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시골사는 할배·할매가 DJ…"콩마을에 방송국 서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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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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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부터 라디오 방송국 개국 작업
콩마을 한가운데 방송 스튜디오 설치
영덕군 고래산 마을에도 방송국 개국
경북 예천군 '풍정 라디오'가 롤모델
콩마을 롤모델인 풍정 라디오의 한 장면. [중앙포토]
"인자(이제) 동네 할배·할매가 라디오 디제이 안 하니껴(합니다)~." 경북 영주시 부석면 소천1리 '콩마을'에 라디오 방송국이 들어선다. 마이크와 송출장치 등 방송 장비가 들어찬 스튜디오까지 있는 진짜 동네 방송국이다.

17일 경북 영주시에 따르면 콩마을 방송국은 다음 달부터 2억원을 들여 마을 내에 DJ 스튜디오 설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개국 작업에 들어간다. 콩마을 방송국은 기존 라디오처럼 주파수를 전파소에서 할당받아 권역별 방송을 하는 방식이 아니다. 디지털로 방송한다.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어, 이를 통해 목소리를 청취자들에게 전달한다.

콩마을 주민들이 콩타령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경북 영주시]
이동희 영주시 건설과 담당은 "전파소에서 더이상 아날로그 라디오 주파수를 할당할 수 없다고 해서 디지털 앱으로 방송을 하게 되는 것인데, 방송국 시설 공사를 진행하면서 전문업체를 선정해 송출용 앱 개발에도 나선다"고 말했다. 첫 시험 방송 예상 시점은 내년 하반기다.

거창한 프로그램이나 전문 DJ는 없다. DJ는 마을 주민들이 돌아가며 맡는다고 한다. 콩마을 주민들의 평균 연령은 73세. 표준어를 구사하는 DJ가 한 명도 없다. 주민들은 말끝에 '더'나 '껴'를 주로 붙여 이른바 '영주식' 사투리를 쓴다. "하니껴(합니다)" "그랬니더(그랬습니다)" 같은 식이다.

173가구(280여명)뿐인 시골 마을답게, 방송 내용은 파격적으로 구상 중이다. 마을 소식 전하기를 주로 방송할 예정이다. 이런 식이다. "장날 나가보이 고등어가 억수로 맛있디더", "배차(배추)가 싸게 나왔니더", "그 집 할매 생일 아이껴" 등이다.

콩마을에 라디오 방송국이 들어서게 된 것은 경북도의 '이웃사촌 행복라디오 마을' 사업에 콩마을이 뽑히면서다. 콩마을은 노인들이 모여 살지만, 달타령을 개사한 '부석태 콩타령'을 함께 부르고, 콩타령 합창단을 운영하는 등 주민 화합이 잘된다. 문패 달기 운동도 스스로 한다. 라디오 방송국이 있으면 시골 마을에 더 활력이 넘칠 것으로 경북도는 보고 있다. 이색 마을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을 수도 있다고 봤다. 이에 영주시와 의기투합해 예산을 들여 라디오 방송국을 세우기로 한 것이다.

콩마을 주민들이 콩타령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경북 영주시]
경북도는 콩마을과 함께 영덕군 '고래산 마을'에도 라디오 방송국을 만들 계획이다. 이 마을 역시 161명(87가구)이 사는 전형적인 시골. 하지만 콩마을과 달리 귀농·귀촌자들이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신돌석 장군 생가 유적지가 있고, 주민들 스스로 무궁화 꽃길을 만드는 등 화합이 잘되는 곳으로 유명하다.

경북도 관계자는 "예천군 풍정리에 가면 2017년 만들어진 '풍정 라디오' 방송국이 있다. 마을 노인들이 DJ를 하며 운영 중인데, 콩마을 등의 롤모델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안동=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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