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살이엔 남편이라도 있지

이런 신조어가 있다고 합니다. ‘직장살이’. 시집살이는 들어봤어도 직장살이는
처음 들어봤습니다. 그런데 뜻을 안 가르쳐줘도 알 것 같습니다. 
상사에게 무시무시하게 시달리는게 시집살이 같다는 거겠죠. 
인터넷에서 수많은 직장선배님들이 이렇게 조언하고 있습니다.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 벙어리 3년이라는 시집살이와 마찬가지로 입사 후 나쁜 소리는 듣고도 못 들은 척, 무슨 일을 보아도 못 본 척, 무슨 말이건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예전에 며느리들이 흔히 앓았던 병이 ‘화병’이라는데.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
았는데 벌써 가슴이 답답한 게 저도 혹시….

일 잘해도 문제, 못해도 문제

흔히 TV프로그램에서 표현되는 ‘일 잘하는 사람’은 어떤 하나의 프로젝트를 맡아 추진하고 어느 정도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역전 드라마속 주인공입니다. 중요한 일만 강조, 부각되는 거야 드라마니까 그렇다고 칩시다.
하지만 많은 과정이 축약돼 있다는 것을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걸까요? 
짧은 기간 경험한 것을 정리해봤습니다.

한 가지 일만 맡는 경우가 없다. : 대부분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야 한다. 그들은 내가 한
가지 일에 몰두하도록 가만히 두질 않는다.

한 가지 일에 수반되는 과정이 너무 많다 : 우선 기안부터 난관이다. 수정에 재수정, 재재수정,
재재재수정, 재재재재수정… 무한대로 가는 것도 각오해야 한다. 거기서 끝도 아니다. 관련자
결재만 최소 5개 이상이다. 이 산 넘으면 저 산이 기다리는 형국이다.

내가 내 속도로 일을 마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 우선 빨리 하라고 재촉한다. 재촉당한 업무
때문에 다른 업무는 미처 못했는데 바로 그건 언제 되느냐고 묻는다. 야근도 불사하고 내놓으면
집중 못해서 퀄리티가 떨어졌다고 꾸중한다.

이런 상황이 무한 반복이다 : 회사를 때려 치우기 전까지 영원히 반복될 비운의 드라마. 결론은
일을 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핵공감 직장실화 #김대리일기

저자 김해니

출판 구민사

발매 2017.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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