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밤 노래방 단속 지인 찾아 경찰서 달려간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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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5.10.18. 오후 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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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가 한창이던 지난 1일 밤 11시35분쯤 새누리당 오신환(서울 관악을) 의원이 서울 관악경찰서를 찾았다. 수행비서만 대동한 채 경찰서에 온 오 의원은 형사당직실로 들어간 뒤 자정이 넘어 나왔다고 한다. 심야에 국회의원이 지역구 경찰서를 다급하게 찾아간 까닭은 무엇일까.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오 의원은 지역구민 A씨(49)의 요청을 받고 경찰서로 왔다고 한다. 관악경찰서 소속 한 지구대 경찰들은 이날 오후 10시쯤 ‘노래방에서 도우미를 고용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A씨는 지인들과 함께 술을 사들고 이 노래방에 들어온 손님이었다. 이들은 출동한 경찰들에게 술을 사들고 온 것을 인정했다. 다만 도우미는 부르지 않았다고 했다.

문제는 이 때 일어났다. A씨는 일행이 말리는데도 “내가 헌법기관이다” “내가 대통령 자문위원이다”라며 경찰 단속을 막아섰다. 경찰관을 밀치기도 했다고 한다. 지구대 경찰들은 그를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새누리당 당원인 A씨는 대통령직속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오 의원이 재·보궐 선거에 뛰어들었을 때 선거운동을 도왔다고 한다.

지구대에서 조사받은 A씨는 오후 11시30분쯤 관악경찰서로 이송됐다. 5분가량 지나서 오 의원이 이 경찰서 형사과에 찾아온 것이다. 형사당직실로 들어간 오 의원은 30분 정도 머물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형사당직실은 경찰관이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곳이다. 사건 당사자의 지인 등이 찾아오면 술에 취한 상태인지, 피해자에게 위력을 가하려고 온 것은 아닌지 등을 고려해 면회를 허가한다.

오 의원이 왔을 때 직접 맞이했다는 형사팀장은 “오래 있지 않았다”며 “차 한 잔 마시며 5분가량 이야기한 뒤 3분 정도 A씨를 면회하고 떠났다”고 말했다. 이어 “청탁 같은 것은 없었다. 이미 A씨에게 사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온 뒤라 별다른 할 이야기도 없었고, 내가 출동해야 해서 (오 의원이) 금방 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역구 국회의원이 사건과 관련해 방문한 것만으로도 수사를 맡은 경찰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요즘 세상에 국회의원이 찾아와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라면서도 “지역구 의원이 수사 중인 사건과 관련해 찾아온다면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관악경찰서는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수사를 맡은 형사과에선 “압력을 받은 것은 없다”고 답했다. 다만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출동한 경찰이 노래방 주인에게 신고를 받았다고 밝히고 도우미 고용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데, 방에 들어가 손님에게 도우미를 불렀는지 등을 확인하려고 한 경우 정당한 공무수행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면 현장에 출동했던 지구대에서는 “충분히 공무집행방해가 성립한다”고 본다.

한편 오 의원은 “압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평소 동네에서 호형호제하던 A씨의 연락을 받고 A씨의 체면상 면회만 갔다”고 설명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온라인 편집=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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