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 20% 소득, 5분기째 감소 '역대 최장'…"최저임금 쇼크 지속 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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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5.23. 오후 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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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위 근로소득 14.5% 감소…"최저임금 충격 계속되고 있어"
소득 증가율 文정부 출범 후 최저…가처분소득, 9년만에 감소
기초연금·실업급여·아동수당 등으로 공적이전소득은 크게 증가

소득 최하위 20% 계층인 ‘1분위’ 소득이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후 최장기인 다섯 분기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부터 시작된 ‘최저임금 인상발(發)’ 저소득층 소득 감소 여파가 해를 넘겨서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0월부터 만 65세 이상 노인들이 지급받는 기초연금의 상한액이 월 2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올라가고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노인일자리 사업을 늘리고 있지만, 저소득층 소득은 뒷걸음 치고 있다.

경기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전체 가구 소득 증가율은 문재인 정부 출범기인 2017년 2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둔화됐다. 경기둔화 여파로 대기업이 지급하는 상여금이 줄면서 소득 최상위 20%인 5분위 소득이 감소한 것이 주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5분위 소득 감소는 2015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월 23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시에서 열린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1분위 근로소득 감소 지속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에 따르면, 1분위 가구의 올해 1분기(1~3월) 평균 소득은 125만4700원으로 전년대비 2.5% 감소했다. 1분위 소득은 지난해 1분기(-8.0%) 이후 다섯 분기 연속 감소했다. 1분위 소득이 가장 오랫동안 감소세를 보였던 2016년 1분기~2017년 1분기(다섯 분기)와 동률 기록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전반적인 고용이 조정을 받고, 고용조정이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로 이어지는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다.

1분위의 소득감소는 근로소득 감소가 주요 원인이다. 1분위 근로소득(40만4400원)은 전년 대비 14.5% 감소했다. 분위간 이동이 잦은 2분위(하위 21~40%)까지 고려해도 근로소득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0%에 불과하다. 표면적으로 사업소득(20만7300원)이 10.3% 늘었지만, 이는 2분위 계층에 속했던 자영업자들이 소득감소로 1분위로 떨어지면서 나타난 착시효과라는 게 통계청 분석이다. 재산소득(1만1100원)과 비경상소득(1100원)은 각각 37.8%와 90.3% 감소했다.

노인층 인구가 많은 1분위 특성(가구주 평균 연령 63.3세)상 기초연금 인상 효과가 이전소득(63만1000원) 증가(전년비 5.6%)로 나타났지만, 근로소득 감소 충격을 이겨내지는 못했다. 실업자 증가로 정부의 실업급여 지출이 늘어난 것도 1분위 등 저소득층 공적연금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재정 투입 일자리 창출 예산(3조8000억원)의 약 20%인 8000억원을 노인 일자리 부분에 투입했지만,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분위 가계동향에서 눈에 띄는 것은 소득 최상위 20% 계층인 5분위 소득(992만5000원)이 전년대비 2.2% 감소했다는 점이다. 5분위 소득이 감소한 것은 2015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5분위 소득 감소는 근로소득(741만900원, -3.1%), 사업소득(163만9300원, -1.9%), 재산소득(2만7800원, -11.4%), 비경상소득(7만4300원, -37.2%) 등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다만, 이전소득(77만2800원)은 아동수당 지급(월 10만원) 효과로 전년대비 13.8% 늘어났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경기둔화로 대기업 실적이 악화되면서 상여금 지급이 줄어든 게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소득 최상위 20%와 최하위 20%의 소득이 동시에 감소하면서 소득 상하위 격차를 나타내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80배로 사상 최대치(5.95배)를 기록했던 작년 1분기에 비해 다소 낮아졌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5.81배) 수준이기 때문에 소득분배가 의미있는 수준으로 개선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기둔화 여파로 전체 소득 증가율 둔화

가구 당 소득 규모가 큰 5분위의 소득이 감소하면서 전체 가구 소득 증가율은 문재인 정부 출범기인 2017년 2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둔화됐다. 1분기 전체가구 소득은 482만6000원으로 전년대비 1.3% 증가에 그쳤다. 이 증가율은 2017년 2분기(0.9%) 이후 가장 낮았다.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0.8%에 불과했다.

소득항목별로 보면 사업소득(89만2200원), 재산소득(1만600원), 비경상소득(2만3400원)이 각각 26.0%, 1.4%, 43.5%씩 줄었다. 근로소득(322만800원) 증가율도 0.5%로 지난해 1분기(6.1%)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기초연금 인상과 아동수당 지급 등으로 이전소득(67만3400원)은 전년대비 14.2% 증가했다.

소득증가율이 둔화되면서 소득에서 세금과 대출금 이자비용, 국민연금·건강보험 등 사회보험료 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374만8000원)은 전년비 0.5% 감소했다. 전체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이 감소한 것은 2009년 3분기 이후 9년여만이다. 지난 1분기 비소비지출은 107만8300원으로 전년비 8.3% 증가했다. 연금(15만3000원), 사회보험(15만9900원), 이자비용(11만2400원) 등이 각각 9.1%, 8.6%, 17.5%씩 늘어났기 때문이다.

가구의 소득증가율이 크게 둔화됐지만, 정부는 2~4분위 소득이 늘어난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2분위 소득은 165만3200원으로 전년비 5.0% 증가했고, 3분위(224만1800원)와 4분위(233만8200원)도 각각 5.0%, 4.0% 증가했다.

2분위는 근로소득(112만8800원) 증가율(11.3%)이 눈에 띄게 높았고, 사업소득(37만2900원)은 11.4% 급감했다. 업황 부진으로 폐업한 자영업자들이 근로자 계층으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동수동과 기초연금, 실업급여 등이 포함된 공적이전소득은 2~4분위 모두 20~30%씩 늘어났다.

정부는 가계동향 발표 직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지난해 모든 분기에서 감소했던 2분위 소득증가율이 플러스(+)로 전환하고, 근로소득 증가, 아동수당 등 공적이전소득 증가 등에 힘입어 중간계층인 2, 3, 4분위 소득이 모두 증가했다"면서 "1분위 소득은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감소폭이 큰 폭 축소되고 있다"는 평가자료를 발표했다.

[세종=정원석 기자 lll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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