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 차익 얻고 배당금 세제 지원까지... 리츠의 전성시대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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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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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대내외 경제상황에 대한 불확실성 우려가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 꾸준한 수익을 내는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인 리츠(REITsㆍ부동산투자회사)가 주목 받고 있다. 특히 저금리와 국내 주식시장 급랭으로 갈 곳을 잃은 투자자들은 소액으로도 쉽게 투자할 수 있는 상장 리츠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정부도 세제 혜택을 예고해 수익률은 더욱 개선될 전망이다.

◇커피 한잔 값으로 건물주


17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국내에서 운용 중인 전체 리츠 수는 229개, 총 자산 규모는 44조원 수준이다. 6년 전보다 각각 149개, 32조2,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2001년 국내에 도입된 리츠는 상업용 부동산,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 부동산 관련 증권 등에 여러 주체가 함께 돈을 모아 투자하고 수익(임대료ㆍ매각차익)을 배당 형태로 나눠 갖는 형태다.

특히 주식시장에 상장된 리츠의 경우 일반 투자자도 손쉽게 참여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보유한 회사로부터 받는 배당뿐 아니라 주식의 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리츠는 대형 공모 리츠인 이리츠코크렙, 신한알파리츠를 포함해 5개다. 이들의 주당 가격이 3,000~8,000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커피 한 잔 값으로 대형 빌딩 지분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네이버, 크래프톤(온라인게임 배틀그라운드 개발사) 등이 입주한 분당의 대형 오피스빌딩 등에 투자하는 신한알파리츠의 주가는 올해 1월17일 5,360원(종가 기준)에서 이날 7,950원으로 48%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뉴코아 야탑ㆍ일산ㆍ평촌점 등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하는 대형 쇼핑몰에 투자하는 이리츠코크렙도 같은 기간 30% 넘게 상승했다. 투자자 입장에선 이 기간 코스피 지수가 10%가량 떨어진 와중에도 안정적 수익을 얻고 상반기 5%대 배당금까지 챙길 수 있었다. 리츠업계 관계자는 “상장 리츠는 수익률이 수도권 오피스텔(4~5%)보다 나은 데다 번거롭게 직접 임대 관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리츠 수 및 자산규모 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정부도 리츠활성화 나서


물론 국내 리츠 시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해 기준 상장 리츠 시장 규모는 1조원 수준으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 리츠가 도입된 일본(2000년ㆍ128조원)이나 홍콩(2003년ㆍ36조원)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뒤늦게 우리 정부도 리츠 활성화에 나섰다. 국토부는 최근 공모 리츠에 5,000만원 한도로 3년 이상 투자하는 개인의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분리과세 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으면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소득세율 6~24%로 누진과세되는데, 여기에 합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세율도 현행 14%에서 9%로 낮춰준다.

정부는 또 개인이 안심하고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상장 리츠에 대해서는 전문기관의 신용평가 결과를 공시하는 한편 예비상장심사 면제, 주택기금의 리츠 투자 확대도 검토 중이다. 주택시장에 쏠리는 가계 자금을 금융시장으로 분산시켜 집값 과열을 막는다는 취지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인자금이 주택투자에 집중되는 대신 기업의 새로운 사업을 돕는 투자자금으로 활용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부동산 시장 안정’과 ‘기업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 규제 등 대내외 경제 상황도 리츠의 매력을 부각시킨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부 방안인) 배당소득세 9%의 저율 분리과세 적용 시 일반과세 대비 약 0.4%포인트, 종합과세 대비 약 2%포인트의 수익률 개선이 가능하다”며 “주식시장의 불확실성 증가, 금리인하 등 시장 환경도 (리츠에) 우호적인 만큼 향후 시장 확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리츠 황금기 오나


상장 리츠는 올 하반기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당장 다음달부터 롯데리츠(공모규모 4,000억원) NH재간접리츠(1,000억원)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2,350억원) 등 대어급 리츠가 신규 상장을 앞두고 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대우건설도 리츠자산관리회사(AMC)를 설립하고, LH주택기금 등도 앵커리츠(대기업 등이 최대주주로 자금조달ㆍ자산운용을 전담하는 리츠) 조성을 위한 AMC 설립을 준비하고 있어 내년에도 다수의 리츠 상장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향후 2~3년은 리츠의 황금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만 부동산 시장이 침체해 세입자들이 대거 이탈할 경우 공실 발생으로 수익률이 크게 악화할 수 있다는 점 등은 감안해야 한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향후 금리가 오를 경우 이자 부담 증가로 투자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며 “리츠에 투자할 때는 기초자산인 부동산뿐 아니라 누가 리츠를 만들고 운용하는지, 회사의 실적은 어떤지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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