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문파內 들끓는 ‘反이재명’ 운동… 李 ‘文과 차별화’에 ‘친문 절멸’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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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1.27. 오후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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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민의 정치카페 - 집권세력의 분화

문파, SNS 등 통해 국민의힘에 “대선연대”… ‘변호사비 대납 의혹’ 제보자 사망 계기로 ‘윤석열 응원’ 본격화

李, 지지율 반전과 여권 갈등 봉합 위한 ‘빅샷’ 반전카드 준비… 집권세력 분화가 중도 표심에 미칠 파장 주목


문재인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인 강성 문파들 사이에서 ‘이재명 아웃, 윤석열 당선’ 운동이 번지고 있다. 국민의힘에 대선 협력을 제안하고 선거연대를 시작했다. 이들의 목적은 ‘이재명 낙선’이다. 여권 내 갈등과 분화가 폭발 직전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왜 문파들이 윤석열 지지에 나섰을까. 여기엔 반문 출신의 이재명 집권 시 친문이 ‘절멸(絶滅)’할지 모른다는 공포심이 작용했다. 문재인의 ‘퇴임 후 안전’을 보장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불안감도 작동했다.

◇반란 일으킨 문파

대선 정국에 대응하는 문파의 입장은 ‘이낙연 승(勝)→후보교체→이재명 패(敗)’ 순으로 바뀌어왔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의 ‘이낙연 승’ 작전은 불발됐고, 후보교체 역시 어려워진 시점에서 이제는 대선 본선에서의 ‘이재명 패’ 전략으로 가는 형국이다. 문파의 불안은 이재명이 지난해 말 ‘문재인과의 차별화’에 적극 나서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탄압받던 사람”이라는 송영길 당 대표의 발언도 문파를 들끓게 했다.

결정적 계기는 골수 친문이며 민주당의 오랜 진성당원으로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보했던 이병철 변호사의 죽음(1월 12일)이었다. 문파들은 이 변호사가 특정 세력의 압박을 이기지 못해 죽음에 이르렀다는 의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문파 사이에서는 “민주당이 이병철을 야당 사주받고 정치 공작한 사기꾼으로 매도했고, 장례식 때 코빼기도 안 보였다”는 성토가 나돌았다.

문파의 반란이 이해찬 세력과의 권력투쟁 속에서 배태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권 핵심 인사는 “문파 내에 문 대통령이 이해찬 세력을 견제하려 ‘친문 윤석열’을 검찰총장에 파격 임명했고, 이에 이해찬 세력이 추미애를 내세워 윤석열 몰아내기 역공을 벌였으며 이재명을 경기지사와 대선 후보로 만들었다는 음모론이 확산 중”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부인 김건희의 녹취록이 공개된 것도 문파의 반란을 부추기는 촉매 역할을 했다. 김건희는 녹취록에서 “원래 우리는 좌파였는데…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일을 벌였다”고 주장했고, 이에 문파가 흔들렸다. 문파는 ‘원래 친문인 윤석열’이 ‘뼛속 반문인 이재명’을 대신할 ‘차악(次惡)의 선택지’라는 인식을 공유했다.

◇반란, 어디까지 왔나

이달 중순 보수 성향의 커뮤니티 포털 ‘디시 갤러리’에는 한 문파의 절절한 호소문이 올라왔다. 이병철 변호사 사망 직후였다. 작성자는 “문파인데 인사해도 되나”라는 글을 통해 “이재명 낙선을 위해 윤석열을 응원한다”고 선거연대를 제안했고, 윤석열 지지자들은 그를 따뜻하게 맞이했다.

그후 영향력 있는 문파 트위터리언들이 ‘여니(=이낙연이) 없으면 여리(=윤석열이) 찍는다’는 슬로건을 공유하고 나섰다. ‘원칙이 강하다_이니여니’는 이재명과 히틀러를 합성한 “이틀러 아웃” 구호를 내세웠다. ‘OSR’는 이재명의 대표 슬로건을 비꼬아 “나를 위해 굿바이 이죄명”을 내걸었다. ‘깨어있는 시민연대’는 “고인이 되신 이병철 님께 (이재명 세력이) 겁박을 줬고, 그래서 댁에 들어가지 못하다가 안타까운 죽음을 맞으셨다”고 주장했다.

진보 성향의 각급 커뮤니티에도 “이재명에게 절대 투표하지 않겠다” “후보교체 안 하면 윤석열이 차기 (대통령)” 등 글이 계속 올라왔다. 지난해 경선 이후 내부 갈등으로 잠정 폐쇄됐다가 최근 다시 문을 연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윤석열 찍고 이재명 찢는다” “이재명이 새 전용기 주인공이 되면 안 된다” 등 글이 게시됐다.

집권세력은 문파의 움직임에 민감하다. 민주당의 바닥여론을 흔들고 유동성 강한 2030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문파 ‘더레프트’는 이재명 캠프 대변인 현근택이 문파를 비난하자 “(내가) 윤석열 찍으면 현근택 너 때문인 줄 알아”라는 포스터를 제작해 트위터에 올렸다. 포스터는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고 현근택은 사과했다.

◇문파의 셈법과 향배

문파가 보수 야당의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기이한’ 행태를 벌이는 데엔 몇 가지 심리가 작용한다. 무엇보다 이재명 집권 시 집권세력 내 주류세력이 교체될 것이라는 불안감이다. 반문 출신 이재명이 대권을 쥐고 문 정권 주류세력을 손볼 경우 친문은 폐족이 될 수 있다는 걱정도 많다.



이는 문재인의 퇴임 후 안전 보장 문제에 대한 불안감과 직결된다. ‘디시 갤러리’에 글을 올린 문파는 “바라는 건 하나, 대통령이 임기 후 편하게 쉬게 해주는 것… 윤석열은 전임 대통령 보복 안 하겠다고 했으니”라며 윤석열을 지지하게 된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정권이 야당에 넘어간다 해도 의석수 5분의 3에 육박하는 의회 권력을 쥔 민주당이 얼마든지 국민의힘 정권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 또한 있다. 의회를 장악하지 못한 ‘분점정부’ 상황에서 국정 운영 경험이 없는 윤석열 정부가 정국을 풀어가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거라는 셈법이다.

불과 2∼3주 전만 해도 대선 전망에 대한 비관론이 지배했던 윤석열 진영엔 지금 낙관론이 팽배하다. 예상치 않게 일부 문파의 지원까지 받게 되면서 캠프 내부는 “안철수와의 단일화 없이도 이긴다”는 주장, “선거 끝났다”는 웃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살아 움직이는 대선

그렇다면 대세는 결정된 걸까. 그렇지 않다. 아직 변수가 많다.

우선 이재명이 여권의 지지율 반전을 위한 ‘빅샷’을 준비 중이라는 말이 나온다. 빅샷에는 중도·무당층을 겨냥한 현금 살포 공약, 고도의 정치행위와 네거티브전(戰)이 포함될 게 확실해 보인다. 정치행위로는 문재인·이재명 세력 간 모종의 ‘딜’, 이재명·이낙연 사이의 ‘명·낙 공동정부’ 구상 발표, 이에 따른 여권 분열의 극적 봉합 가능성 등이 거론될 수 있다.

윤석열 지지율의 불안정성은 여전히 큰 변수다. 조증과 울증을 오가듯 롤러코스터를 타는 지지율의 극심한 변동은 기회 요인이면서 위험 요인이다. 상승-하락-재상승의 사이클을 타는 지지율이 재하강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

김건희 ‘찬스’가 언제 ‘리스크’가 될지도 모른다. 문재인 팬덤의 핵을 이루는 문파가 윤석열 당선 운동에 나선 것이 지난 5년간 문 정권의 실정에 염증을 느껴 윤석열을 택하려 했던 중도 표심의 이반을 불러올 수도 있다. 다이내믹 코리아의 대선, 아직 안 끝났다.

전임기자·행정학 박사

■ 세줄 요약

‘반란’ 일으킨 문파 : 문파 일부는 이재명이 ‘문재인과의 차별화’에 나섬에 따라 ‘이재명 아웃’ 운동에 돌입. 문파가 ‘윤석열 = 차악의 선택지’라는 인식을 공유하면서 여권 내 갈등과 분화가 폭발 직전으로 치닫는 모습.

문파의 셈법과 향배 : 문파의 반란 배경엔 이재명 집권 시 주류세력 교체로 친문이 ‘절멸’한다는 공포심, 문재인 ‘퇴임 후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 잡음. 의회 권력으로 ‘윤석열 정권’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작용.

살아 움직이는 대선 : 이재명은 지지율 반전을 위해 ‘빅샷’을 준비 중. 고도의 현금살포 공약과 네거티브전 및 정치행위가 포함될 것. 롤러코스터를 타는 윤석열 지지율, 문파의 윤 지원에 따른 중도 표심 이탈도 변수가 됨.

■ 용어 설명

‘차악의 선택’은 고대 그리스 플라톤 철학에서 유래한 개념으로 ‘도덕적 선택’이라는 의미를 가짐. 일부 문파는 이재명보다 윤석열이 ‘덜한 악’이며 따라서 ‘윤석열 선택=도덕적 선택’이라고 믿음.

‘분점정부’는 대통령제에서 야당이 의회 다수당을 차지하는 정부 형태. 일반적으로 ‘여소야대’로 불림. 윤석열이 집권하면 국민의힘은 여당이 되지만 여전히 국회 내 제 2당이어서 분점정부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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