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혜화역 몰카시위, 메갈리아 영향권"…정부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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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11.09. 오후 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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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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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백인성 (변호사) , 조준영 기자] [[the L] 정부 '불법촬영 관련 시위 원인과 해석' 연구용역…지방선거 앞두고 긴급 발주]

6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일대에서 열린 제5차 편파판결 불법촬영 규탄시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8.10.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5월 '홍익대 누드모델 몰래카메라' 사건 이후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벌인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이른바 '혜화역 시위'의 원인과 성격, 전개방향에 대해 정부가 비밀리에 연구용역을 맡겨 보고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는 '홍대 몰카' 사건에 대한 시위 참여자들의 인식이 남성 혐오적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Megalia)의 영향권 내에 있다고 진단했다. 또 남성을 배제하는 시위 방식에 논쟁의 소지가 있으며 앞으로 정부의 대응에 따라 시위가 다른 형태로 진화할 것이란 전망이 담겨있다.

◇정부 "공개시 논란이 생길 수 있다"며 '비공개' 처리

8일 국회와 법조계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최근 서강대 산학협력단으로부터 '불법촬영 관련 시위 원인과 해석에 관한 연구(2018년 '혜화역 시위'에 대한 해석)' 제하의 연구용역 보고서를 제출받았다.

'혜화역 시위'란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카페 '불편한 용기' 주최로 올해 5월부터 지난달에 이르기까지 5차례에 걸쳐 열린 여성 집회를 말한다. 집회에 참여한 수만 명의 여성들은 경찰이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 피의자를 사건 발생 12일 만에 붙잡은 것을 두고 피해자가 여성이 아닌 남성이어서 빠른 수사가 이뤄진 '편파 수사'로 규정하면서 여성 피해자가 대부분인 몰카 범죄에 대한 엄중 수사를 촉구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위가 회를 거듭하자 행정안전부는 장관실 차원에서 긴급하게 수의계약 형태의 용역을 발주했다. 완성된 보고서는 "현재 시위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공개시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정책연구시스템에서 '비공개' 처리했다가 취재가 시작되자 지난 7일부터 '공개'로 전환했다.

이날 머니투데이 '더엘'(the L)이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진은 "△5월 1일 홍대 남성 누드 몰카 사건 발생 △10일 피의자 검거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개시 △19일 1차 집회 개최까지 사태의 발전은 급속하게 진행됐는데, 이처럼 급속한 속도로 청와대 국민청원과 집회로 집결할 수 있었던 것은 참여자들에게 '몰카'라는 소재가 낯설지 않은, 익숙한 소재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혜화역 시위에 참여하거나 공감하고 있는 시민들에게 몰카 범죄는 △여성의 신체적 안전에 대한 위협 △사생활의 권리 및 생명권·안전권 침해 △국가로부터 정당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2등 시민'으로서 여성에 대한 자각 △여성의 신체를 위법적으로 소비할 뿐 아니라 고용차별, 임금격차, 직장 내 유리 천정 등 성별 불평등 구조를 정당화시키는 남성 권력에 대한 분노라는, 서로 연계되어 있지만 각기 네 가지 층위의 인식을 집결시키는 소재"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촛불시위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통해 얻은 대중의 정치적 효능감이 혜화역 시위와 무관치 않다고 진단했다.

◇"남성 배제 프레임, 논쟁 소지"

연구진은 "이들이 몰카라는 소재와 편파 수사라는 주장을 중심으로 집결돼 있지만, 정부의 정책적 반응에 따라 현재의 형식은 곧 해체될 것이며 다른 형태로 진화해 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또 "2015년 8월 개설된 '메갈리아' 사이트가 개설 직후부터 몰카 범죄 근절 캠페인에 활발히 나섰다"며 "현재 카페 개설자 및 주요 운영자, 참여자들의 홍대 몰카 사건 대응이나 해석은 '메갈리아' 활동의 자장(영향) 범위 내에 있다"고 분석했다.

또 연구진은 "이들은 몰카 범죄의 현재적·잠재적 피해자로 '생물학적 여성'을 호명하고 피해자가 주체가 돼 직접 행동에 나선다는 점을 천명했는데, 이런 프레임은 실제 피해자와 여성 일반을 동일시함으로써 '생물학적 남성' 피해자를 배제하는 효과를 가지며 남성 중 몰카범죄 근절 캠페인에 동참할 수 있는 우호적 시민들의 참여도 배제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며 "앞으로 이런 프레임을 유지해갈 것인지 여부는 파장이 커질수록 참여자들 내부에서 논쟁의 소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정부가 몰카 범죄라는 소재, 광범위한 여성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안전에 대한 위협감, 정부로부터 정당한 보호를 받고 있지 못하다는 박탈감에 대해 충분한 공감을 표해야 한다"며 "해당 사안을 정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공적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남성이든 여성이든 건강한 시민이라면 누구나 이 문제의 해결이 필요하다는 점을 공감할 것'이라는 스탠스를 취해 여성문제가 아닌 '위법적 범죄행위'에 대한 공적 대응이라는 정의를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고서는 "새로운 사회갈등의 주체들이 기성 제도적 권력과 자신들, 기성의 사회운동과 자신들 사이에 분명한 차별성을 두고자 하며 운동 주체로서 '시민권'을 갖고자 하는 욕구가 강렬하다"며 "인정욕구를 충족해 줄 필요가 있으며 제도적 주체로서 대우해야 대화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 외에도 "문제 제기 주체들이 '한국 남성 대 잠재적, 현재적 피해자인 여성'이라는 프레임과 '남성 권력 대 피해자인 여성'이라는 프레임을 강조하는데 반해 갈등 중재자는 △몰카 범죄자 대 피해자 △법 집행 기관(경찰, 검찰) 대 안전을 보장받아야 할 권리가 있는 시민 등 구체적인 대상을 지칭하는 프레임을 사용해야 한다"며 "특히 '몰카를 찍고 유통시키는 주체로서 남성 대 언제 어디서든 피해자가 될 수있는 여성'이라는 프레임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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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성 (변호사) , 조준영 기자 isbae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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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금융위·금감원, 지금은 검찰·법무부를 취재합니다. ch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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