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에이전트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임재철 (갤럭시아 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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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6. 19. 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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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Inside The Park] 갤럭시아 SM 임재철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서다.- 에이전트 임재철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조금희
Location 갤럭시아 SM


개막전, 마수걸이포, 1번 타자, 데뷔 경기. 수많은 시작들은 우리를 설레게 한다. <더그아웃 매거진>의 창간호를 장식하며 그 ‘시작’을 함께 했던 임재철. 이번에는 <더그아웃 매거진>이 그의 두 번째 시작을 함께했다. 2015년 은퇴 후 스포츠 매니지먼트 분야에 도전한 공식 샐러리맨. 새로운 분야에서 인생의 제2막을 시작한 ‘국장님’ 임재철을 만나보았다.





처음과 처음의 조우
“국장님이라는 칭호가 아직도 어색하네요. 다른 직원들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고.” 야구장이 아닌 논현동의 고층 빌딩에서 임재철 선수, 아니 국장님을 만날 수 있었다. 박인비, 손연재의 매니지먼트사로 유명한 IB스포츠가 SM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출범시킨 갤럭시아 SM. 이 회사의 야구사업국 국장이 된 임재철은 낯선 정장을 입고 인사를 건넸다. 야구선수에서 에이전트가 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오랜만입니다. 국장님. 더그아웃 창간호 인터뷰이셨는데, 어느덧 5주년이 되었습니다.
<더그아웃 매거진>이 잘되는 이유가 있네요. (웃음) 축하드립니다.
 
저희에게 처음 인터뷰 제의를 받았을 때는 어떠셨나요? 아무래도 낯섦이 컸을 것 같은데요?
그렇죠. 그래도 저도 홍보할 수 있고, 당시 팀이었던 두산 베어스도 홍보할 수 있으니 서로 윈윈이었어요. 당시 제가 더그아웃의 처음이었고, 지금은 또 제가 처음 일을 시작하는 때이니까, 의미가 남다르네요.
 
이 인터뷰 당시에 마지막을 롯데에서 장식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성공하셨어요.
목표가 마흔까지 현역으로 뛰는 것이었어요. 한국 나이로는 마흔이지만 만으로는 서른아홉에 은퇴를 하게 됐죠. 2016년 시즌까지 했어야 하는데, 다소 아쉬워요. 하지만 좋은 직장에 취직을 했으니 절반의 성공이라고 볼 수 있겠죠?
 
그렇죠. 직장인으로서 하루를 어떻게 보내시나요?
아홉시에 출근을 합니다. 칼출근, 칼퇴근. (웃음) 제가 퇴근해야 다른 직원들도 퇴근하기 때문에 칼퇴근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이렇게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시즌 개막하면 바뀌겠죠? 야구 경기가 끝나는 10시 정도까지는 있어야 하니까요.
 
선수였을 때는 늦게 하루를 시작하셨잖아요. 아침에 일어나기가 쉽지 않으실 텐데요.
멀쩡하다가도 회사만 오면 피곤하네요. (웃음)

 
정장을 입은 국장님을 본 아이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아이들은 아무래도 어색해합니다. 야구장에서 유니폼을 입고 있는 모습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은 터닝메카드(‘뽀통령’을 위협 중인 애니메이션)만 사가면 되니까. (웃음)
 
터닝메카드 최고죠. 직장인이 되면서 더 크게 달라진 점이 있나요?
이번에 오키나와로 출장을 갔다 왔습니다. 전에 팀에 있을 때는 팀에서 해주는 대로 따라가면 됐었어요. 근데 이번에는 제가 공항 가서 혼자 수속 다 밟고, 렌트카 빌려가지고 운전해서 가야되고. 다시는 출장 혼자 안 갈 겁니다. 다른 직원하고 같이 갈 거예요. 그리고 컴퓨터가, 옛날에 군대에 있을 때 조금씩 했었는데 다시 생각이 안 나네요. 컨트롤 씨, 컨트롤 브이. (웃음) 출장 일지도 써야하고 정산도 해야 하는데, 힘들어요.
 
그렇죠. 야구를 하는 입장과 보는 입장은 다를 것 같아요.
계속 프로 선수만 보다가 지금은 고교 야구선수들을 보고 있습니다. 내가 볼 땐 잘 못하는 선수인 것 같은데 스카우트들은 대단한 선수라고, 저 정도의 선수가 쉽게 안 나온다고 하니까. 그런 부분이 어려운 것 같아요. 계속 다니다 보면 그들의 관점이 제게도 조금씩 보이겠죠? 그런 것도 경험이니까요. 야구 할 때가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야구를 오래 해야 해요. 그래서 우리 갤럭시아 SM에 오면 오래 야구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웃음)
 
자연스러운 홍보였습니다. 한결 편해진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선수였을 때는 몸을 만들려면 힘들고 고비도 많았어요. 지금은 누가 터치 안하니까 그냥 유지만 하고 있죠. 육체적으로 편안해요. 7층인 사무실까지 계단으로 걸어서 올라오는 정도의 운동만 하고 있죠. 선수 때는 멀리 했던 술도 지금은 하루가 멀다 하고. (웃음) 운동할 때는 어느 자리에 가도 술을 안 먹었었는데, 지금은 내세울 것도 없고 먹으라고 하면 먹어야죠. 주량은 소주 한 병이라고 써주세요. (웃음)

 
스포츠 매니지먼트와 에이전트
KBO리그에서는 아직 에이전트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정부가 프로야구 에이전트 육성에 대한 열의를 보이는 만큼, 곧 전문 에이전트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의 스캇 보라스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갤럭시아 SM과 같은 회사들은 이런 에이전트를 보유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임재철은 이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좋은 선수, 메이저리그에 갈 가능성을 지닌 선수를 갤럭시아 SM이 잘 뽑아 와서 지원합니다. 그러면 그 선수가 진짜로 미국에 진출하거나, 한국에서 슈퍼스타가 될 수 있고요. 그러다보면 광고 등을 통해 저희 회사도 수익을 얻을 수 있겠죠?”
 
에이전트가 있다면 선수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받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식단, 용품, 멘탈 케어 등 다양한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제 경험상 야구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먹는 것, 피로 회복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때문에 비타민, 아미노산 등을 지원해 줄 계획입니다. 겨울에는 몸 만드는 프로그램, 식단도 짜줘야 하고요. 몸으로 하는 운동이다 보니, 아프지 않도록 몸 관리도 해주고 빨리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겠죠. 이런 것들이 선수들 입장에서는 좋은 것 같습니다. 맞을지 모르겠지만 보약 같은 것도 달여보고.
 
용품은 어떻게 지원하는 건가요?
용품 지원과 관련해서는, 갤럭시아 SM이 효성 그룹과도 관계가 있거든요. 효성의 브랜드인 언더아머의 용품들을 지원해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대한 선수가 원하는 브랜드로 맞춰줄 생각입니다. 우리 때는 학교에서 주는 대로 썼었는데. (웃음) 이런 것과 비교하면 정말 최고의 대우를 해주는 것이죠. 최고의 선수가 될 수밖에 없게.
 
확실히 선수 출신이라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 같아요.
맞아요. 그래서 기록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기록을 뽑아주는 전담 직원을 한 명 채용했어요. 월별로 이번 달에는 홈런을 몇 개 쳤고 이런 식의 기록. 나아가 부모님이나 집에 생길 크고 작은 일까지 모두 신경써주는 회사가 되고 싶어요. 선수는 집중해서 운동만 하면 되는 환경을 만들어 줄 겁니다. 이런 종합적인 관리를 통해 오늘 시합이 끝나고 내일 시합에 좋은 컨디션으로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저희의 가장 큰 역할입니다.
 
멘탈 케어는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지나요?
고등학교 때 특급 재능을 타고났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들도 프로에 와서는 몇 년 못 버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는 심리적인 부분이 영향을 미친 것이죠. 흔히 멘탈야구라고 하잖아요. 저도 지금 생각해보면, ‘좋은 선생님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항상 혼자 싸웠었거든요. 옆에 그런 선생님이 있었으면 상담도 하고, 슬럼프 극복에 관해서도 많은 조언을 얻을 수 있었을 테니까요. 그래서 저희 회사에는 심리학 전문가가 있습니다. 골프가 혼자 싸우는 경기다보니 준비되어 있죠. 야구사업국에서도 그런 심리 전문가를 모셔와야죠.
 
아, 국장님의 아쉬움에서 비롯된 것이군요.
네. 현역 생활을 17년 했으니 오래한 편이긴 하지만, 우리 회사의 지원을 받았더라면 더 오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웃음) 시골에서 태어나 혼자 싸우다보니 막히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아요. 잘하고 싶은데 잘 안되니까. 그걸 빨리 극복했어야 하는데, 그런 점이 좀 어려웠어요. 잘하는 선수들은 야구장에 가면 밝아요. 활기차고 재미있어하고.
 
맞습니다. 야구를 즐기는 것 같아요.
LG 트윈스 최정우 코치님이 “너 어릴 때 뭐 하고 놀았냐?”고 물어보셨던 적이 있어요. 딱지치기했다고 했죠. 딱지치기가 재밌어서 오전에 시작해서 밤까지 하고 그랬어요. 그랬더니 코치님이 딱지치기할 때처럼 야구를 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딱지치기요?
네. 그때는 저도 어려서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좀 더 지나고 나서 알았죠. 야구장에서 야구를 하는 것 자체로 모두 행복한 선수들인데, 그걸 모르고 계속 남을 쫓아가려다 보니까 그게 슬럼프가 되는 거였어요. 잘 안되면 빨리 잊어버리고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하는데, 안되는 점을 계속 생각하니까 더 안되는 거예요. 이런 부분도 갤럭시아 SM에서 관리해줄 수 있는 부분이죠. (웃음) 

 
에이전트 임재철
17년의 오랜 현역 생활과 다양한 팀에서의 적응을 통해 누구보다 에이전트의 필요성을 간절히 느껴온 임재철. 그렇기에 새로 시작한 업무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기대가 큰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제가 입사했으니 지금부터 갤럭시아 SM의 강점을 만들 거예요. 우리 회사에 들어오면 슈퍼스타가 될 수 있다, 이런 이미지를 만들고 싶어요. 저 회사에 들어가면 성적도 향상되고, 새롭게 거듭날 수 있고, 나아가 메이저리그로도 진출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가진 회사가 될 겁니다.”
 
에이전트가 된다고 한 후, 주변 야구인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모 감독님이 “도대체 너 하는 일이 뭐냐?”라고 하셔서 명함 드리고 설명해드렸죠. 다른 은퇴한 후배들이 많이 문의하기도 해요. 에이전트 일 해보고 싶다고.
 
그럴 때 뭐라고 대답하세요?
야, 아직 나도 출근 안 했어. (웃음) 나부터 좀 살자.
 
하하, 출근하고 나서, 국장님은 미래에 어떤 에이전트가 되고 싶으신가요?
직장인이다보니 회사의 이익을 창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운동선수로서 팬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게 만들어 주고 싶어요. 현역 시절 저는 많은 행복을 드리지 못했지만, 적어도 저희 회사 소속 선수는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야구 선수들이 좋은 대우를 받고, 좋은 환경에서 좋은 장비로 야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이익보다는 감동이군요.
너무 돈을 쫓아가다보면 안 좋은 것 같아요. 회사와 선수가 윈윈할 수 있으면 좋겠죠.
 
사실 에이전트가 관리도 해주지만, 주목받는 부분은 아무래도 연봉협상이잖아요.
그렇죠. 지금은 연봉협상이라고 해봐야 구단이 금액을 제시하면 거기에 사인하는 정도예요. 구단 눈치도 봐야 하고. 열 번이 넘는 연봉협상을 하다 보니 에이전트의 필요성을 느꼈죠.
 
예민한 부분이지만, 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되면 FA 거품논란이 커지지 않을까요?
물론 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되면 몸값이 뛸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하지만 선수들에게 훨씬 좋은 환경을 줄 수 있는 제도입니다. 때문에 선수들 입장에서는 빠른 시일 내에 시행되어야 할 제도고요. 에이전트 제도를 반대하는 구단들은 모두 적자라고 앓는 소리를 하지만, 야구를 통한 홍보 효과는 수치로 따질 수가 없잖아요. 하루빨리 에이전트가 시행되어 선수들이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머지는 전부 우리가 하면 되니까요.



임재철의 두 번째 타석
임재철은 갤럭시아 SM이 좋은 직장인 이유로 ‘야구 현장을 떠나지 않고 계속 야구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임재철에게 야구는 직업 이상의 가치를 지닌 보물이었다. “저에겐 야구란 평생 봐야 하고 평생 해야 하는 거예요. 팬들이 존재하고 야구가 존재하는 한요.”라는 진지한 대답을 해준 임재철의 제2의 야구 인생을 들어보았다.
 
혹시, 생활 체육 야구도 하시나요?
저희 사업국에 생활 체육 야구팀이 있어요. 또 제가 다니는 헬스장에도 팀이 있고요. 대부분의 생활 체육 야구 리그는 만 40세부터 ‘선수 출신’에 대한 제한이 풀리거든요. 그래서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야구를 평생 하고, 평생 봐야죠.
 
은퇴한지 1년도 안되셔서 감각이 살아있을 것 같아요.
오히려 부담감이 큽니다. 안타를 세 개 이상 쳐야 하고. (웃음) 투수로 올라가면 아웃카운트를 다 잡아야 하고요. 못 잡으면 망신당하죠. 안타를 하나밖에 못 치거나 삼진 먹으면 그다음부터는 못할 것 같아요. 딱지치기하듯이 재밌게 해야 하는데, 또 괜히 부담감을 느끼고 있네요.
 
이렇게 사랑하는 야구를 17년 동안 해온 불꽃남자 임재철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일단 그 별명이 정말 좋고요. 없는 실력에 오래 버텼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이)승엽이나 (김)현수처럼 팬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는 선수였으면 좋았을 텐데. 프로야구에 한 획을 그은 선수는 되지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고생해서 여기까지 왔네요. 새롭게 시작한 에이전트 일은 조금 더 잘했으면 좋겠어요. 남들보다 더.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임재철의 두 번째 시작을 함께하게 된 <더그아웃 매거진>에게도 한마디 해주세요.
<더그아웃 매거진>이 포털사이트 메인에 등장하기도 하고, 유명한 선수들을 인터뷰하기도 하는 것을 보며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제 5주년이 되기도 했으니 앞으로도 더욱 성장해서, 한국에 야구가 있는 한 계속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
임재철은 최준석, 이범호 등 후배 선수들을 신혼집에서 묵게 해줄 정도로 후배들을 아끼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뷰 내내 반복된 “선수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말이 더욱 진실성 있게 다가왔다. “사실 에이전트가 ‘돈’을 쫓아간다는 오해가 있어요. 하지만 저는 돈에 대한 욕심보다는 선수들이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싶은 것뿐입니다. 더 많은 후배들이 혜택을 받고, 저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야구해서, 저보다 더 큰 감동을 팬들에게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중략)

뉴스골라주는남자
뉴스골라주는남자 교육·학문

Contents Platformer, Lecturer, Businessperson, Music Lo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