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 시대 부품사 점검]'준비는 끝났다'...한국타이어, 미래 성장은 전기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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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7.31. 오후 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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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화 전환(Electrification)을 맞은 자동차 부품사는 어떻게 생존할까.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의 1차 벤더로 '자가용 시대' 호황을 누렸던 차 부품사의 전략을 들여다 본다.

전기차 구매를 한번쯤 고민했다면 주행거리와 충전을 가장 먼저 고민했을 것이다. 주행 중 갑자기 배터리가 방전됐는데, 근처에 충전소까지 없다면 그야말로 '악몽'이다. 소비자들은 주행거리가 긴 전기차를 구매시 우선순위로 판단한다.

배터리가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전기차 원가의 30~40%를 차지하고, 엔진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전기차의 '코어'는 배터리다. 그렇다면 고성능 배터리만 탑재한다면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저절로 늘어날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그렇지 않다. 전기차의 전비는 주행습관, 차량 및 배터리 상태, 타이어 등의 총합이다. 주행거리에 영향을 미치는 다수의 요인들이 있어, 고성능 배터리가 긴 주행거리를 담보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전기차 부품 중 타이어는 주행거리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부품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과 비교해 공차중량이 150~200kg 무겁다. 차체중량이 무거워질수록 연비가 떨어진다. 무거운 배터리가 차체 하부에 탑재되고, 바퀴 회전력이 빨라지면서 타이어 마모가 심해진다. 

타이어는 차체와 노면을 연결하며, 차체 무게의 최대 50배에 달하는 자동차 전체 중량을 지탱해야 한다. 전기차의 경우 타이어의 중요성이 더 크다.  

(사진=한국타이어)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엔진 소음이 없다. 이로 인해 노면 소음이 더 크게 들리는데, 노면 소음을 최소화하는 타이어 기술이 필요하다. 만약 내연기관 때처럼 타이어를 소모품이라고 생각했다면, 전기차는 이러한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전기차에 더 적합한 타이어를 꼼꼼하게 골라야 하기 때문이다.

타이어 업체들도 전동화 전환을 맞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 타이어 3사 중 전동화 시대를 가장 먼저 준비한 건 금호타이어였다. 금호타이어는 2013년 전기차 전용 타이어 와트런(WATTRUN)을 출시했다. 전기차가 생소했던 시기 전용 타이어를 출시해 판매량이 많지 않았고 현재 단종됐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는 금호타이어보다 5년 늦게 전기차 전용 타이어 '키너지 EV'를 출시했다. 이후 유럽 시장에서 고성능으로 인기를 끈 벤투스 S1 에보3를 전기차 전용으로 내놓았다. 벤투스 S1 에보3는 미쉐린과 피렐리 등 11개 글로벌 타이어 브랜드를 차치고 성능 면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제동력과 접지력, 핸들링 등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벤투스 S1 에보3 EV는 현재 포르쉐 타이칸, 아우디 e-트론 GT, 테슬라 모델3, 폭스바겐 ID4 등에 탑재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전기차 풀라인업을 구축했다. 브랜드명은 '아이온(iON)으로 승용차부터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까지 모든 전기차에 장착할 수 있다. 아이온은 18인치부터 22인치까지 여름용 23개와, 겨울용 40개, 사계절용 23개 등 86개 규격을 망라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전기차가 상용화되기 전부터 세그먼트별 맞춤형 기술 개발 전략을 세워 시장 변화에 대응해왔다. 이러한 전략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오랜 기간 전기차에 적합한 타이어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한국타이어는 오랜 기간 전동화 시대를 준비해 왔다. 2016년 2664억원을 투자해 '테크노돔'을 건설했다. 테크노돔은 전기차와 자율주행 등 자동차와 모빌리티 산업의 변화에 맞춰 미래지향적 기술을 개발하는 중심축 역할을 맡았다. '글로벌 R&D 네트워크의 허브인 셈이다.

테크노돔은 타이어의 주재료인 컴파운드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연구개발과 타이어 완제품을 테스트를 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의 기술 목표(HEM, Hankook Electric Mobility)는 고하중 지지력과 월등한 접지력, 초저소음 등이다. 전기차의 경우 무거운 차체 중량으로 인해 초기 토크가 강한 편이다. 운전자들은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느낌을 느끼게 돼 높은 수준의 마찰력을 필요로 한다.

한국타이어는 침엽수에서 추출한 레진과 식물성 오일이 첨가된 컴파운드를 적용, 접지력을 극대화했다. 주행시 소음을 줄이기 위해 타이어의 패턴과 피치 배열을 달리 했다. 타이어와 지면이 닿는 접지 형상을 최적화해 소음을 줄이고 있다. 

이 외에도 타이어 트레드 블록 내부에 홈을 가공해 노이즈 주파수를 상쇄하는 기술도 있다. 일반 고객들도 많이 아는, 타이어 내부에 스펀지 같은 흡음재(Foam)을 붙이는 기술도 있다.

한국타이어는 전동화 시대를 준비해 왔고, 전기차용 타이어로 풀라인업을 갖췄다. 글로벌 메이커들이 전기차 판매를 확대하면서 한국타이어의 타이어 판매량도 확대되고 있다. 한국타이어의 전기차용 타이어 판매량과 매출 기여도를 확인할 수 있는 발표 자료는 없다.

전기차용 타이어는 고부가 가치 제품으로 분류돼 실적 기여도가 높다. 지난해 한국타이어는 7조141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3년 7조692억원의 매출을 낸 이후 7년 만에 매출 7조원을 넘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6421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률은 8.9%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 타이어 3사는 해상운임이 폭등하면서 수익성이 저조했다. 원재료의 48%를 차지하는 고무 원가가 오르면서 수익성이 더욱 나빠졌다. 지난해 합성고무 원가는 20%, 6% 인상됐다.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여러 악재에도 한국타이어는 3사 중 가장 우수한 실적을 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41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넥센타이어의 영업이익률은 0.2%(영업이익 43억원)에 그쳤다. 반면 한국타이어의 영업이익률은 9%에 달했다.

한국타이어 IR 자료

한국타이어 또한 넥센타이어와 금호타이어와 마찬가지로 타이어 판매 수입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수출 비중은 85% 이상으로 내수 판매량은 매우 적다. 한국타이어는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운송비 인상의 영향을 고스란히 입었다.

비결은 18인치 이상 고인치 타이어의 판매량에 있다. 고인치 타이어는 일반 타이어보다 약 20~30% 비싸 수익성에 보탬이 된다. 지난해 고인치 타이어 매출 비중은 전년보다 3% 포인트 늘어난 38%에 달했다. 올해는 42%로 전망된다. 한국타이어의 전기차 타이어는 18~22인치에 달하는 고인치 타이어이다. 전동화 전환이 확대될 수록 한국타이어의 수익성은 더욱 높아진다.

재무구조 또한 안정적인 점도 장점이다. 지난해 말 한국타이어의 부채비율은 43.5%를 기록했다. 재무구조가 매우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총차입금은 1조7811억원을 기록했다. 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은 1조5451억원을 기록했는데, 차입금보다 현금성 자산이 많아 무차입 경영 상태였다. 유동비율은 229.3%를 기록해 유동성이 매우 풍부했다.

한국타이어 IR 자료

올해 유가 상승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안정적인 재무구조는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 경영 부담을 낮추는 요인이다. 한국타이어는 고인치 타이어를 중심으로 한 영업전략을 통해 올해 수익성 방어에 주력할 전망이다.

한편 한국타이어는 내달 2일 2분기 경영 실적을 발표한다. 1분기 경영실적은 시장의 컨센서스보다 20%를 상회했다. 환율과 판가 인상 등의 영향이 반영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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