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마스크 써야 하냐"는 김승환 전북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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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3.03. 오전 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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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임 왜 하면 안되나" 글도
'모임 자제하고 거리 두기 하자' 보건당국 지침과 전혀 다른 행보

대구 확진자 급증하던 10여일 전 600명 행사서도 마스크 안 써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우한 코로나 방역 지침에 대해 '마스크를 왜 쓰느냐'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그는 또 "모임을 자제하고 거리 두기를 하자"는 보건 당국의 지침과 호소에도 수백 명이 모인 행사 참석자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모습을 찍은 기념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하필 대구·경북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던 지난달 21~22일 무렵이었다. 교육감이 정부의 방역 방침을 정면으로 거스르며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8일 김승환(맨 오른쪽) 전북교육감이 전북교육청 코로나 바이러스 대책본부 공무원들을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김 교육감과 대책본부 공무원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다. 김 교육감은 이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마스크를 왜 쓰느냐'는 취지의 글을 달았다. /김승환 교육감 페이스북

김 교육감은 지난 28일 페이스북에 '전북교육청 코로나 바이러스 대책본부에서 일하는 공직자들의 하루하루 삶은 긴장과 과로의 연속'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함께 올린 사진을 보면 교육감을 포함해 교육청의 코로나 대책본부 직원 14~15명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 이 글을 본 A씨는 댓글에 '교육청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전북 교육이 마비된다. 회식이나 소모임 자제 부탁한다'고 썼다.

그러자 김 교육감은 '이 시기에 거의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써야 하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모든 사람을 잠재적 감염자로 봐야 하기 때문인가? 회식이나 소모임을 자제해 달라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답글을 달았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특히 많은 사람을 접촉해야 할 경우 보건용 마스크(KF80) 이상을 쓰도록 권장한다. 회식과 소모임을 자제해 달라는 것은 질병관리본부 등 방역 당국이 모든 국민에게 거듭 호소하는 내용이다. 김 교육감은 의사 말을 인용해 '호흡기 상태가 안 좋은 사람들에게 마스크는 도리어 해롭다'고도 썼다. 김 교육감은 지난 1일에도 페이스북에 '건강하면 마스크 쓰지 마라. 손 세척이 더 중요하다'는 기사를 올렸다. '마스크를 사지 마라. 마스크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막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고 말한 내용이 적혀 있다.

이에 김 교육감의 페이스북 친구 B씨는 '교육감 생각을 전 직원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 교육청 직원들이 마스크 쓰는 게 눈치가 보인다고 한다'고 적었다. B씨의 댓글을 본 김 교육감은 '교육청 직원들이 마스크를 쓰지 못하게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 팩트인가'라며 '이 댓글을 바로 캡처했다'고 B씨에게 경고성 글을 남겼다. B씨는 곧바로 '제 개인 의견을 올린 것뿐인데 만일의 경우를 고려해 캡처했다는 말에 압박감이 많이 느껴진다. 그동안 다른 직원들은 (압박감을) 안 느꼈을까'라고 반박했다.

마스크 안 보이는 신규 교사 임명행사 - 지난달 20일 전북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유·초·중등 신규 교사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한 신규 교사와 가족들. 600여명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다. /김승환 교육감 페이스북

실제로 우한 코로나 사태 발발 이후 김 교육감은 공식 행사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찍은 사진을 잇따라 페이스북에 올렸다. 2일 현재 전북 확진자는 7명이며, 사망자는 없다. 그러나 급격히 확산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특성상 위험도가 결코 낮다고 할 수 없다. 문제는 자신뿐 아니라 교육청 직원과 행사 참석자도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다.

대구·경북에서 우한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던 지난달 21일 '2019년도 문해 교육 프로그램 초등 학력 인정서 수여식'에서 김 교육감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대상자들과 인사하며 인정서를 나눠줬다. 참석자도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지난달 20일 전북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유·초·중등 신규 교사 임명장 수여식'에서도 마스크를 쓴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신임 교사와 이들의 가족 등 600여 명이 실내에 모인 대규모 행사였다. 행사 사진을 보면 극소수를 제외하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다. B씨 주장처럼 교육감이 쓰지 않을 뿐 아니라 마스크 착용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니, 교육청 직원과 행사 참석자들이 마스크 쓰는 데 압박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김승환 교육감과 전북교육청의 이런 행태를 본 시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모(38·전주)씨는 "교육감이라는 사람이 이런 엄중한 시국에 비상식적 발언으로 혼란을 키우고 있다"며 "전북교육청에서 우한 코로나 확진자라도 나오면 교육감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모(42·익산)씨는 "이런 자에게 아들딸 교육을 맡기고 있었다는 게 한탄스럽다"며 "자기 아들은 영국으로 유학 보내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기 때문에 다른 자녀들은 마스크 안 써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주=김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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