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고

Geomun-go, 玄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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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거문고는 이웃나라들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한국 고유 현악기이다. 명주실을 꼬아 만든 여섯 개의 줄을 ‘술대’로 치거나 뜯어 연주하며, 괘(棵, frets)를 짚어 음높이를 조절하고, 왼손으로 농현(弄絃)한다. 흔히 ‘백악지장’(百樂之丈), 즉 모든 악기의 으뜸이라 불린다.

거문고
분류 현악기 > 발현악기(撥絃樂器)
호른보스텔-작스 분류 줄울림악기(Chordophone, 絃鳴樂器)
팔음 분류 사부(絲部)
음악 계통에 따른 분류 향부(鄕部)
최초 사용 시기 삼국시대 초
주요 사용 지역 한국과 한국음악 진출 지역
주요 사용 명칭 거문고/거믄고/검은고/감은고(한국어), 현금(玄琴)/현학금(玄鶴琴)(한국어), 동금(東琴)/괘금(棵琴, 卦琴, 掛琴)/육현금(六絃琴)/금(琴)(한국어, 고문헌)

1. 거문고

거문고는 한자로 현금(玄琴), 즉 ‘검은[玄] 고[琴]’라 쓴다. 명주실을 꼬아 만든 여섯 개의 줄을 넓적하고 긴 울림통 위에 길이 방향으로 나란히 얹고, 술대[시(匙): 숟가락이라는 뜻]라는, 볼펜만 한 막대기로 내리치거나 뜯어 연주한다.

거문고 여섯 줄의 이름은 안쪽(연주자의 몸쪽)부터 차례로 문현(文絃), 유현(遊絃), 대현(大絃), 괘상청(棵上淸), 괘하청(棵下淸, 또는 기괘청歧棵淸), 무현(武絃)이다. 여섯 줄 중 셋(제1 문현, 제5 괘하청, 제6 무현)은 안족(雁足) 또는 기괘(歧棵, movable frets)로 받쳐 놓아 각각 한 음씩만을 낸다.

나머지 석 줄(제2 유현, 제3 대현, 제4 괘상청) 아래에는 열여섯 개의 괘(棵, frets)를 수직으로 놓아, 괘를 왼손으로 짚어 음높이를 달리하여 선율을 낼 수 있게 했다. 실제 선율을 내는 데 주로 쓰이는 줄은 제2현(유현)과 제3현(대현)이다.

이때 왼손은 괘를 깊게 또는 얕게 짚거나 하는 등으로 소리에 굴곡과 변화를 주는데, 이를 농현(弄絃) 또는 농음(弄音)이라 한다.

치터(zither) 즉 금쟁(琴箏)류 악기 중에서 거문고처럼 괘가 있고 술대로 타는 악기는 중국, 일본 같은 이웃나라들에 보이지 않는다. 이는 가야금이나 대금 같은 오래된 한국악기들 대부분이 그 비슷한 형태를 이웃 중국, 일본, 베트남 등에서 쉬이 찾아볼 수 있는 것과 대조적인 현상이다.

거문고의 원형은 삼국시대 초 중국이 아니라 아시아 북부 내륙으로부터 중국 북동부를 거쳐 고구려로 들어왔을 것으로 추측되며, 이후 한국에서 특별한 대접을 받으면서 특별히 한국적인 지금의 형태로 발전했다. 현대 들어서도 거문고는 전통적인 형태와 특성 거의 그대로 연주하며, 악기 개량 시도 자체가 드물다.

전통악기 대부분을 서구식으로 개량한 북한에서는 그래서 거문고 개량을 포기하고 관현합주에서 악기 자체를 퇴출해 버렸다.

거문고를 흔히 영어로 ‘struck zither’, 즉 ‘(술대로) 치는 치터’라고 옮기지만, 거문고는 현을 치는(strike) 것이 아니라 뜯는(pluck) 것이므로 이는 부정확한 번역이다. ‘fretted zither’, 즉 ‘괘 있는 치터’라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서양음악 오케스트라에서 현악기 하면 주로 바이올린족(violin family), 즉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를 가리킨다. 이것들은 모두 활로 줄을 켜는 줄비빔(찰현擦絃, bowed)악기이고, 이에 비해 기타(guitar)나 하프 같은 줄뜯음(발현撥絃, plucked)악기는 부차적인 악기로 취급된다.

반면 한국전통음악에서 현악기라 하면 으레 거문고, 가야금 같은 줄뜯음악기(더러 줄때림(타현打絃, struck)악기인 양금까지 포함)를 말하고, 해금이나 아쟁 같은 줄비빔악기는 부차적인 정도가 아니라 지속음이 난다는 이유로 아예 ‘관악’에 포함시키기까지 한다. 거문고는 가야금과 함께 이 현악기를 대표하는 악기이다.

전통악기 분류에서 거문고는 음악 계통으로는 고유음악용인 향부(鄕部), 악기 재료인 팔음(八音) 중에서는 명주실로 만든 줄에서 소리 내므로 사부(絲部)에 속한다.

2. 거문고의 명칭

거문고는 오래전부터 고구려의 악기 또는 북방 악기로 인식되어 왔다. 거문고의 한자 표기인 ‘현금’(玄琴)은 『삼국사기』(三國史記)를 비롯한 고려시대 문헌들에 처음 나타난다.

『삼국사기』는 당시 남아 있던 삼국의 원자료를 폭넓게 참고해 편찬했는데, 특히 ‘현금’이 (고구려가 아닌) 신라 관련 기록들에 집중적으로 나오는 것으로 보아 통일신라 때 비로소 거문고의 정식 표기로 확립된 듯하다.

이후 한문 기록에서는 ‘玄琴’, 한글 문헌에서는 ‘거문고/玄琴’ 외에 ‘거믄고, 검은고, 감은고, 검온고, 건문고’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거문고/현금의 어원에 관한 가장 유력한 설인 『삼국사기』 「악지」(樂志)의 ‘현금’ 항은, 고구려 재상 왕산악(王山岳)이 이 악기를 처음 만들어 연주하자 검은 두루미(현학, 玄鶴)가 날아와 춤추었으므로 ‘현학금’(玄鶴琴)이라 부르다가 나중에 ‘현금’이라 줄여 불렀다고 적고 있다.

玄은 ‘검을 현’이고, ‘-고’는 가야금의 이칭인 ‘가야고’(가얏고)에서 보듯 현악기 이름에 붙곤 하는 접미어이니, 현금은 즉 ‘검은고’라는 것이다.

여기서 현악기를 뜻하는 접미어 ‘-고’는 흔히, 일본어 ‘고토’(箏, 琴)와 어원을 같이하는 것으로 본다. 일본에 흘러들어간 신라와 백제의 현악기를 일본어로 각각 ‘시라기고토’(新羅琴), ‘구다라고토’(百濟琴)라 부른 것, 일본 고토 이름 중 ‘야마토고토’(大和琴) 등이 그 보기다.

그러나 국사학계와 국어학계의 고증은 ‘현(학)금’에서 거문고가 온 것이 아니라 거꾸로 거문고에서 현(학)금이 나온 것으로 본다. 고대 고구려어에서 ‘imagefont, imagefont마, 검, 곰, 고마’는 ‘나라, 우두머리’ 등을 뜻하는 말이다.

여기에 악기를 뜻하는 ‘-고’를 붙여 ‘imagefontㅅ고’나 ‘imagefont맛고’ 즉 ‘나라 악기’(國琴) 또는 ‘으뜸 현악기’(首琴) 같은 이름이 나오고, 이것을 ‘검을 현(玄)’, 나아가 검은 두루미(현학玄鶴)에 갖다붙여 ‘검은고 > 거믄고 > 거문고’가 되었다는 것이다.

한편 현악기를 연주했을 때 검은 두루미가 날아와 춤추었다는 것과 비슷한 이야기가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 문헌인 『한비자』(韓非子)에도 나온다(『한비자』 「십과十過」).

이상을 종합하면, 현학금에서 현금(검은고)을 거쳐 거문고가 된 것이 아니라, 거꾸로 ‘imagefontㅅ고/imagefont맛고’를 검은 두루미(현학)에 맞추기 위해 중간 단계로 검은고(현금)를 넣어 현학금으로 재구성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옛 문헌에서 거문고, 가야금 등의 현악기를 가리킬 때 그냥 ‘금’(琴)이라고만 쓰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은 앞뒤 문맥에 의해 해결되지만, 이따금 이것이 중국의 금인지, 거문고인지, 가야금인지, 아니면 널리 금쟁(치터)류 악기 일반을 가리키는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삼국사기』의 경우 다음과 같은 기록이 심심찮게 나온다.

∎ 3세기 신라 내해왕(奈解王) 때 물계자(勿稽子)라는 이가, 거듭 전공(戰功)을 세웠으나 인정받지 못하자 머리를 풀고 ‘금’을 안고 산에 들어가 버렸다.

『삼국사기』 「열전」 물계자

∎ 5세기 신라 자비왕(慈悲王) 때 백결선생(百結先生)은 집이 가난하여 세밑에 떡 찧을 쌀이 없음을 아내가 한탄하자 ‘금’으로 방아 소리를 내어 위로했다.

『삼국사기』 「열전」 백결

∎ 7세기 백제 무왕(武王) 때, 9세기 통일신라 헌덕왕(憲德王) 및 헌강왕(憲康王) 때, 왕이 잔치에서 흥에 겨워 ‘금’을 타자 신하가 일어나 춤추었다.

『삼국사기』 「백제본기」 무왕 37, 「신라본기」 헌덕 6, 헌강 7 등

심지어 가야금의 명인인 우륵(于勒)이 신라로 귀순하여 국원(國原, 지금의 충주)에 정착했을 때, 고향 가야를 그리워하며 가야금을 탔다는 정자의 이름도 ‘탄금대’(彈琴臺)이다.

앞뒤 맥락으로 보아 판별되지 않을 경우, 대체로 보아 통일 전 신라 관련 기록의 금(물계자, 백결선생)은 가야금(또는 가야금의 원형 악기)일 테고, 백제는 고구려계 나라이므로 통일전 백제의 금(무왕)은 거문고일 듯하며, 통일신라 이후의 금(헌덕왕, 헌강왕)은 거문고를 가리키는 것일 개연성이 높다.

거문고를 연주하는 행위는 고유어로 ‘타다’, ‘뜯다’, ‘뜨다’, ‘치다’ 등이며, 한문 문헌에서는 ‘탄금’(彈琴: 타다, 뜯다), ‘고금’(鼓琴: 치다), ‘구금’(扣琴: 치다), ‘무금’(撫琴: 어루만지다) 등으로 쓴다.

여섯 줄이 개방현 음높이 순으로 되어 있지 않은 것도 거문고의 특징이다. 오늘날 가장 기본적인 개방현 조율은 가장 몸 쪽의 문현(제1현)부터 차례로 배탁황종(imagefont, E♭2)-배탁중려(imagefont, A♭2)-배배탁무역(배배탁무역, D♭2)-배탁임종(imagefont, B♭2)-배탁임종(imagefont, B♭2)-배배탁임종(배배탁임종, B♭1)이다.

3. 거문고 관련 악기

류트(lute)류 악기는 목(neck)과 몸통(body)이 구분되어, 목 부분에서 줄의 음높이를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에서 특히 발달한 금쟁(치터)류 악기는 목과 몸통의 구분이 따로 없고, 줄 하나에서 음 하나씩을 내도록 조율해 쓰는 것이 보통이다.

거문고도 여섯 줄 중 기괘(안족) 위의 석 줄은 한 음씩만을 내지만, 나머지 석 줄은 괘를 짚어 한 줄에서 여러 음을 낼 수 있다.

이렇게 줄을 짚어 음높이를 조절하는 메카니즘을 가진 동아시아 금쟁류 악기는 한국의 거문고와 중국의 금(琴, 친Qin), 일본의 야마토고토(やまとごと, 와곤わごん)뿐이며, 동남 및 남아시아까지 범위를 넓히면 타이의 자케(Jakhe), 인도의 비나(Veena) 정도가 있다.

1) 중국 금(琴, Qin)

중국의 금(琴, 친Qin. 이하, ‘중국금’)은 메카니즘뿐 아니라 상징성으로도 거문고와 자주 나란히 일컬어진다. 한국에서 거문고가 선비의 악기인 것도, 중국에서 고대부터 금을 군자(君子)의 악기로 떠받든 것에서 영향을 받았다. 거문고의 줄이름 중 문현(文絃)과 무현(武絃)도 중국금에서 왔다.

중국금의 악기 길이는 110cm 안팎으로 거문고의 3분의 2쯤 된다. 중국금은 일곱 줄(고대에는 다섯 줄)이 기본이어서 칠현금(七絃琴, 고대에는 오현금五絃琴)이라고도 불린다. 거문고와 중국금을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 거문고는 석 줄이 기괘 위에, 석 줄이 괘 위에 있는 데 반해, 중국금은 기괘나 괘 같은 음고 조절용 부속이 따로 없이 일곱 줄 모두를 악기 위판에 직접 닿도록 짚는다. 줄을 짚을 위치를 어림잡기 편하도록 위판 한편에 자개나 옥돌 따위로 ‘휘’(徽, 더러 揮, position markers)를 일렬로 박아 놓았다.

∎ 거문고는 술대로 타지만 중국금은 맨손가락으로 탄다.

∎ 거문고는 대체로 바닥에 앉아 악기 한쪽 끝을 무릎 위에 걸치고 반대쪽 끝을 바닥에 닿도록 놓고 연주하지만, 중국금은 탁자에 올려놓고 의자에 앉아 연주하는 것이 원칙이다.

∎ 거문고 여섯 줄의 조율은 음고순이 아니지만, 중국금의 일곱 줄은 가장 바깥 줄을 최저음으로 하여 안쪽(연주자 몸쪽)으로 올수록 높아지도록 조율한다.

중국의 금(친)

한국 전통음악에서 거문고가 누리는 지위와 상징성은 중국금의 것을 물려받았다. 중국 한(漢)나라 때인 서력기원 전후부터 쓰인 “금자, 금야”(琴者, 禁也. 금이란 [사악함을] 금하는 것이다.)라는 말은 한국에 그대로 수용되었다.

현대 중국어에서는 琴은 ‘친(qin)’, 禁은 ‘진(jin)’으로 발음이 달라졌으나 한국에서는 똑같이 ‘금’이므로 오히려 한국에서 더 그럴듯한 말이 되었다. 악기 구조에 착안한 중국금의 상징성으로 거문고에도 해당하는 것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위판이 곡면인 것은 하늘의 둥긂을, 아래판이 평평한 것은 땅의 반듯함을 각각 상징한다.(천원지방天圓地方)

∎ 악기 속이 비어 상자처럼 된 것은 육합(六合: 하늘, 땅, 동서남북)을 상징한다.

∎ 문현과 무현은 (중국 고대 성인들인) 문왕(文王)과 무왕(武王)의 이름에서 왔다.

우리나라 옛 한문 기록에서 그냥 ‘금’(琴)이라고만 한 경우, 이것이 중국의 금인지 한국의 거문고나 심지어 다른 금쟁류 악기인지 가려서 읽을 필요가 있다. 대개는, 거문고를 그냥 ‘금’이라 할 경우 중국금을 구별해 부르는 명칭이 따로 있고, 거꾸로 중국금을 ‘금’이라 할 때 거문고를 부르는 명칭이 따로 있다.

중국금이 ‘금’일 때 거문고 - 거문고가 ‘금’일 때 중국금

현금(玄琴), 현학금(玄鶴琴)

아명(雅名)

고금(古琴)

동금(東琴): 동국의 금

나라

당금(唐琴): 중국의 금

육현금(六絃琴)

줄 수

칠현금(七絃琴),
고대에는 오현금(五絃琴)

괘금(棵琴, 卦金, 掛金): 괘가 있음

구조

휘금(徽琴, 揮琴): 휘가 있음
요금(瑤琴): 휘를 옥돌로 만들어
박았다고 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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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유금(儒琴): 선비의 금
소금(素琴): 장식 없는 소박한 금

중국금과 거문고의 이칭들

한국은 오랫동안 중국과 교류하면서 문헌은 물론 실물로도 중국금을 접했을 것이나, 국가 간에 공식적으로 중국금을 주고받은 기록은 고려 예종(睿宗) 11년(1116) 중국 송(宋)으로부터 대성아악(大晟雅樂)을 수용했을 때가 처음이다.

당시 들어온 금은 송 대성아악의 독특한 제도에 따라 1 · 3 · 5 · 7 · 9현금으로 분화되어 있었으며, 그중 후대로 전승된 것은 칠현금이다. 이 칠현금은 고려와 조선의 궁중의식에서 사용되었는데, 현재는 연주법을 잃어 문묘제례악(文廟祭禮樂)에서 역시 중국 현악기인 슬(瑟, 써Se)과 짝을 이뤄 악기만 진설(陳設)하고 있다.

한국의 풍류방(風流房) 음악에 중국금이나 금론(琴論)이 들어온 예도 있다. 중국금의 덕목인 ‘오능’(五能: 연주해도 되는 다섯 가지 상황), ‘오불탄’(五不彈: 연주하면 안 되는 다섯 가지 상황) 등은 17세기 말부터 한국의 거문고 악보들에 마치 거문고의 덕목처럼 인용되어 왔다.

유예지』(遊藝志), 『금헌악보』(琴軒樂譜) 등 19세기 일부 악보집은 중국금의 주법과 연습곡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전재(轉載)하기도 했다.

중국금의 메카니즘은 그대로 두고, 한국 악곡을 연주할 수 있도록 조율과 주법을 한국화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19세기 말 윤현구(尹顯求) · 용구(用求) 형제는 중국금으로 한국의 거문고 풍류와 가곡 반주 음악을 연주할 수 있도록 연구하여 시도하고 이를 『칠현금보』(七絃琴譜, 1885)와 『휘금가곡보』(徽琴歌曲譜, 1893) 등의 악보로 남겼다.

2) 일본 야마토고토(やまとごと, Yamatogoto)

일본의 야마토고토(やまとごと, Yamatogoto, 大和琴/倭琴)는 ‘와곤(わごん, Wagon, 和琴)’, 더러 ‘아즈마고토’(東琴)이라고도 한다. 한자 ‘和’는 뜻으로 ‘야마토’, 음으로 ‘와’로 읽으며, 옛날 한국에서 일본을 부른 이름인 ‘왜’(倭)와 통한다. 고토(箏)는 일본의 치터류 현악기를 지칭하던 이름이다.

야마토고토

야마토고토는 선사시대 흙인형(토용, 土俑)들에도 묘사되어 있어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악기로 흔히 여겨진다. 일본 고유신앙인 신토(神道)와 관련된 신성한 악기로 대접받았다.

야마토고토의 몸통은 한국의 거문고나 가야금처럼 오동나무로 만들고, 길이 약 190cm, 폭 15~24cm이다. 거문고처럼 명주실로 된 여섯 줄을 단풍나무로 만든 ‘지’(柱) 즉 안족 위에 얹고, 거북이 등껍질로 만든 ‘고토사기’(琴軋)라는 피크(plectrum)로 연주한다.

가부좌를 틀고 바닥에 앉아서 악기 머리 부분을 무릎에 얹고 연주하며, 실외에서 두 사람의 ‘고토모치’(琴持)의 도움을 받아 선 자세로 연주하기도 한다.

야마토고토의 현재 형태는 일본 고유의 고토와 중국의 쟁(箏, 정Zheng)의 절충이라는 설이 있으나, 사실은 한국의 거문고나 가야금과 더 비슷하다.

야마토고토의 여분의 줄을 매어 놓는 매듭은 한국 가야금의 부들과 비슷하고, 안족에 해당하는 ‘지’는 가야금의 안족과 닮았으며, 고토사기로 연주하는 것은 거문고의 술대를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고 주법도 공통점이 많다.

일본의 여느 고토류가 악기를 바닥에 내려놓고 무릎을 꿇고 앉아 연주하는 것과 달리 야마토고토만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악기 머리 쪽을 무릎에 얹어 연주하는 점도 거문고나 가야금과 닮은 점이다.

3) 타이 자케(Jakhe)

타이의 자케(자케 타이어, Jakhe, Chakhe)는 거문고처럼 몸통 위에 괘가 있는 치터류 악기로, 늦어도 14세기부터 사용된 전통 현악기이다.

자케는 그보다 이른 시기의 핀(phin)이라는 현악기의 발전된 형태로 생각된다. 14세기 이후 한동안은 독주에 주로 쓰였으나, 라마 1세 왕(Rama I, 재위 1782~1809) 때부터는 현악 앙상블에 쓰이기 시작해, 현재도 타이 전통 현악 앙상블에 주요 악기로 편성된다.

타이의 자케

거문고의 상징 동물이 학(두루미)이듯이, 자케의 상징 동물은 악어이다. ‘자케’라는 악기 이름 자체가 악어라는 뜻의 타이어 ‘초라케’(chorakhe/jarakhe, 초라케 타이어)에서 왔다.

그래서 과거에는 자케의 몸통을 상아로 만들고, 악기 앞부분에 악어 문양을 세밀하게 조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의 자케는 몸통을 단단한 나무로 짜고 무늬 없이 광택이 나게 만든다.

자케는 몸통(공명통)과 목이 육안상 구분되는 점에서 얼핏 류트를 닮았으나, 바닥에 뉘어 높고 프렛을 짚으므로 메카니즘상 치터에 속한다. 몸통과 목은 모두 넓적한 나무로 바닥이 비게 짜서 받침 나무를 에워싸며 조여서 결합한다.

악기 높이는 20cm가량, 길이는 130~132cm이다. 공명통 부분이 길이 52cm, 너비 28cm이고, 목 부분은 길이 81cm, 너비 11.5cm의 폭이다. 자케에는 몸통 아래 네 개, 목 아래 하나, 도합 다섯 개의 다리를 붙였다.

자케의 줄(현)은 모두 세 개인데, 가장 낮은음 줄은 철제이고 높은음 두 줄은 거트(gut)나 명주실 또는 나일론실을 꼬아 만든다. 오늘날 가장 많이 쓰는 자케의 목에는 11개의 고정 프렛을 붙였다. 가장 높은 프렛의 높이가 약 3.5cm, 가장 낮은 프렛은 약 2cm이다.

자케는 목이 연주자의 왼쪽, 몸통이 오른쪽으로 오도록 바닥에 놓고, 왼손으로 프렛을 짚어 음높이를 만들고, 오른손 엄지, 검지, 중지에 상아나 뼈로 만든 5~6cm 길이의 원통형 가조(假爪)를 끼워 뜯는다.

4) 인도 비나(Veena)

인도 비나(비나 산스크리트어, Veena)는 남인도 카르나타카(Karnataka) 지방의 고전음악을 대표하는 현악기로, 북인도 즉 힌두스탄(Hindustan) 지역 음악의 시타르(Sitar)에 흔히 비견된다.

비나는 목과 몸통이 구분돼 있어, 엄밀히는 치터가 아니라 류트류에 속한다. 비나에는 류트류처럼 안고 연주하는 자세와 치터류처럼 바닥에 놓고 연주하는 두 가지 연주자세가 있는데, 그중 후자가 한국의 거문고, 일본의 야마토고토, 타이의 자케 등 아시아의 ‘괘 있는 치터류’와 닮았다.

비나를 거문고하고만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 거문고의 상징 동물은 학이고, 비나의 상징동물은 공작으로 모두 새이다.

∎ 거문고는 술대로 타고, 비나는 쇠로 만든 가조(假爪)를 손가락에 끼워 뜯는다.

∎ 거문고는 여섯 줄 중 석 줄이 괘 위에, 석 줄이 기괘(안족)에 얹혔고, 비나는 일곱 줄 중 넉 줄을 프렛 위에 얹었다.

∎ 거문고와 비나 모두 두 줄만 5도 관계로 조율하여 선율 연주에 쓰고, 나머지는 지속음(drone) 줄이다.

이런 친연성은 이따금 거문고 해전설(海傳說)의 논거로 쓰이기도 한다. 즉, 한국의 거문고는 조상 악기도 확인되지 않는 북방 대륙계 악기가 아니라, 인도의 비나나 타이의 자케가 (아마 불교와 함께) 바닷길로 들어와 한국화했다는 주장이다.

비나의 줄은 개방현일 때 음높이가 높은 줄은 강철로 만들고, 낮은 줄은 놋쇠나 구리로 만들거나 구리선에 가느다란 은실을 덧감아 만든다.

여러 가지 비나 중 루드라 비나(Rudra veena)의 경우 프렛 위에 얹은 제1~4현 중에서도 제1현과 2현만 선율 연주에 쓰고, 나머지 다섯줄은 지속음을 낸다. 비나에서 지속음을 내는 줄은 치카리(chikari)라고 부른다.

루드라 비나

비나의 줄을 얹은 가로대는 나무나 대나무의 속을 비워 만들고, 가로대 아래에 공명통 두 개를 단다. 루드라 비나는 말려서 속을 비운 박통 두 개를 원 모습 거의 그대로 달았다.

사라스와티 비나(Saraswati veena)는 연주자 왼편에는 루드라 비나와 같이 박통으로 만든 공명통을, 오른편에는 반구형의 나무 공명통을 악기에 부착했다.

사라스와티 비나

참고문헌>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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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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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

    성균관대학교 유학·동양학부(유교철학 전공)와 용인대학교 국악과(가야금 전공)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음악과(한국음악학 전공) 석사과정을 거쳐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다.

  • 편집
    유경아 (사) 음악사연구회 학술연구원, 서울대 음악대학 이론전공 조교
  • 감수
    민은기 (사) 음악사연구회 회장, 서울대 교수
  • 감수
    김세중 (사) 음악사연구회 국악자문위원, 서울대 미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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