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임대료 놓고 혼란 불 보듯 ··· 정책 ‘미스매치’에 세입자 피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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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7.28. 오후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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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임대차 3법' 부작용 불가피
전·월세 DB 구축도 안됐는데
청구권·상한제는 바로 시행
'DMC래미안' 전셋값 3억 껑충
매물 품귀현상은 더 심각해져


[서울경제] 임대차 3법의 부실시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임대차 3법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전월세신고제가 내년 6월부터 시행되는 반면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는 이르면 오는 8월부터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청구권과 상한제가 제대로 시행되려면 적정 임대료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신고제가 필수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서울을 중심으로 전셋값 폭등 및 전세 품귀 현상 또한 광범위하게 나타나면서 시장의 임대차 3법 강행에 대한 경고음은 계속 커지는 상황이다.

28일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의 요청으로 임대차 신고 관리 및 데이터베이스 검증 등 시스템 구축을 위한 소요기간을 고려해 전월세신고제는 내년 6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반면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은 개정안 통과 직후부터 시행할 가능성이 높아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아직 임대차시장과 관련된 충분한 데이터베이스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신고제 시행이 미뤄지면서 신규계약에는 상한제를 적용할 수 없게 됐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임대차 3법 부작용이 더 커지고 있다. 서울경제가 주요 현장을 조사한 결과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84.9㎡(전용면적)는 지난 21일 보증금 7억9,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5월16일 보증금 6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두 달 사이 1억9,000만원 뛴 것이다. 마포구 용강동 ‘래미안마포리버웰’ 84.9㎡의 경우도 21일 보증금 8억9,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돼 7일 8억원에 거래된 지 2주일 만에 9,000만원 올랐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대문구 북가좌동의 ‘DMC래미안e편한세상’ 84.95㎡는 15일 8억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이 면적은 5월까지 4억9,000만원에도 거래가 됐다. 두 달 새 3억1,000만원 뛴 것이다.

매물마저 귀해지면서 집주인들은 전세 호가를 계속 올리고 있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에 전세매물을 내놓았던 한 집주인은 최근 보증금을 기존보다 5,000만원 올렸다. 마포구 아현동 H공인 대표는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 4년 동안 보증금을 못 올려받게 된다면서 집주인이 보증금을 5,000만원 이상 올려달라고 했다”며 “집주인 입장에서는 당연한 생각일 테지만 세입자들은 피가 마를 것 같다”고 말했다. 성동구 옥수동 W공인 대표도 “임대차 3법이 곧 통과된다는 소식에 지금 보증금을 올려놓지 않으면 안 되겠다며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몇천만원씩 올리고 있다. 워낙 전세가 귀하다 보니 세입자들이 오른 전셋값을 받아주면서 전체적으로 전셋값이 상승하고 있다”고 했다.

세입자를 내보내는 현상도 잇따르고 있다. 대치 은마아파트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아직 만기가 오지 않았지만 임대차 3법이 시행되기 전에 집주인들이 직접 들어오겠다며 세입자를 내보내고 있다”며 “이렇다 보니 있던 전세물량도 없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전세매물 자체가 없으니 포털 사이트에 광고를 올리지 않은 지도 한 달이 넘었다”고 덧붙였다.

세입자들은 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강남 지역의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임대차 3법이 예고된 후 다급해진 것은 집주인이 아니라 오히려 세입자들”이라며 “가격을 올려서라도 계약하고 싶다는 문의가 많이 오는데 물건이 없으니 우리 입장에서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했다.

한편 이날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월간 주택가격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7월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74.6으로 2016년 4월(174.7) 이후 4년3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부장은 “임대차 3법을 계기로 전세가 초과 수요 시장이 되면서 가격 조정 기능이 작동하지 않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임대차 3법을 빠르게 추진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인지 근본적인 검토와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권혁준·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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