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마산 광역전철 시설비 놓고 중앙-지방정부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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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통 1년도 안 남았는데... '시설 분담비' 두고 평행선

[오마이뉴스 박장식 기자]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교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곳,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 <기자말>

 
 부전 - 마산 간 복선전철의 종점인 마산역의 모습. 광역전철 운행 여부를 두고 시끄러운 곳이기도 하다.
ⓒ 박장식

 
부산광역시 부전역에서 김해시 등을 거쳐 경남 창원시 마산역을 잇는 부전-마산 간 복선전철 개통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부전-마산 철도는 심각한 교통난을 겪던 창원축 교통망의 부담을 덜고, 마땅한 대중교통 수단이 없던 김해시 장유에 새로운 교통망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에서는 이 구간 광역전철 운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4.15 총선 당시 김해와 창원 지역에 출마한 후보들의 '단골 공약'은 부전-마산 간 복선전철의 광역전철 개통이었다. 

문제는 수도권의 경인선이나 중앙선, 부산의 동해선처럼 광역전철 운행이 가능하냐다. 현재 부전-마산 복선전철의 새로 지어지는 역에는 광역전철을 위한 대응 설비가 전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준고속열차 대응 설비만

부전-마산 간 복선전철은 삼랑진으로 돌아가야 했던 창원까지의 경전선 노선을 장유, 김해공항 등을 경유해 직선으로 연결한다. 이에 따라 해당 노선에 가락역과 장유역 등 새로 역이 지어지고 있는데 이들 역에는 광역전철이 설 수 있는 고상홈은 있으나 스크린도어는 광역전철에 맞지 않은 모델이 설치되어 있다. 

스크린도어는 전동차의 운행을 위해 20여m의 거리에 4개소의 출입문이 설치되어야 하나 약 20m마다 한 개씩의 출입문이 설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형 준고속차량(EMU-250)만이 이용할 수 있는 전용 승강장만 있다.

또, 광역전철 운행에 필요한 역무자동화설비(승차권 발매기, 자동 개집표기 등 철도에서의 각종 서비스를 자동화하기 위해 마련된 시스템 - 기자 말) 역시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역무자동화설비가 없다면 교통카드 대신 승차권을 끊고 열차를 타야 한다.

현재로서는 광역전철도, 그 대안인 무궁화호도 설 수 없는 준고속철도 전용역이 되어버린 모양새다. 무궁화호는 고상홈의 절반 높이인 저상홈에서만 여유로운 승차가 가능하다. 가락역, 장유역 등에는 저상홈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무궁화호가 이들 역에 정차할 수 없다. 

시공사인 스마트레일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현재는 부전-마산 간 복선전철에 광역전철이 들어올 계획이 없다"라며, "EMU-250 열차만 정차할 수 있도록 설비가 마련되었다. 추후 광역전철을 운행한다면 스크린도어를 개량하고 역무자동화설비를 마련하는 등 기반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역전철 어려운 이유, 시설분담비
 
 동해선 복선전철이 지어지고 있는 좌천역의 모습. 부전 - 마산 간 복선전철에도 동해선 복선전철과 직결할 수 있는 통근형 광역전철을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박장식

 
문제는 광역전철 기반 시설을 하려면 돈이 드는데 이 돈을 누가 분담하느냐다. 이를 놓고 '일반철도이니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와 '광역전철을 운행하려면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라며 지자체, 국토교통부, 한국철도공사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경상남도청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현재 운행되는 동해선 광역전철의 선로와 바로 연결되는 것이 부전-마산 간 복선전철"이라며 "광역전철을 직결 운행해도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분담금을 두고 국토교통부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등에 건의를 하며 광역전철 운행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해시 관계자도 전화통화에서 "우리 시와 창원시는 일반철도로 개통하는 노선이므로 국가 재정사업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창원시의회와 김해시의회는 지난해 10월 전동열차 투입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내기도 했다"고 답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지자체의 의견에 대해 "애당초 일반철도로 계획되고 고시된 노선이었기 때문에 광역전철 운행 계획이 없었다"면서 "시설이나 차량 등 광역전철의 운행에 따른 시설 개량비용과 운영상 비용을 각 지자체에서 부담하면 운행에 지장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대구권 광역전철의 경우 대구광역시가 건설 비용을 일부 부담하는 것으로 협의가 되어 공사가 진행된 사례가 있었다"라며 "이러한 선례와 수익자 본인 부담 원칙에 따라 지자체에서 비용을 부담한다면 최대한 협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동량 엄청난 '남해축', 철도 역할 절실하다
 
 동해선 광역전철의 모습. 부전 - 마산 간 복선전철에도 이러한 광역전철을 투입하라는 여론이 적지 않다.
ⓒ 박장식

 
부산광역시에서 장유, 창원, 마산 등지로 이동하는 관문인 남해고속도로 북부산TG와 남부산TG의 하루 통행량은 약 10만 대에서 15만 대 사이로 집계된다. 그런가 하면 창원 도심과 장유를 잇는 창원터널의 통행량은 하루 9만여 대로, 부산·경남 지역에서는 상습 정체지역으로 꼽히며 출퇴근 시간 때마다 밀리는 차량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창원에서는 약 4000원대, 장유에서는 약 2000원대의 비교적 높은 요금으로 부산까지 운행하는 시외버스도 성업하고 있다. 특히 마산 합성동과 부산 사상동을 잇는 시외버스는 짧으면 5분 간격으로 운행할 정도로 서로의 교류가 많다. 

이렇듯 부전-마산 간 복선전철이 오가는 남해축의 교통량은 많은 데 반해 철도 분담률은 낮은 상황이다. 경상남도청에 따르면 해당 지역 교통량의 77%를 승용차가 차지하고 2% 정도만 철도가 분담하고 있다. 접근성이 좋은 광역전철이 개통되면 대중교통의 분담률을 높일 것이다.

수도권에서는 전철 개통으로 지역 간 교류가 증가한 선례가 있다. 기업지구로 인식되었던 판교는 성남-여주 간 경강선 광역전철 개통 이후 이천, 여주 지역이 시민들의 주요 쇼핑 명소로 거듭났는가 하면 여주와 이천 지역의 대학교로 전철로 통학하는 수도권 지역 학생들이 상당수 입학하는 등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되었다.

이렇듯 경전선에도 광역전철이 개통된다면 저렴한 운임과 이용 편의성을 무기로 세 지역(부산-김해-마산) 사이의 교류를 늘릴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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