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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 유저를 납치한 카카오? 배틀그라운드 매칭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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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3. 22:3982,683 읽음

12월 1일, 서로 다른 서버에서 플레이하는 배틀그라운드 카카오 버전 유저와 스팀 유저가 강제로 매칭 되는 현이 발견됐습니다. 공식 발표대로라면 카카오 버전과 스팀 버전의 서버는 분리돼 있는데...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네요. 

이로 인해 각 게임 커뮤니티가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분리해서 운영하는 카카오 버전과 스팀 버전을 합치려는 시도 아니냐', '카카오 버전의 유저 수가 부족하니 스팀 유저를 끌어들인 것 아니냐'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요. 그 외 온갖 불만과 비판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로 인해 카카오 게임즈와 펍지에서는 '간헐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해명하고 수정 작업에 나섰지만, 유저들은 여전히 의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왜 이런 일이 생겨났는지, 유저들의 반응은 어떠한지 정리하는 포스트를 쓰게 됐습니다. 참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목차
- 사건의 발단과 전개 과정

- 유저들의 반응 ①: 황당하고 혼란스럽다

- 유저들의 반응 ②: 불신감이 더욱 커졌다

- 유저들의 반응 ③: 고의가 아닐 수는 있지만...

- 유저들의 반응 ④: 환불 요청

- 맺음말



사건의 발단과 전개 과정

사건은 12월 1일, 한 스팀 유저가 공식 카페에 제보글을 올리면서 일어났습니다. 요점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출처)


- 요점: 집에서 스팀 계정으로 접속했는데도 카카오 서버에 매칭이 됐다

- 근거와 과정 
① 평소처럼 스팀 버전으로 접속하여 매칭 버튼을 눌렀는데 '카카오 서버/솔로'라는 글자가 떴다 (이때까지만 해도 표기 오류인 줄로만 알았다) 

② 1~2시간 뒤 치킨 한 마리 뜯고(1등을 하고) 전적을 확인해봤는데 스팀 계정에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다. 

③ 이상하다 싶어서 리플레이 영상을 참조하여 자기와 매칭 된 유저들의 로그를 검색해봤다. 그랬더니 카카오 버전 유저가 나왔다.

 심지어 자기는 스팀 계정으로만 플레이하는데, 전적창에는 카카오 버전으로 1회 플레이했다고 떠 있었다. 다시 말해 스팀 서버로 접속했는데 카카오 서버로 끌려가는 기현상을 겪은 셈

⑤ 그런데 자기만 끌려온 것 같지가 않았다. 자기와 함께 매칭 된 유저들을 검색해보니 그중에는 스팀 유저도 섞여 있었기 때문 

첫 제보자가 카카오 서버 유저들과 매칭 되기 전에 일어났던 현상. 스팀 계정인데도 카카오 서버가 잡혀있습니다
끝나고 보니 전적창에 카카오 버전 플레이 전적이 등록됐다 하고요

그러자 다른 게이머들이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확인하러 나섰습니다. 그 결과...

첫 제보자처럼 카카오 버전 전적이 등록됐다는 유저들이 하나둘씩 발견됐고요. (출처1/출처2)

'95명이 매칭 된 게임을 조사해본 결과, 스팀 유저가 31명, 카카오 유저가 48명, 기록 열람이 안 되는 언노운 유저가 14명이었다. 스팀 유저를 많이도 데려왔다'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출처: 인벤

이로 인해 많은 유저들이 확신을 가지게 됐습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카카오 버전이 스팀 유저를 끌어쓰고 있다'라고요. 또한 '서버를 분리했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달랐다'라며 분노하는 목소리도 나왔고요. (출처)

그리하여 너도 나도 가릴 것 없이 개발사와 카카오 게임즈한테 항의하는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그리고 이번 사태가 스팀 서버와 카카오 서버를 통합하려는 조짐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요.

인벤 유저가 올린 설명용 그림 (이미지 클릭 시 출처로 이동 가능)


결국 공식 카페와 카카오 버전 홈페이지 관련 공지가 올라옵니다. '현재 간헐적으로 (스팀 유저가) 카카오 서버의 플레이어와 매칭 되는 현상이 확인됐습니다'라고요. 유저들의 의혹이 진실로 밝혀진 셈입니다. (출처)

문제를 확인한 개발사는 12월 2일 오후 2시 10분부터 수정 작업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오후 6시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을 담은 공지사항을 발표했고요. (출처


- 조치를 하고 나서는 정상적으로 매칭이 되고 있다. 앞으로도 동일한 문제가 일어나는지 지속적으로 살펴보겠다

-  카카오 서버와 스팀 서버를 통합할 계획은 없다. 유저분들께 오해와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그렇다면 유저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공식 카페와 게임 커뮤니티, 그 외 경로를 통해 수집해봤습니다.

유저들의 반응 ①: 황당하고 혼란스럽다

가장 많이 나온 반응입니다. 개별 서버로 서비스한다고 선언했던 카카오 버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면서요. 

참고로 카카오 게임즈는 10월 24일에 '스팀 통합 서버에서 카카오 버전을 서비스하겠다'라고 발표하고는, 11월 13일에 별개 서버로 서비스하겠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쾌적한 플레이 환경을 제공할 수 있고 불법 프로그램(핵) 대응을 용이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요. 

그런데 정작 스팀 유저와 카카오 유저가 매칭이 잡히는 사태가 터졌으니... 속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죠. 일부 유저는 잠결에 착각을 해서 해골물을 들이킨 원효 대사처럼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현재 여러 사이트로 퍼지고 있는 풍자짤.



유저들의 반응 ②: 불신감이 더욱 커졌다

이번 사태에 분노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카카오 게임즈가 '새벽 시간에도 매칭 잘 잡히고 서버 쾌적하며 핵도 안 보이는 버전'이라고 홍보했는데, 이번 사태 때문에 믿을 수가 없게 됐다면서요.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 이번 사태를 봐서는 카카오 서버와 스팀 서버가 물리적으로 완전히 분리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메인 서버에 문제가 일어나면 카카오 서버 또한 악영향을 받을 수 있겠다는 걱정이 생겨났다.

- 간헐적인 문제라고 했으나 믿어야 하나 싶다. 어쨌든 기술적으로 통합하기는 쉬운 구조 아닌가?

- 12월 1일이 아니라 그 이전에도 스팀 유저를 끌어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핵을 쓰는 유저를 끌어왔을 수도 있고.... 그래놓고 '핵 없는 서버, 깨끗한 서버'라고 홍보하고 있었다니 소름이 돋는다 

- 실제로는 새벽 시간에 매칭이 잘 안 잡혀서 스팀에서 유저를 끌고 온 거 아니냐. 그러면서 '카카오 버전으로도 매칭 잘 잡힌다'라는 기사, 새벽에도 매칭 문제없다는 공식 페이스북 홍보 글을 내놓아 유저를 기만한 거 같아 불쾌하기 그지없다 


문제의 홍보물. 스팀 유저 끌어다 놓고 매칭 잘 된다고 언플한 거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기 시작했고...
덕분에 게임 커뮤니티의 분위기는 이 정도로 싸해졌습니다


유저들의 반응 ③: 고의가 아닐 수는 있지만...

물론 고의가 아닌 실수로 일어난 것 같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게임업계에서 일했다는 사람들이 이런 의견을 주더군요. 

이해를 돕기 위해 그분들의 의견을 그대로 인용하려 합니다. 참조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의견1
게임 쪽에서 발 담그고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배그랑은 아무 관련 없음... 관련 있었으면 좋겠네요...ㅠㅠ 잘 나가던데)

정확한 건 저도 알 수 없지만 간단하게 설명을 좀 드려 볼게요.  배그 같은 게임은 100명이 모여 하나의 게임이 생성될 때마다.. 별개의 서버 프로그램을 띄우는 '데디케이트 서버' 방식을 사용하는데요. 즉 방마다 서버프로그램이 뜬다고 보시면 되겠네요.

이러한 방식의 게임은 게임큐를 돌릴 유저들을 적절히 매칭 밸런스를 계산해 접속할 서버 IP주소를 각각의 유저들에게 전달하게 되는데요. 이러한 기능을 하는 서버를 '매칭 담당 서버' 라고 해봅시다.

유저가 매칭 요청을 하면. 적절하게 유저를 모아. 서버에 '데디케이트 서버'를 띄우고 그쪽으로 접속하라고 주소를 개별적인 유저 각각에게 알려준다고 이해하세요.

즉, 카카오 서버와 아시아 섭이 핑이 다른 것으로 볼 때 실제 게임을 담당하는 '데이케이트 서버'가 생성되는 실제 게임 서버는 분리된 것이 맞는 거로 추정됩니다.

엄밀히 말하면 데디케이트 서버가 인 게임 안의 모든 동기화되는 데이터를 담당하므로. 게임 서버가 분리된 건 맞지요.

문제는 데디케이트 서버(게임서버)는 확실히 분리되어 있다 할지라도. 앞서 말씀드린 매칭 서버가. 알고리즘의 오류로 인해 잘못된 IP 주소를 매칭 요청 유저에게 넘겨주면. 카카오 유저라 할지라도. 카카오쪽 데디케이트 서버가 아닌 쪽의 서버에 붙을 수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각 서버별로 독립된 패치가 가는게 아니라. 통합 원 빌드로 운영된다면. 더더욱 가능한 상황이지요.

따라서 동영상에 나오는 상황은.. 실제론 서버가 분리돼있지 않다고 보기보단... 매칭을 담당하는 '매칭 서버' 쪽에서 어떠한 오류가 발생되어 다른 서버 쪽의 아이피를 유저에게 전달했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네요.

사실 이러한 상황은 기술적으로 충분히 납득할만하고 꽤나 빈번히 발생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구요.

뭐 여러 번 그 오류를 경험한 상황도 있다고 하셨는데. 어느 쪽의 오류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매칭 서버나 DB 관리 쪽에 버그가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상황입니다.

결국엔 카카오 서버에 붙을지 스팀 서버에 붙을지는 매칭 요청한 순간 '매칭 서버'가 처리해주는 거예요.

요약하자면

'실제 배그 서버는 카카오와 스팀이 분리된 게 맞다. 다만 저 오류는 매칭 담당 서버가 버그로 인해 오작동 한 것으로 보인다'

입니다.


의견2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한 발 담그고 있는 사람으로서 의견 하나 내봅니다.

위의 영상에서 전문가분께서 답변해주신 DB 관련 내용은 말 그대로 플레이어의 계정 즉, 닉네임과 아이템 보유 정보, 프로필 사진, 플레이 전적을 저장하는 저장소이기 때문에 닉네임 중복 설정 불가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블루홀에서 일부러 돈 들여서 DB 서버 분리를 꼭 할 필요가 없으니..)

물론 DB 오류로 인해 카카오 서버에 납치될 수는 있지만 그것은 클라이언트의 통신 문제이거나 서버의 문제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아마 서버-데이터베이스-유저인 것으로 알고 있고, 그 중간자인 데이터 베이스 서버에서 문제를 일으켜서 카카오 서버로 납치가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결론은 서버 자체는 분리가 되어 있지만 일시적인 데이터베이스 오류로 스팀 서버로 연결이 되어야 하는게 카카오 서버로 연결이 된 것이죠. (매우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지적 감사히 받겠습니다. 욕은 하지 말아주세요^^)

출처: https://youtu.be/q_tRTx_JxQA 댓글란


요약하자면 매칭 서버나 데이터 베이스 서버 오류로 매칭이 잘못 잡혔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


이러한 의견을 보고 나서 실수로 일어난 현상일 수도 있겠다고 고쳐 생각하는 분이 몇몇 보이더군요. 

단, 이 의견에 수긍하면서도 여전히 개발사와 카카오 게임즈를 비판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조목조목 설명해야 우리가 안심할 수 있지, 그냥 간헐적으로 생겨나는 문제라고만 말하면 어떻게 믿을 수가 있겠냐? 해명까지 유저한테 떠넘기지 않았으면 한다'라면서요. 

또한 실수로 일어난 일이라 해도 유저들에게 엄청난 혼란을 안겨다 줬으니 해명을 좀 더 확실히 해야 한다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유저가 아닌 게임사가 직접 자세하게 해명하는 게 도리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되기도


유저들의 반응 ④: 환불 요청

한편 가장 극단적인 반응도 나왔습니다. 바로 구매해둔 카카오 버전을 환불하겠다는 반응이죠.

허나 환불을 받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카카오 버전 구매처인 다음 게임에 문의를 해봤는데 환불 거부를 당했다는 후기가 인벤에 올라왔거든요. (출처)

다음 게임이 환불을 거부한 이유는 둘로 나뉩니다. 

첫째. 카카오 버전의 유저와 스팀 버전의 유저가 매칭 되는 현상은 이미 수정됐기 때문. 

둘째. 환불은 구매 일시부터 닉네임 생성 및 게임 이용을 안 한 상태에서 7일 내로 문의해야만 가능하기 때문. 

이 때문에 환불 거부를 당한 유저는 '고쳤으니까 입 다물고 하던 게임마저 하라는 건가'라며 불만을 보였습니다.

또한 다음 게임 이용 약관 27조 4항을 언급하며 환불을 해주는 게 맞지 않냐며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습니다. 여담으로 다음 게임 이용 약관 27조 4항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출처: 다음 게임 이용 약관)

회원은 본 조 제1항 내지 제3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유료 서비스의 내용이 표시•광고 내용과 다르거나 계약 내용과 다르게 이행된 경우에는 구매일 또는 유료 서비스 이용 가능일로부터 3월 이내, 그 사실을 안 날 또는 알 수 있었던 날부터 30일 이내에 청약철회를 할 수 있습니다.

즉, 개별 서버로 서비스하겠다고 홍보를 했는데 실제로는 스팀 유저와 같이 매칭이 되니 환불 요청을 받아들이는 게 맞지 않냐는 주장입니다. 

물론 운영 측에서는 스팀 유저와 같이 매칭이 되는 건 일시적인 오류였으니 환불을 할 수 없다고 답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요. 어찌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맺음말

본문은 여기까지 쓰겠습니다. 다시 한 번 더 요점을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요약  
- 12월 1일, 배틀그라운드 카카오 버전 유저와 스팀 유저가 같이 매칭이 잡히는 현상이 일어남.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매칭 될 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 같은 현상을 겪은 유저들이 너도 나도 제보를 하면서 이슈로 떠오르기 시작. 카카오 서버와 스팀 서버를 통합하려는 전조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됨

- 개발사와 카카오 게임즈가 간헐적으로 생겨나는 문제라고 공지하고 수정 패치를 단행. 그리고 카카오 서버와 스팀 서버를 통합할 계획은 없다고 단언.  

- 그러나 예상 못했던 일을 겪은 유저들은 황당하다는 반응, 카카오 버전이 유저 수가 부족해서 스팀 유저를 끌고 온 거 아니냐는 반응, 카카오 버전을 환불하겠다는 반응이 나타남. 기술적으로 가능한 일이라고 이해하는 반응도 나타났지만 유저들의 불만을 잠재울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함

- 환불을 시도한 유저는 '아이디 생성, 플레이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7일 내로 요청해야 한다'라는 약관 때문에 거부를 당함. 


이로 인해 카카오 게임즈의 이미지가 더 나빠질 것 같네요. 개별 서버로 서비스하겠다고 선언한 건 카카오 게임즈니까요. 물론 개발사인 펍지 주식회사도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일단은 지켜봅시다. 카카오 게임즈가 수습에 나설지, 아니면 별일 없었다는 듯이 넘어갈지... 근데 하다못해 이번 사태로 생겨난 의문들은 해소해줬으면 하네요. '스팀 서버와 완전히 분리돼 있지 않은데 항상 쾌적한 서버 환경을 보장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라든지, '매칭 때문에 스팀 유저를 끌어온 것 아니냐'라는 의문이라든지 등등- 

그나마 남아있는 유저라도 안심시켜주는 게 게임사가 해야 할 도리니까요. 그럼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단 그동안 실컷 홍보해왔던 카카오 서버의 장점이 지금도 유효한지부터 해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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