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장소만 표시된 한국 계란… 사육법-닭장까지 알려주는 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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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7.08.18. 오전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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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계란껍데기에 표기 정보 비교해보니
한국의 계란은 일반인이 껍데기를 보고 알아낼 수 있는 유의미한 정보가 어느 시도(市道)에서 생산됐는지 정도에 그친다. 하지만 프랑스 등 외국에서는 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은 편이다.

유럽연합(EU) 회원국 계란의 겉면에는 한국에는 없는 닭의 사육 방법이 포함돼 있다. 이미 15년 전부터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계란을 생산한 닭이 어떤 환경에서 사육됐는지, 어떤 모이를 먹었는지를 계란 껍데기만 보고도 한눈에 알 수 있다.

가장 앞에 표시되는 숫자는 닭의 사육 방법이다. 이는 프랑스인들이 계란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정보다. 0은 유기농, 1은 밖에서 방목한 닭, 2는 실내에서 사육한 닭, 3은 닭장 속에서 키운 닭의 계란을 뜻한다.

숫자의 가장 큰 차이는 닭장의 밀집도다. 3번은 닭장 1m²당 닭이 13마리, 1번과 2번은 9마리, 0번은 6마리가 상한이다. 0번과 1번을 받으려면 각각 닭 한 마리당 4m² 이상의 야외 사육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프랑스는 특히 닭을 키우는 데 자연광을 중시한다. 0번의 경우 95% 이상 유기농으로 키운 사료를 먹여야 한다는 단서 조항도 있다. 또 0번과 1번을 붙이려면 제3자 감독관의 감독을 거쳐야 한다. 0번의 계란 가격은 3번의 두 배 이상이다.

모든 EU 회원국의 의무는 아니지만 프랑스 계란에는 유통기한 정보도 있다. ‘DCR 01/09’는 유통기한이 9월 1일까지라는 뜻이다. 산란 날짜까지 적어놓은 계란도 많다. 한국도 종이 상자에 유통기한이 표시돼 있지만, 계란을 낱개로 담아 보관하는 가정은 껍데기만 보고는 계란이 얼마나 오래됐는지 알 수 없다. 한국 계란 껍데기에 표시돼 있는 등급판정 일자는 소비자에게 중요한 정보가 아니다.

인접 유럽 국가들로부터 수입이 많은 프랑스에는 우리나라의 지역번호 대신 국가 코드가 적혀 있다. 계란을 생산한 농장과 그 농장의 건물 번호까지 적혀 있다. 유럽에는 계란이 들어간 마요네즈와 같은 2차 식품에도 닭의 사육 방법을 붙여 놓은 제품이 많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 세종=최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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