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소득주도성장, 내년 하반기부터 지표에 반영"
"임금격차 해소, 일자리 창출 미흡…최저임금 수정 필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박근혜 정부와 김동연 경제팀의 문제를 결산하고 고통 분담을 호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불어민주당에서 제기됐다. ‘고용 참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노동 시장이 얼어붙고 소득 불평등이 심화하자 전 정부 뿐만 아니라 김동연 부총리까지 함께 묶어 비판의 대상으로 본 것으로 해석된다.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홍남기 부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이날 화두는 홍남기 후보자가 이끌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계속 끌고 가야 하는 지, 또 어떤 측면을 수정·보완해야 하는 지였다. 여러 여당 의원들은 김동연 부총리가 이끈 1기 경제팀이 사실상 실패한 것 아니냐면서 박근혜 정부 당시 해결을 미뤄뒀던 문제가 터져나온 것이라고 발언했다. 2019년 경제 상황에 대한 비관론도 나왔다.
박영선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홍남기 후보자가 부총리가 되면 박근혜 정부 4년과 문재인 1기 경제팀의 정책에 대해 결산해야 한다"며 "결산을 통해 구조가 바뀌고 체질이 바뀌는 데 따른 고통 분담을 호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 후보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답했다. 현재 경제 상황이 어려운 이유가 박근혜 정부와 김동연 부총리가 이끈 경제팀이 구조개혁 등 과제를 미룬 탓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 의원은 또 "2019년 1월 취업자 고용동향이 굉장히 나쁘게 나올 것"이라며 "이런 것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알렸어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쳤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6~2018년 1월 수치가 좋았기 때문에 역으로 2019년 1월에는 수치가 나쁠 것"이라고 근거를 댔다. 이어 "경제 체질 개선, 구조 개혁을 위해서는 고통이 따른다는 점을 올해 초 등에 했어야 했는데 말만 하고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도 했다. 홍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1기 경제팀은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긴 했지만, 1년 6개월이 지난 시점에 민생 경제 지표가 어렵게 나왔고 성과를 거두는 데 한계를 보였다. 2기 경제팀을 맡게 되면 구체적으로 성과를 내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김두관 의원(민주당)은 "소득주도성장의 효과가 나타나는 건 언제쯤이 될 것 같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후보자는 "내년 하반기부터 지표에 반영되지 않을까 한다"며 "단기적으로 효과가 보장되는 정책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홍 후보자는 다른 질의 답변에서 "경제 여건이 어려워 경제 지표 개선 등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경협 의원(민주당)은 "소득주도 성장정책 가운데 안되는 분야는 무엇인가"라고 물었고, 이에 대해 홍 후보자는 "일자리, 저소득층 소득 기반 확충, 생계비 경감, 사회안전망 강화 중에서 임금격차 해소, 일자리 창출 등에서 성과가 미흡했다"고 답했다. 소득주도성장과 관련해 홍 후보자는 "최저임금, 주 52시간 노동시간 보완책 등에서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저임금과 관련해서는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바꾸겠다"고 말했고, 주 52시간 근로제에 대해선 "탄력근로제 연장 등 보완책을 조속히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심상정 의원(정의당)은 "현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 가운데 실제로 했던 건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두 개 밖에 없다"며 "두 개가 잘못됐다는 이야기면 다 잘못된 것인데 차라리 실패를 인정하라"고 말했다. 심 의원은 "소득주도성장을 보완하고 구조조정, 혁신성장에 주력하겠다는 건 성장제일주의로 가겠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유승민 의원(바른미래당)은 "현 부총리와 어떻게 다르게 정책을 펴겠냐고 물어보니 그대로 하겠다는 답변이 전부"라며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 등 주요 정책을 변함없이 추진하겠다는 데, 그러면 시장에서는 부총리를 왜 교체했냐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부총리가 경제정책을 잘 못해서 문책인사를 한 것 아니겠나"며 "전임 부총리 정책을 그대로 하겠다고 하면 시장에서 무슨 기대를 가지겠느냐"고 꼬집었다.
[조귀동 기자 ca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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