간의 부동산 통계가 소비자와 시장의 혼선을 부추기는 원인이라고 손꼽는다. 임미화 전주대 교수는 "통상 통계의 신뢰를 위해선 최소 1개월에서 3개월 단위가 가장 바람직하다"며 "해외에선 공공기관이 주간 단위로 가격을 발표하는 경우는 없는 만큼 1~2건의 거래로 움직이는 주간 단위 통계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h99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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