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 타결 vs 일괄 타결'…오판한 김정은, 밀어붙인 트럼프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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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3.03. 오후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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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로 끝난 ‘핵담판’ 재구성 / 美 언론, 합의 불발 과정 상세 소개 / 金 “제재 5건 해제하면 영변 폐기” / 트럼프 영변 이외 핵시설 등 거론 /“그랜드바겐… 비핵화 올인” 주문 / 金 “신뢰없이 한꺼번에 못해” 쐐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세기의 핵 담판’에 실패한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미국 정부 관계자와 외교 소식통을 비롯해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이 잇따라 두 정상이 합의 불발에 이르는 과정을 상세히 소개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저녁 회담장인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가벼운 환담을 한 뒤 만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위원장이 자리에 앉자마자 먼저 말을 꺼냈다. 김 위원장은 “민수 경제와 인민 생활에 지장을 주는 유엔 안전보장위원회 대북 제재 5건을 해제하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유엔 제재 결의가 모두 11건이고, 이 중 2016∼2017년에 취한 5건을 해제하면 영변 핵 단지를 폐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변 단지 전체를 폐기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것은 그 전에 한 번도 제안한 적이 없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 정상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준비됐다. 그러니 더 통 크게 하자. 그랜드 바겐을 하자”고 맞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에) 올인을 해라”고 주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비핵화의 정의를 둘러싼 논란을 의식해 미국이 생각하는 비핵화에 관한 정의를 명문화한 문서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고 NYT가 보도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관련 시설을 포기하면 대북 제재를 전면 해제하고 북한의 경제 발전을 돕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옥슨힐에서 열린 미 보수 진영의 연례행사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도착, 연설에 앞서 성조기를 껴안으며 미소짓고 있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과 베트남 국빈방문 일정을 모두 마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오후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서 특별열차에 탑승하기 전 손을 흔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조·미 두 나라 간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할 수는 없다”고 맞섰다. 이어 “어떠한 추가적인 비핵화 단계도 미국의 제재 완화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고 쐐기를 박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단계별 타결’을 제안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일괄 타결’을 주장해 접점을 찾지 못했다.

김 위원장이 제시한 부분 타결안을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에게 제시한 것과 동일한 내용이라고 WSJ가 지적했다. 북·미 실무회담에서 협상안을 타결하지 못하자 폼페이오 장관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등 참모진은 일괄타결 가능성을 사실상 ‘제로’로 봤지만, 자신을 능숙한 협상가로 자평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였다고 NYT가 전했다. 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영변 핵 단지 폐기와 제재 완화 맞교환 방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오판했다고 NYT가 지적했다.

한편 3일 AFP 통신에 따르면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2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두 정상의 만찬 메뉴를 준비했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의 총괄 주방장 폴 스마트가 두 정상의 대조적인 스테이크 취향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정상회담 첫날인 27일 만찬의 메인 메뉴로는 양념된 등심구이와 배속 김치가 나왔다. 스마트는 “김 위원장은 레어(rare·덜 익힌)를 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웰 던(well done·완전히 익힌)으로 했다”고 말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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