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위작 근절책 뭔가…"보증서 단어 하나 틀려도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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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6.07.07. 오후 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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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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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유통 투명화 및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 개회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7일 오후 서울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열린 '미술품 유통 투명화 및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에서 우상일 문체부 예술정책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참석자는 오른쪽부터 장 미셸 르나드 프랑스전문감정가협회 부회장, 린다 셀빈 미국감정가협회 회장, 알렉시스 푸놀 프랑스 예술법 전문가. 2016.7.7 scape@yna.co.kr

문체부 주최 세미나서 美·佛 사례 소개…"감정평가사 엄격한 윤리강령 요구"

(서울=연합뉴스) 김영만 기자 = 국내 미술작품의 위작 근절 방안을 놓고 정부와 미술계가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미술품 감정·유통 분야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재단법인 예술경영지원센터는 7일 오후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미술품 유통 투명화 및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미술품의 감정과 유통 분야로 나눠 진행됐다.

프랑스 미술품 감정가 단체인 프랑스전문감정가협회(CNES)의 장 미셸 르나드 부회장은 '프랑스의 감정 시스템과 감정사 제도'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작품의 진위는 미술작품의 가치를 평가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프랑스의 감정 보증서 발급 의무화 제도와 위작에 대한 책임 소재 부여 강화 사례를 소개했다.

르나드 부회장은 "미술품 거래 시 판매자는 작품의 유형 및 특성, 판매 조건 등에 상관없이 진위와 소장 이력, 제작 연도, 기법 등 작품에 관한 거의 모든 정보를 구매자에게 제공해야 하며, 관련 법률에 따라 구매자에게 꼭 감정 보증서를 발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프랑스에서 감정은 이렇게'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7일 오후 서울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열린 '미술품 유통 투명화 및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에서 장 미셸 르나드 프랑스전문감정가협회 부회장이 프랑스의 감정 시스템과 감정사 제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16.7.7 scape@yna.co.kr

그러면서 "당국은 작품 거래 시 판매자에게 감정 전문가도 동반하도록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작품 보증 책임의 범위에는 판매자와 감정 전문가뿐 아니라 경매회사도 포함해 이중삼중으로 책임지게끔 하는 방식으로 위작을 방지하는 장치를 마련,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감정 보증 기간도 경매회사가 마음대로 정할 수 없으며, 제정된 법률에 따라 작품 판매 관련자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해 보증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

위작으로 판명 날 경우에 대비한 사후 대응도 체계적이다. 위작으로 밝혀지면 판매자는 3주 내 대금을 구매자에게 돌려줘야 하며, 구매자는 5년 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구매자에게는 재판매권이 무려 20년간이나 주어진다 .

또 미국감정가협회(AAA)의 린다 셀빈 회장은 '미국의 감정 교육 시스템'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미국 감정제도가 높은 공신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감정 평가사들은 작품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 공공의 이익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 전역에서 공통으로 적용되는 감정 평가의 최소 기준인 '통일전문평가실무 기준'(USPAP)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으며, 모든 회원에게 감정 평가 지침과 전문가 정신을 수호하기 위한 윤리 강령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리 강령에는 제삼자의 영향을 배제한 독립적인 평가를 비롯해 평가의 정확성과 객관성, 평가 대상의 가치와 무관한 보수 수령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미국 감정 시스템 설명하는 린다 회장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7일 오후 서울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열린 '미술품 유통 투명화 및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에서 린다 셀빈 미국감정가협회 회장이 미국 감정 교육 시스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16.7.7 scape@yna.co.kr

회원이 되려면 대학에서 최소 2년 이상의 감정 분야 전문 교육을 이수한 뒤 감정사의 법적·윤리적 이해 등 120시간 이상의 교육을 별도로 받아야 하며 관련 시험을 통과하고서 5년 이상의 경력을 갖춰야 한다고 셀빈 회장은 덧붙였다.

이어 알렉시스 푸놀 프랑스 예술법 전문 변호사는 '프랑스의 미술품 유통 시스템과 법제 사례' 발표를 통해 미술품 유통 과정에서 감정 보증서 내용의 정확성을 강조했다.

푸놀 변호사는 "보증서 첨부 내용물 중 작품을 설명하는 도록에 단어 하나라도 잘못 쓰면 치명적이고, 판매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다"며 실제 프랑스 법원에서의 판결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또 "거래 이력 등 작품에 대한 모든 정보를 담은 자료는 판매 후 5년간 보존해야 하며, 이를 제대로 안 지키면 6개월 징역형 등의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서 "프랑스에서는 정확한 보증서 발급을 포함한 규정된 감정 및 유통 절차를 따르지 않으면 구매 취소를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달 프랑스의 한 경매사가 이를 게을리해 처벌받은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위작에 대해 법적 처벌이 강력할 뿐 아니라 경매사에 대한 민사 소송도 제기할 수 있으며, 위작으로 판명난 작품은 폐기 처분된다고 설명했다.

이대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제 발표를 통해 "건전한 미술품 유통을 위한 법제화 방안은 미술품 유통 체계화, 미술품 감정 전문화, 위작에 대한 단속 및 처벌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며 "그 가운데 위작에 대한 처벌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미국 감정 시스템 설명하는 린다 회장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7일 오후 서울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열린 '미술품 유통 투명화 및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에서 린다 셀빈 미국감정가협회 회장이 미국 감정 교육 시스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16.7.7 scape@yna.co.kr

이 교수는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의 자료를 인용해 평가원이 의뢰받은 미술작품의 감정 결과 위작 비율이 2012년 31.9%, 2013년 32.2%, 2014년 37%, 2015년 40.1%로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위작 방지를 위한 법제화는 더는 미룰 수 없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술계는 주제 발표에 이어 진행된 토론 과정에서 법제화에 대해 노골적인 거부감을 드러냈다.

박우홍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화랑에서 일한 지 40년째인데, 일부 미술품의 위작 사건으로 미술품 유통 실태를 실상보다 더 어지럽게 보는 분위기 때문에 가슴이 무겁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오랫동안 감정 실무를 한 사람으로서 국가에서 감정 관리를 책임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국가가 법적으로 감정 책임을 진다면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캐슬린 김 변호사는 "미술시장의 자정 기능이 미흡하지만 그렇다고 국가가 이 정도로 개입할 필요가 있는가 의문이 든다"면서 "미술시장에 대한 법적 규제와 자정 유도 중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인가 좀 더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앞서 문체부는 지난달 9일 개최한 '미술품 유통 투명화 및 활성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미술품 위작 유통 근절대책으로 미술품 유통업 허가·등록 기준 마련, 미술품 등록 및 거래이력 신고제 도입, 위작 전담 단속을 위한 특별사법경찰 도입 등의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미술계가 시장 위축 등을 이유로 반발하며 논란을 낳고 있다.

ym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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