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배우려다 커플 됐어요"···BTS 열풍이 부른 'AMW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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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5.31. 오전 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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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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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으로 대표되는 K-POP 등 한국 문화가 서구권에서 인기를 끌며 ‘AMWF(Asian Male White Female·아시아 남성과 백인 여성)' 트렌드가 주목받고 있다. AMWF는 동양 남성과 백인 여성 커플을 뜻하는 말이다.

30일 인스타그램에서 'AMWF'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해시태그로 등록한 게시글은 8만6000개에 달했다. 중앙일보 인터뷰에 응한 5쌍의 AMWF 국제커플은 “인종으로 개인 특성을 구분 지을 순 없다”면서도 “BTS와 한국 드라마, 이른바 ‘K-컬처’ 열풍으로 동양 남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다”고 입을 모았다.

‘데이팅 앱’으로 만나다
1년 넘는 장거리 연애 끝에 한국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서해찬(21)-알레나 곤잘레스(20·독일) 커플. 본인 제공
1년 10개월째 연애 중인 서해찬(21)-알레나 곤잘레스(20‧독일) 커플은 외국인 친구를 연결해주는 애플리케이션(앱) ‘미프(MEEFF)’를 통해 서로를 알게 됐다. 2018년 1월부터 알레나는 유럽에서, 서씨는 한국에서 앱을 통해 소통했다.

같은 해 6월 알레나가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국내 어학원에 8주 코스를 등록하고 입국하면서 처음 '실물로' 만났다. 알레나가 다시 귀국하기 전날인 8월 4일 밤 알레나가 서씨에게 먼저 "남자친구가 되어달라"고 고백하면서 사귀기 시작했다. 서씨는 알레나와 1년 4개월간의 장거리 연애 도중 2번을 더 만났다. 6개월 전부터는 함께 살고 있다.

알레나는 “K-Pop과 K-Drama(한국 드라마) 덕분에 한국 뿐 아니라 한국인에게 관심을 갖게 했다”며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한국행을 택했다”고 말했다. 서씨는 “BTS와 한국 드라마가 유명해지면서 한국 남성에 대한 인식 바뀐 것 같다”며 “특히 동양 남성은 약하다고 생각하는 편견이 걷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결혼한 안동기-안리나(독일) 부부는 ‘HelloTalk(헬로톡)'이라는 앱을 통해 처음 연락을 주고받았다. 헬로톡은 외국인과 언어를 교환하며 배울 수 있도록 하는 취지로 만든 앱이다. 회원가입시 모국어와 배우고 싶은 언어를 설정하면 대화 가능한 상대와 국적이 표시된다.
지난해 10월 결혼한 안동기-안리나(독일) 부부. 이들은 유튜브 채널 '구텐탁TV'를 운영하고 있다. 본인 제공
안씨는 “BTS의 영향으로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외국인이 아주 많다”며 “리나도 어릴 때부터 한국 드라마 등을 보면서 아시아 문화에 관심이 생겨 앱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한국에서 결혼해 함께 살고 있다. 안씨는 “리나는 마음씨가 착하고 예쁘다”며 “무엇보다 검소해서 좋다”고 말했다. 한국어를 꾸준히 공부한 리나 덕에 서로 한국어로 불편없이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유튜브 '레이진TV'를 운영하며 한국에서 함께 살고 있는 유진우(29)-레이 하기스(26·미국) 부부. 본인 제공
지난해 12월 결혼한 유진우(29)-레이 하기스(26·미국) 부부 역시 서로 언어를 교환하는 앱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처음 만난 날 주꾸미를 같이 먹으며 친해졌고, 연애 5개월 만에 결혼이 성사됐다.

유씨는 “결혼하고 같이 사는데도 레이는 내 영양제를 먹기 전에 꼭 ‘먹어도 되느냐’고 물어본다. 사소한 물건이라도 서로의 것을 존중한다는 뜻”이라며 “문화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외국인도 똑같은 사람이다. 국제커플을 이상한 시각으로 보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레이는 유씨보다도 한식을 즐겨 먹는다. 특히 도토리 비빔국수를 좋아해 틈만 나면 교외 식당을 찾는다.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
다수의 AMWF 국제커플에 따르면 미국·유럽 등 서구권에서 한국에 호기심과 매력을 느껴 아르바이트(알바)를 하면서 중장기로 지내거나 여행하는 경우도 늘었다고 한다. 1년 7개월째 연애 중인 유민호(24)-카트리나(24·러시아) 커플은 잘못 배송된 택배로 인연을 맺었다.
제주도에서 살고 있는 유민호(24)-카트리나(24·러시아) 커플이 제주 생각하는 정원에서 데이트를 하고 있다. 본인 제공
2018년 10월 제주도의 한 오피스텔을 단기 임대해 여행 중이던 카트리나에게 옆집에 사는 유씨가 받아야 하는 택배가 잘못 배송됐다. 유씨는 “누군가 초인종을 눌러 나가보니 처음 보는 외국인이 내 택배를 들고 있었다”며 “서로 말이 안 통해 구글번역기로 대화를 했고, 이후 감사 인사를 하면서 급격히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카트리나는 한국이 좋아 여러 차례 한국을 여행했다고 한다. 카트리나는 “BTS가 인기를 끈 뒤로 한국 남자와 연애하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많다”며 “'모든 한국인이 BTS 같지는 않고, 각각 다른 사람'이라고 얘기해주곤 한다”고 말했다. 유씨와 카트리나가 함께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어바웃케미’에 올라온 영상엔 영어와 러시아어로 된 댓글이 절반가량 된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박지혁(30)-박카트린(31·독일) 부부의 결혼사진. 이들은 독일에서 '독한 것들'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본인 제공
박지혁(30)-박카트린(31·독일) 부부는 지난해 12월 결혼한 뒤 독일에서 함께 살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초 카트린이 한국 여행 중 알바를 하던 서울 잠실의 한 레스토랑에서 처음 만났다. 10개월 연애 끝에 결혼한 박씨는 카트린이 살던 나라에서 함께 살기로 결심했다.

그는 “카트린의 밝고 긍정적인 성격이 함께 살아도 되겠다는 확신을 갖게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K-컬처로 인해 한국인에 대한 관심이 이전보다 확실히 커졌다”며 “국제 연애에 관심이 있다면 먼저 말 한마디 건네 봤으면 한다. 생각보다 반가워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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