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연기에 배달 알바 나선 대학생, 13세 몬 차에 치여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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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3.31. 오후 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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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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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소년들, 서울서 렌터카 훔쳐 대전까지
경찰추적 따돌리다 교차로서 오토바이 충돌
뺑소니 사망사고 내고도 형사 처벌 안 받아
개학을 앞두고 용돈을 벌기 위해 음식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 신입생이 열세살 짜리가 몰던 차량에 치여 숨졌다.
대전 동부경찰서는 지난 29일 훔친 차량을 몰고 가다 뺑소니 사망사고를 낸 10대들을 검거해 조사 중이다. 사진은 동부경찰서 전경. 신진호 기자

대전동부경찰서는 훔친 차량을 몰고 무면허로 운전하다 사망사고를 낸 뒤 도주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및 도주치사 등)로 A군(13) 등 8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3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군 등은 지난 29일 오전 0시30분쯤 서울에서 훔친 그랜저 렌터카를 몰고 가다 교차로에서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B군(18)을 들이받았다. B군은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조사 결과 A군 등은 지난 28일 오후 서울의 한 도로에 세워져 있던 렌터카를 훔쳐 160㎞가량 떨어진 대전까지 이동했다. 당시 차량에는 A군 등 8명이 타고 있었다.

A군 등이 훔친 차량은 이미 서울에서 도난 신고가 돼 전국 경찰에 수배가 내려진 상태였다. 경찰은 수배차량 검색시스템(WASS)과 방범용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통해 해당 차량이 대전으로 진입한 것을 확인한 후 현장에 경찰관을 출동시켰다.

A군 등은 경찰 순찰차의 추적을 피해 도심을 질주하다 대전시 동구 성남네거리 교차로에서 정상적으로 신호를 받고 운행하던 B군의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 사고를 낸 A군은 차량을 멈추지 않고 200m가량을 도주한 뒤 동구 삼성네거리 아파트 주변에 차를 버리고 달아났다.

경찰은 사고를 내고 달아났던 6명을 아파트 주변에서 검거했지만 A군 등 2명은 서울로 도주했다. 사건을 맡은 대전동부경찰서는 서울지방경찰청의 협조를 받아 29일 오후 서울 구로구에서 A군 등을 검거한 뒤 대전으로 이송했다.

지난 29일 새벽 대전에서 13살 짜리 소년이 몰던 차량에 오토바이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 신입생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뺑소니 사고 일러스트. [연합뉴스]

사고를 당한 B군은 올해 대전 지역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으로 개강이 늦어지자 용돈을 벌기 위해 오토바이 배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이 고향인 B군은 대학 인근에 원룸을 마련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개강을 기다렸다고 한다. 숨진 B군의 부모는 지난 30일 대전의 한 영안실에 안치된 아들의 장례를 치렀다. 숨진 B군의 지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때문에 (B군이) 입학도 못 하고 과제만 집에 와서 열심히 하다가 생활비와 집 월세를 내야 해 일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은 A군 등이 만 14세 미만(형사 미성년자)의 촉법소년이라 처벌이 어렵다고 판단, 차를 운전한 A군에 대해 긴급동행 영장을 발부받아 촉법소년 보호기관에 넘겼다. 형사 미성년자는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지만, 촉법소년(만 10세 이상~14세 미만)은 사회봉사 명령이나 소년원 송치 등의 처분이 가능하다. 경찰은 나머지 7명에 대해 추가 조사를 벌인 뒤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할 예정이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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