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버리고 간 대리기사 때문에 3m 음주운전…법원 "긴급피난"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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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4.16. 오전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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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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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기사와 말다툼… 편도 1차로 도로에서 내린 대리기사
차량들 진로 확보위해 운전…법원 "사고 위험 줄이기 위한 것"
© News1 DB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운전 경로를 놓고 다툰 대리기사가 편도 1차로 도로에서 갑작스럽게 차를 버리고 간 상황에서 사고 방지를 위해 차를 도로 가장자리로 이동시키기 위해 운전을 한 행위는 음주운전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음주운전이 차량의 통행이 막혀 있어 사고 위험이 높은 상황에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한 것으로 형법상 '긴급피난'에 해당해 형사책임이 면책된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류일건 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31)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밤 11시께 서초구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97% 상태로 약 3m를 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음주운전을 했지만, 긴급피난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다. 형법 제22조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류 판사는 이 같은 A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A씨가 대리기사를 불렀는데 운전 경로에 대해 A씨와 다툰 뒤 갑자기 편도 1차로에서 차를 정차한 뒤 차에서 내렸기 때문이다.

류 판사는 "차를 정차한 위치가 양방향 교차 통행을 할 수 없는 좁은 폭의 편도 1차로이자 대로로 이어지는 길목"이라며 "정차가 계속될 경우 차량 뒤쪽에서 대로로 나아가려는 차량과 피고인 차량 앞쪽으로 대로에서 들어오려는 차량 모두 진로가 막히게 돼 앞뒤 양쪽에서 교통을 방해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조사결과, A씨 차량 때문에 뒤에 오던 차량의 진로가 막히게 되자 A씨는 양해를 구한 뒤 다시 다른 대리기사를 호출했다. 그 사이 A씨 차량 앞쪽에 택시까지 나타나자 A씨는 진로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3m 가량을 운전해 차량을 도로 가장자리 끝으로 가져다놓았다.

A씨와 다퉜던 대리기사는 인근에서 몰래 A씨를 지켜보다 A씨가 차를 운전하자 신고를 했고,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 의해 음주운전으로 단속됐다.

류 판사는 "당시 A씨에게는 운전을 부탁할 만한 지인이나 일행은 없었다"며 "(진로가 막힌) 승용차와 택시운전자 또는 주변 행인에게 운전을 부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 다른 대리기사를 호출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교통 방해 및 사고 발생 위험이 급박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한편 대리운전기사가 하차하거나 경찰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A씨가 대리기사에게 공격적 언행을 한 사정은 엿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A씨는 교통방해와 사고위험을 줄이기 위해 편도 1차로 우측 가장자리로 약 3m 가량 차를 이동시켰을 뿐 더 이상 차를 운전할 의사는 없었다"며 "A씨 행위로 타인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 발생하는 위험은 그다지 크지 않은 반면, A씨의 행위로 확보되는 법익이 침해되는 이익보다 우월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긴급피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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