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틀리면 국회의장에게도 '욕' 박는 與 강경파…"나라의 불행"

입력
수정2021.09.02. 오전 5:30
기사원문
최경민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사진=뉴시스
초선 국회의원이, 그것도 같은 당 소속이었던 6선의 국회의장에게 욕설을 했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GSGG' 파문 얘기다. 'GSGG'는 '개'에 빗댄 우리말 욕설로 간주되고 있다.

진영 논리로 인해 국회의 질서가 땅에 떨어진 현실이 반영된 현상으로 해석된다. 국가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에 대한 존중도, 당 원로에 대한 예의도, 국회의원의 품위도 모두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GSGG, 어쩌다 나왔나


김승원 의원은 지난달 31일 새벽 페이스북에 박병석 국회의장을 '디스'하는 글을 남겼다. 김 의원은 초선 국회의원으로 민주당 미디어혁신특위 부위원장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이 무산되자 이번 건과 관련한 '여야 합의'를 강조해온 박 의장을 비판한 것이다.

김 의원은 "오늘 실패했다. 국민의 열망을 담지 못했다. 죄송하다. 눈물이 흐리고 입안이 헐었다"라며 "도대체 뭘 더 양보해야 가짜뉴스 피해구제법을 제대로 통과시킬 수 있는지, 모든 직을 걸고 꼭 제대로 더 세게 통과시키겠다"고 적었다.

이후 "박병석 ~~ 정말 감사합니다. 역사에 남을 겁니다. GSGG"라고 강조했다. 'GSGG'에 대해서는 사실상 우리말 욕설을 영문으로 변환시킨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논란이 되자 김 의원은 해당 게시물을 수정, GSGG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박 의장에 대해서도 '의장님'이라고 경칭을 붙였다. 김 의원은 같은 날 국회의장실을 직접 방문해 박 의장에게 사과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GSGG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욕설이 아니라 지도자가 일반의지에 봉사한다는 'government serve general good'이라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런 영어 관용어 자체가 없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 중이다.


野, "김승원 징계하라" 총공세


김 의원의 사과에도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야당은 이와 관련한 총공세에 나서는 동시에 김 의원에 대한 '징계'를 촉구했다.

정진석 국회부의장(국민의힘)은 1일 CBS라디오에 나와 "이 얘기를 나중에 듣고 깜짝 놀랐다. 국회가 핫바지냐"라며 "박병석 국회의장이 당사자이기 때문에 나라도 나서서 국회 윤리위원회를 열어 이 문제를 다루고 징계절차를 밟겠다. 이런 문제를 방치하고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넘어가면 국회가 우습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0.10.12/뉴스1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가 자신의 비서실장 직에서 김승원 의원을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원이 자기 입맛에 들지 않는다고 국회 수장을 모욕하고 진정한 사과조차 하지 않는 건 심각한 일"이라는 설명과 함께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김인규 부대변인도 "김승원 의원의 국회의장에 대한 욕설 논란은 민주당이 원하는 것이 곧 법이라는 오만함이자 상식을 파괴하는 행위"라며 "민주당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언론중재법도 철회해야 할 것이며 대한민국 국회의 품격과 나아가서 국격을 훼손시킨 김승원 의원을 징계해야 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국가 시스템 우습게 봐…민주당 '개판' 인증"


이런 비판에도 민주당은 김 의원에 대한 징계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버티기'에 들어간 것이다. 자연스레 자신들이 믿는 '대의'에 거슬리면 국회의장도, 당 원로도 없는 여당 강경파의 민낯이 드러난 사태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달 31일 CBS라디오에서 "국회의장한테 쌍욕까지 하고 있다. 소수의 이른바 '대깨문(강성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에 편승한 소수의 강경 의원들이 국가 시스템 자체를 우습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김 의원이 GSGG를 'government serve general good'의 약자라고 해명한 것을 두고 "문재인 정권은 GSGG인가, 아닌가"라고 비꼬기도 했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 "GSGG는 역사에 남을 것이다. 현직 의원이 국회의장한테 욕한 셈인데 민주당 '개판' 인증"이라고 비난했다. 김 의원의 '해명'에 대해서는 "주제에 잔머리를 굴린다. 그렇게 훌륭한 단어를 왜 삭제했나"고 꼬집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페이스북에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기본적인 인성이 갖추어지지 않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정치인이 되었다"라며 "나라의 불행"이라고 글을 썼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정치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