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크루즈 쇼크'···환자 추가로 41명 쏟아지자 항구 문 막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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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2.07. 오후 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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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후생상, 크루즈선서 총 61명 감염 확인
"크루즈선 감염자는 일본 입국 전 확인된 것" 선긋기 나서
"WHO에 문제제기, 기타로 분류하기로"

아베, 감염 의심 다른 크루즈선 입국 거부
올림픽 6개월 코 앞 불똥 튈라 안간힘

미국인 승객 "안전한 곳으로 트럼프가 구해달라"
일본 대형 크루즈선에서 41명의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또 무더기로 발생했다. 이로써 크루즈선 안에서 총 61명의 신종 코로나 감염자가 확인됐다.

7일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상은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일본 검역당국은 이날 감염 의심자 273명 가운데 나머지 171명의 검사를 모두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서 7일 추가로 확인된 확진자는 41명이다. 이로써 일본 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 수는 86명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추가 확진자 가운데엔 고령자와 외국 국적도 포함되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검역당국은 이들을 도쿄, 사이타마(埼玉), 지바(千葉), 시즈오카(静岡) 등 수도권 지역 병원으로 분산해 이송했다.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승객과 승조원 3711명이 탄 이 배에서 총 61명의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확인됐다. [교도=연합뉴스]

가토 후생노동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국내 감염자는 21명”이라고 주장했다. 크루즈선에서 발생한 감염자는 일본에 입국하기 전에 감염이 확인된 것이기 때문에 일본 내 감염자로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가토는 “세계보건기구(WHO) 집행이사위원회에 문제제기를 한 결과, WHO는 크루즈선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감염자는 기타(others)로 별도 기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일본 내 발생은 여전히 21명이고, (크루즈선에서 발생한 감염자는) 국내 감염자와 합산하지 않기로 WHO는 정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감염자 수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은 ‘감염대국’이라는 오명을 피하기 위해서로 보인다. 크루즈선 확진자가 무더기로 확인되면서 일본은 중국에 이어 감염자 수 2위인 국가가 됐다. 3700명의 탑승자 전원을 대상으로 검사를 확대할 경우 감염자가 세자리 수를 기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안으로 지난 6일 생활물자가 운반되고 있다. 승객과 승조원 3711명이 탄 이 배에서 총 61명의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확인됐다. [지지통신=연합뉴스]

특히 도쿄 올림픽이 6개월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사태를 최소화 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분위기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올림픽 예선전에 참가하는 중국선수단의 입국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일본 언론들도 이번 크루즈 사태를 심각하게 다루면서도 “일본은 안전하다. 크게 확산되지 않을 것이다”라는 방역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하는 등 사태가 크게 확산되지 않도록 조절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아베 신조(가운데) 일본 총리가 1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아베 총리도 팔을 걷어붙였다. 아베 총리는 전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각료회의를 소집하고, 일본으로 입항 예정이었던 크루즈선 ‘웰스테르담’호의 입항을 거부했다. 이 배에는 신종 코로나 감염이 의심되는 승객이 약 30명 타고 있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저녁 총리 관저에서 신종코로나 관련 대책본부회의에서 “승선하고 있는 외국인에 대해선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입국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비슷한 사안이 발생하면 같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 안에는 일본인도 타고 있지만, 이들에 대해서도 외국인과 마찬가지로 크루즈선을 통한 입국은 불허했다.

7일 크루즈선의 한 승객이 "의약품 부족"이라고 쓴 일장기를 발코니에 내걸고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최소 19일까지 격리될 예정인 탑승객 3700여명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꿈의 크루즈 여행’이 순식간에 ‘악몽의 창살 없는 감옥’이 된 셈이다.

미국인 신혼부부 밀레나 바소-게타노 세룰로 부부는 CNN에 “언제까지 배 안에 갇혀있어야 하는지 모른다”고 토로했다. 바소는 “우리가 안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감염된 크루즈 안이 아니라 위생적으로 안전한 곳에 격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정부를 향해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가 우리를 구하라”면서 “정부 비행기를 보내 우리를 배에서 나오게 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아내와 함께 크루즈선에 오른 미국인 켄트 프레이쥬어는 니혼게이자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생각보다 정보를 얻을 수가 없다. 설마 우리 여행에 이런 문제가 발생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7일 마스크를 쓴 승객들이 크루즈선 발코니에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 영국인 승객은 페이스북에 동영상을 올렸다. 그는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아직 배에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선내 격리가) 2주 만에 끝나기는 할까”라며 불안을 호소했다.

배에는 총 56개국 국적자가 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해 있는 크루즈선의 감염 문제는 이제 세계의 문제가 됐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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