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해 인증사진 올리던 ‘고양이 n번방’ 참여자들에게 살해 위협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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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4.12. 오후 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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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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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n번방 처벌 청원방’ 방장 본지 인터뷰
“가해 주로 하는 ‘고어전문방’에 있던 고양이 가해자들, ‘잔인함’ 즐겨”
사람·동물 잔인하게 다루는 방법 공유…“활·총기류 등 다루는 사람도”

“자해로 인한 유혈사진 인증” “내부고발자 죽이겠다”
‘행동대장’ 격인 이모 씨, 동물 학대 사진 30여장 인증
제보자 “사회적 관심 모아져 동물학대 처벌 강화되길”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고양이뿐 아니라 잔인하게 사람과 동물을 학대하는 영상과 사진을 올리고 자신이 한 가해를 인증하던 방입니다. 저는 지금 살해 위협을 느껴 밖에도 못 나갈 정도로 두렵습니다.”

최근 길고양이 학대 가해자들의 처벌을 청원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하 청원 채팅방)의 방장이자 이른바 ‘동물판 n번방 사건’의 언론 제보자인 A 씨는 12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고양이를 가해한 사람들로부터 신변의 위협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한 동의자만 20만명을 넘기며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길고양이 학대 주범들에 대해 A 씨는 “(가해자들은)단순히 길고양이만을 표적으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애초 가해자들이 동물이나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고 학대하는 것을 모의하고 즐겼던 방이라는 설명이다. A 씨는 최근 문제가 불거진 길고양이 가해자들이 있던, ‘동물판 n번방’이라고 불렸던 채팅방(이하 가해 채팅방)의 참여자이기도 했다.

A 씨는 “서로 원하는 잔인한 행동을 얘기하고, 인증 사진까지 올리던 장면을 수개월간 목격하다 보니, 이들의 보복이 실제 가능하다는 두려움이 든다”며 “최근 이들이 흥신소를 통해 저를 찾겠다는 모의까지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집밖으로 쉽게 나가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A 씨에 따르면 가해자들은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로 유명한 이슬람국가(IS)의 참수 영상도 수십개씩 가해 채팅방에서 공유했다고 한다. 길고양이를 학대하는 내용을 올린 가해 채팅방에 있던 구성원들은 사람들을 잔인하게 해치는 사진도 수백장씩 공유하던 ‘잠재적 살인마’들이라는 것이 A 씨의 설명이다.

길고양이의 몸통을 잔인하게 짓이기고, 통발에 가둬 학대하는 영상을 올려 최근 논란이 된 이들이 모인 가해 채팅방의 이름은 원래 ‘고어전문방’이었다. 그러다 최근 가해 채팅방의 방장이었던 B 씨가 기존 ‘고어전문방’을 없앤 뒤 겉모습을 바꿔 또 다른 가해 채팅방을 새로 만들었다. B 씨는 새로 만든 가해 채팅방에 더 잔인한 내용을 즐기고 인증할 수 있는 사람만 참여할 수 있도록 제한을 뒀다.

이에 A 씨는 지난 7일 고양이를 학대한 원래 가해 채팅방 속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새로운 청원 채팅방을 개설했다.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시키자는 목적으로 청원 채팅방의 이름에 가해 해팅방과 같은 ‘고어전문방’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청원 채팅방에서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 230여 명의 참여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길고양이를 학대한 가해자들이 모인 ‘고어전문방’에 있던 사람들이 나눈 대화의 일부. “동물의 가죽을 산 채로 뜯는 영상, 동물을 갈아 죽이는 영상을 원한다”는 내용이다. [A 씨 제공]


A 씨는 지난해 여름부터 가해 채팅방에 있었다. 그는 “무더운 날씨 때문에 무서운 영화를 찾아보기 위해 ‘고어’ 관련 검색을 카카오톡에서 하다가 이 방에 들어갔다”며 “단순히 무서운 이야기만 나눌 줄 알았는데 너무 끔찍한 얘기가 지속됐고, 증거를 수집해 신고하기 위해 계속 그 방을 지켜봤다”고 얘기했다.

A 씨에 따르면 원래 가해 채팅방의 경우 개설 초기 40여 명이었던 참여자가 최근에는 10여 명으로 줄어들었다. 해당 방의 잔인함을 신고하거나, ‘운영 원칙’을 반대하는 사람을 가해 채팅방에서 퇴출시키며 그 규모가 줄어든 것이다.

가해 채팅방에서 이야기하던 사람들의 연령층은 10~40대로 다양했지만, 20대가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A 씨는 기억했다. 물론 연령대 추정은 채팅 대화만을 근거로 한 것라고 그는 부연했다. A 씨는 “당시 가해 채팅방의 방장 B 씨는 스스로를 미성년자라고 밝혔지만, 하는 행동을 보면 20대로 보였다”고 했다.

A씨는 기자와 통화 도중 가해 채팅방에 있으면서 봤던 충격적인 장면 몇 개를 떠올렸다. 우선 ‘자신의 몸을 칼로 자해하고 유혈이 낭자한 사진을 올리는 인증 사진’의 경우 해당 채팅방에 있던 사람들이 올렸던 것을 언급했다. 남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2명과 여자로 자신을 소개한 2명이 돌아가며 자해 사진을 올렸고, 이를 지켜본 사람들이 “멋지다”며 칭찬을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A씨는 가해 채팅방에서 ‘행동대장’ 역할을 한, 20대로 추정되는 이모 씨에 대해 극도의 두려움을 표했다. 이 씨는 채팅방의 여러 사람들이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한다”고 부추기면 그에 걸맞는 잔인한 사진들을 올렸다는 것이다. 이 씨는 “모두 자신이 한 행동”이라며 ‘인증 사진’을 지속적으로 올렸는데, 최근 길고양이를 학대한 사진과 영상 역시 모두 이 씨 소행이라는 것이 A 씨의 주장이다.

한번은 이 씨가 단체로 30여 장의 사진을 가해 채팅방에 올리기도 했다고 A 씨는 전했다. 개, 너구리, 고양이, 고라니, 염소 등 다양한 종류의 동물들의 몸통이 잘리거나 시체가 벗겨진 사진들이었다고 한다.

A 씨는 특히 목이 잘린 고라니 사진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엄마와 아기 관계로 보이는 고라니 두 마리의 목을 잘린 사진이었는데, 눈이 떠진 상태의 고라니 얼굴이 아무렇지도 않게 바닥에 내팽개쳐진 모습이 끔찍했고 했다.

A 씨는 “그렇게 잔인한 행동을 하고서도 어떠한 죄책감도 없어 보였고 너무 잔인해 잊혀지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그 당시 30여 장은 가해 채팅방의 방장인 B 씨가 카카오톡 대화창 가림 기능을 통해 가려놓았다고 A 씨는 전했다. A 씨는 “경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가려진 30여 장을 공개해 가해자들이 처벌받기를 바란다”고 했다.

A 씨는 “내부고발자인 제게 보복하려고 흥신소 등을 찾아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행동대장이자 그 방의 차기 보스 역할을 하는 이 씨는 실제 총기류, 활 등 위험한 물건을 다수 소지하고 있다는 것을 인증했고, 무기 숙련도도 높아 겁이 난다”고 말했다.

현재 이 씨는 가해 채팅방에서 침묵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 채팅방에서 “고양이 가해자들이 모인 방을 신고한 사람들을 죽이겠다. 일반 시민들도 가만두지 않겠다. 머리채를 다 자르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고양이를 비롯한 동물 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계속 반복되는 동물 학대의 심각성이 대외적으로 알려지고 동물보호법 개정과 가해자 처벌 강화가 안착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청원 채팅방 운영 등 활동을 지속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와 관련, 길고양이를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하거나 학대한 영상·사진을 공유한 가해 채팅방에 대해 경찰은 강제 수사에 나선 상태다. 지난 11일 서울 성동경찰서는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된 가해 채팅방 참여자들의 신원을 특정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앞서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8일 이들에 대해 동물보호법 및 야생생물관리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성동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길고양이를 학대한 후 학대 사진과 영상을 공유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고어전문방’ 운영자에 대한 엄벌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12일 오전 9시 현재 청원 동의 사람수가 21만명을 넘어섰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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