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을 만나다] 조혜련 "'웃겨야 한다' 내려놓으니 편안…자유롭게 도전"②

입력2021.07.18. 오전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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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지상파에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은 이미 실종됐다. 코로나19로 코미디언들의 행사나 공연 스케줄도 이전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웃음을 주는 코미디언들이 웃음을 잃은 상황이 됐다. 지금은 TV나 무대에서 많은 코미디언을 볼 수 없지만, 이들의 웃음에 대한 열정은 여전하다. 자신들은 힘들어도 대중이 웃으면 행복해하는 코미디언들을 <뉴스1>이 만나, 웃음 철학과 인생 이야기 등을 들어보고자 한다. [코미디언을 만나다]를 통해서다.

방송인 조혜련 / 조이컬쳐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끊임없는 도전,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이뤄내고야 마는 근성. [코미디언을 만나다] 열세 번째 주인공인 개그우먼 조혜련(51)의 삶의 키워드 중 하나다. 1992년 KBS 대학개그제로 방송을 시작해 30년 동안 활동하면서 개그뿐만 아니라 운동 태보, 외국어, 연기,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 성과를 냈다.

최근 조혜련이 도전한 새로운 분야는 바로 '축구'. 여자 축구를 소재로한 SBS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에서 개그우먼 팀인 '개벤져스'의 골키퍼로 활약 중이다.

단순한 예능인 줄 알았더니 월드컵 못지 않은 열기가 넘치는 '골때녀'다. 멤버들은 스케줄을 조정하면서 매일같이 훈련을 하고, 경기를 할 때마다 어찌나 진심을 쏟는지 눈물 마를 날이 없다.

팀원들과 함께 하지만, 또 골키퍼 포지션에 맞춰 나 홀로 싸움도 펼치는 조혜련 역시 축구에 푹 빠져들었다. 매주 골키퍼 훈련을 받고, 저녁이면 공원에 나가 볼 컨트롤 연습을 했단다. 골키퍼 출신인 아들 우주군과도 함께 훈련하며 모자 간의 좋은 시간을 쌓기도 했다.

방송인 조혜련 / 조이컬쳐 제공 © 뉴스1
조혜련에게 축구는 일상에 활력과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어줬다. 또한 개그우먼으로서의 가치관에도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개그우먼이기에 어디서든 웃겨야 한다고 생각했던 강박 아닌 강박을 내려놓게 됐다.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면 보는 이들에게 진심이 통한다는 걸 느꼈기 때문. 조금은 더 유연한 자세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코미디언을 만나다】조혜련 편①에 이어>

-학창시절 골키퍼를 맡았다던 아들 우주군이 함께 훈련을 하고, 경기장에도 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지금은 우주가 군대에 가있다. 입대 전에 시간이 조금 생겼을 때 딱 '골때녀'의 훈련이 진행됐다. 같이 훈련하면서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우주가 테니스공을 사와서 반응속도 훈련을 가르쳐주더라.

-우주군이 SNS 프로필에 '조혜련씨 아들'이라고 써두었더라.

▶예전에는 (조혜련의 아들이라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받아들인 것 같다. 불편하지 않은 느낌이다. 엄마의 인지도를 활용하려는 건가?(웃음) 사실 우주는 방송 일에 대한 생각이 없고 게임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한다. 방송에 나온 것도 엄마 일이니까 나온 거다. 엄마가 하는 일을 조금 더 잘 이해해주는 것 같다.

SBS '골때리는 그녀들' 제공 © 뉴스1
-열심히 하는 모습에 호평이 컸다. 본인에게 '골때녀'는 어떤 의미인가.

▶그동안 개그우먼으로서 웃음을 주고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많이 맡았는데 '골때녀'는 그렇지 않다. 진짜로 축구를 하고, 또 열심히 한다. 그동안 개그맨에게 보이지 않았던 모습이 보이니 좋게 봐주신 게 아닐까 싶다.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내가 느낀 게 꼭 웃겨야 한다든가, 웃음을 주는 장르에만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거다. ('골때녀'도) 웃기는 프로그램은 아닌데, 내가 이 프로그램에 맞게 진심을 다했더니 좋은 이야기들을 들었다. 장르의 틀에 벗어난 시대라는 걸 깨달았다. 운동선수 출신도 방송을 많이 하고 있잖나. 나도 꼭 코미디만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벗고, 더 다양하게 진심을 다해 임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재미'의 강박을 벗으니 편하고 자유로운 마음이다.

-어학, 운동, 요즘에는 신학 공부를 하고 있다고. 어떻게 이렇게 지치지 않고 여러 분야를 도전할 수 있는 건가.

▶뭔가에 도전하면 끝까지 해내려고 하는 편이기는 하다. 그런 점 때문에 버거움을 느낀 적도 있다. 도전하면 잘 할 때까지 한다. 오늘도 노래 연습을 하고 왔다. 노래를 하는 무대에서 웃기는 게 아니고 제대로 부르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다. 잘 하고 싶다. 지금은 즐겁게 하고 있다.

-도전을 많이 하면서 위기를 겪거나 힘들었던 점은.

▶앞뒤 안 재고 무리해서 뛰어들면 힘든 거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도 심하게 하고, 권투도 공부도 그렇게 했다. 과거에는 그런 점이 힘들기도 했지만, 나이를 먹으니 그래도 그 습관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인 것 같기도 하다. 나를 보고 '50대 넘은 조혜련도 저렇게 운동을 하네' '갱년기가 와도 열심히 사네' '아이들과 갈등이 있을 때 저렇게 해결을 하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 살면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일들도 있지만, 그런 걸 지나 이렇게 열심히 사는 내 모습을 보며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시기도 하더라.

방송인 조혜련 / 조이컬쳐 제공 © 뉴스1
-최근 방송에서 보이는 모습이 조금 더 유연해졌달까. 한결 가벼운 마음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게 삶의 관록인 것 같다. (과거에는) 워낙 에너지가 넘치니까 내가 튀어야 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나만 보는 게 아니잖나. 그걸 받아들이고 깨지고 깎이면서 다듬어지는 것 같다. 그런 점을 편하게 봐주신 것 같다. 마음가짐이 유연해진 것 같기는 하다. ('골때녀'에서는) 웃기려고 나서지 않고 골키퍼를 열심히 하면 된다. 노래 프로그램에 나가면 노래를 열심히 부르는 거다.

-또 달라진 점이 있나.

▶예전에는 한 번에 여러가지 일을 하려고 했다. 지금은 '골때녀' 하나에 집중해서 열심히 한다. 그러면 오히려 그 뒤로 다른 일들이 이어지더라.

-편안해진 모습이 보기 좋다. 앞으로 활동하면서 웃음을 주고 싶은 대상이 있다면.

▶10대 아이들? 유튜브를 보는데 요즘 아이들이 빅마마 등 유명한 가수들을 모르더라. 나도 태보선수로 아는 친구들이 있다.(웃음)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자신은 없지만, 아이들이 내가 하는 개그에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윤효정 기자(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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