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구글캠퍼스 본사/사진=홍재의 기자 |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는 과거 스탠포드대학 행사에서 젊은 인재가 나이 든 사람보다 우수하다는 내용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이는 실리콘밸리기업들의 고용문화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세계적인 IT산업의 허브이며 스타트업들의 창업신화가 쏟아져 나오는 실리콘밸리는 IT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선망하는 꿈의 직장이 몰려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 직장인들은 40세가 넘으면 해고의 불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냉혹한 현실에서 살고 있다. 실리콘밸리 IT기업들 사이에 연봉이 높고 나이 많은 사람보다 젊고 싼 인력을 채용하려는 선호가 큰 탓이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에서 직장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가장 넘기 힘든 장벽으로 꼽은 요소는 인종도 경력도 아닌 ‘나이’다.
미국 기업의 일반 근로자의 ‘중위(median)연령’(나이 순서대로 줄을 세웠을 때 정가운데에 해당하는 나이)은 42세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에서의 중위연령은 이보다 훨씬 어리다.
PayScale의 발표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IT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의 중위연령은 고작 30세이다. 애플은 31세, 구글과 테슬라가 30세, 페이스북과 링크드인은 29세이고 심지어 이보다 훨씬 더 낮은 회사들도 있다.
중위연령이 30세라는 의미는 실리콘밸리에 그만큼 젊은 사람이 많다는 뜻도 되지만, 반면에 40~50대 직장인이 많지 않다는 말도 된다. 참고로 한국기업은 신입직원의 평균 입사 나이가 남자가 32.3세, 여자는 30.1세이다.
최근 블룸버그뉴스는 경력보다 나이를 선호하는 실리콘밸리 IT기업들의 고용문화를 소개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블룸버그뉴스는 이런 고용문화가 재취업을 원하는 나이 든 구직자들을 어려보이기 위한 전쟁으로 몰아넣는 또 하나의 기형적인 풍토를 낳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 예로 50이 넘은 나이에 실리콘밸리에서 재취업을 찾던 안드레아 로드리게즈는 젊은 사람을 선호하는 실리콘밸리의 채용 풍토에 맞추기 위해 실제 나이 보다 젊게 보이기 위한 피나는 노력을 감행해야만 했다.
그녀는 면접에서 원래 입던 정장 대신 젊은 감각의 밝은 색 스웨터나 재킷, 스커트를 입었고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최신 유행어를 습득했으며, 그들이 선호하는 영화나 프로농구팀(골든스테이트), 리얼리티쇼 유명인 등을 대화의 주제로 삼을 수 있도록 준비했다.
뿐만 아니라 링크드인에서 500개의 링크를 연결하고 핀터레스트, 스냅챗 등의 SNS에 가입해 블로그 활동도 시작했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 끝에 5개월이 지나서 마침내 취직에 성공할 수 있었다. 취업 후에도 2030세대의 젊은 동료들이 그녀를 '어머니뻘'이 아니라 '언니뻘'로 대하도록 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만약 사운드 오브 뮤직 같은 옛날 영화 이야기를 했다간 대화가 바로 끝나버린다니까요? 완전 아싸(outsider의 준말)되는 거죠.”
메르세데스 벤츠에서 2015년 2월 해고된 55세의 자동차 엔지니어인 마이클 페레도도 재취업을 위해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던 나비넥타이를 포기해야만 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나비넥타이 대신 티셔츠를 입었고, 그 결과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 벨로다인사에 채용될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의 노동전문 변호사 마이클 웰치는 실리콘밸리의 IT기업들 대부분이 젊고 싼 인력을 사용하기 위해 나이가 많은 근로자들을 단계적으로 해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젊은 사람을 선호하는 이유는 숙련된 나이 든 근로자들보다 더 적은 급여로 업무 수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에 '이익극대화'라는 경제논리가 냉혹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실리콘밸리의 고용환경은 '삼팔선'(38세 구조조정),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남아 있으면 도둑)라는 블랙유머로 대변되는 한국사회와 흡사하다.
이들 신조어는 한국사회에서 나이가 고용과 구직, 재취업을 가로막는 견고한 장벽으로 자리 잡았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평균 퇴직연령이 낮아지면서 은퇴 이후의 삶을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이는 고령화현상과 맞물려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노조 등의 근로자 보호장치가 있어 해고가 자유롭지 않은 한국이 사정이 나은 걸까. 세계적인 IT산업의 중심지인 실리콘밸리는 그 어떤 가치보다 경제논리가 우선하는 냉혹한 곳이다.
조성은 인턴기자 luxuryshine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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