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날엔…] 송파는 왜 서울시장 선거 '표심 판독기'가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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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1.07. 오전 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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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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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선거 예외 없이 '송파구 1위=서울시장 당선'…송파 인구수, 춘천·강릉·속초·동해 합친 것보다 많아[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편집자주‘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서울 아파트값과 전세값이 하락전환 없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지난 10월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송파구 아파트가 관측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오하이오주 표심이 관심을 끌었던 이유는 선거의 징크스 때문이다. 오하이오주에서 승리한 인물이 대통령으로 뽑혔으니 그곳의 선거결과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한국의 선거, 특히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주목해야 할 지역이 있다.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부터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이르기까지 서울시장으로 뽑힌 인물은 이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다시 말하면 이곳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 인물이 서울시장으로 뽑힌 사례는 없다.

바로 그곳은 서울 송파구다. 역대 서울시장 선거에서 가장 박빙의 승부로 손꼽히는 2010년 6월2일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이러한 특성은 반영됐다. 당시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와 민주당 한명숙 후보가 초접전을 벌였는데 당선자 확정은 선거 다음날 아침 8시26분이 돼서야 속보로 전해졌다.

한명숙 후보는 서울 25개구 가운데 19곳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최종 승자가 되지 못했다. 오세훈 후보는 6개구에서 승리했는데 최종 집계 결과 1위를 차지했다. 한명숙 후보는 송파구에서 오세훈 후보에 뒤졌다.

오세훈 후보는 송파구에서 14만9228표(51.28%)를 얻었고 한명숙 후보는 12만5414표(43.09%)를 기록했다. 당시 개표 결과 오세훈 후보는 서울 25개구를 모두 합쳐 한명숙 후보보다 2만6412표를 더 얻어서 당선됐는데 송파구 한 곳에서만 2만3814표의 우위를 보였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치뤄진 15일 서울 영등포구 다목적배드민턴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관계자들이 개표 작업을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2014년 서울시장 선거는 송파구의 ‘특별한 존재감’이 다시 확인된 선거였다. 당시는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을 놓고 자웅을 겨뤘다. 정몽준 후보는 이른바 강남3구로 불리는 강남·서초·송파의 강세를 토대로 승리의 기대감을 키웠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예상대로 정몽준 후보가 우세했다. 하지만 송파구는 박원순 후보가 17만4892표(53.41%), 오세훈 후보가 15만228(45.88%)를 얻어 박원순 후보가 더 많은 표를 가져갔다. 송파구에서 1위를 차지한 박원순 후보는 최종 스코어에서도 앞서면서 서울시장이 됐다.

역대 서울시장 선거에서 송파구 1위가 서울시장으로 당선된 것은 우연일까. 송파구라는 지명은 역사가 길지 않다. 송파구 땅은 원래 경기도 광주군이었는데 1963년 서울 성동구에 편입됐다. 1975년 성동구에서 다시 강남구로 분리됐고, 1979년에는 강동구에 속했다.

강동구에서 분리돼 지금의 송파구가 된 시기는 1988년이다. 과거에는 서울 동남쪽 변두리로 취급됐던 송파구는 부동산 개발과 함께 눈부시게 발전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대거 들어서면서 곳곳에서 미니 신도시가 형성됐다.

송파구는 부동산 이슈에 민감한 지역이다. 보수 성향 정당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역이라는 분석이 나올 수 있지만 역대 선거 결과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2014년 서울시장 선거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강남구, 서초구와는 또 다른 표심을 보일 때가 있기 때문이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일인 15일 서울 종로구 혜화아트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송파구는 서울의 다른 지역과 경기도 등 외부 인구가 많이 유입된 지역이다. 이러한 지역은 선거 때 대세 흐름을 따라 민심이 형성되는 특성을 보인다. 당시 선거의 보편적인 민심을 반영할 때가 많다는 의미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송파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송파구는 서울 25개구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서울의 한 구에 불과하지만 송파구 인구는 주요 도시 3~4개를 합친 수준이다.

강원도를 예로 든다면 대표적인 도시인 춘천과 강릉은 물론이고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속초와 동해 인구를 모두 합한 것보다 송파구 인구가 더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0월 현재 춘천, 강릉, 속초, 동해의 주민등록기준 인구를 모두 합하면 66만8554명이다. 그런데 송파구의 10월 주민등록 인구는 66만8920명이다.

송파구는 인구가 많은 만큼 유권자 수도 서울에서 가장 많다. 2018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송파구 유권자는 55만4983명에 달했다. 송파구는 서울 중구 유권자 수의 5배 수준이다.

송파구에서 상대 후보와의 차이를 벌리거나 최소한 대등한 수준을 유지해야 서울시장 당선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다. 가장 최근 서울시장 선거인 2018년 지방선거 때는 송파구에서 박원순 민주당 후보가 17만1592표(49.61%)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는 9만144표(26.06%)를 얻었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7만1367표(20.63%)를 얻었는데 송파구에서만 1위 후보와 10만표 안팎이 벌어졌으니 따라잡는 게 쉽지 않았다.

완연한 가을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3일 서울 송파구 위례성길에 가을단풍이 물들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민주당이 2018년 지방선거 때는 송파구에서 재미를 봤는데 가장 최근 전국 단위 선거인 올해 4월 제21대 총선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당시 송파갑과 송파을은 미래통합당 후보가 승리를 거뒀다. 민주당은 송파병 1곳에서만 국회의원 당선자를 배출했다.

제21대 총선은 민주당이 서울에서 압승을 거둔 선거이다. 서울 49개 국회의원 선거구 중 41개 선거구에서 당선자를 배출했다. 하지만 송파구에서는 3개 선거구 중 2개를 상대 정당에게 내줬다. 이러한 흐름이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이어질지 눈여겨볼 대목이다.

국민의힘은 내년 4월 송파구의 선전을 토대로 서울시장 탈환의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까. 역대 선거 결과를 되짚어보면 송파구 1위는 서울시장에 당선됐으니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하지만 선거는 수학공식이 아니다. 역대 미 대선에서 오하이오주에서 1위를 차지한 인물이 대통령으로 당선됐다지만 이번 대선은 그러한 등식이 깨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는 오하이오주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를 누르고 승자가 됐는데 전국적인 선거인단 확보를 고려할 때 차기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대선의 관행이 이번에 깨진 것처럼 ‘송파구 1위=서울시장 당선’의 등식도 흔들릴까. 아니면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었던 것처럼 송파구 1위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되는 또 하나의 역사로 이어질까. 송파구 민심 흐름은 서울시장 판도를 살펴볼 수 있는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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