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할 집 사면 100% 입주"…장기전세주택 특별공급 거래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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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7.02.03. 오후 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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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단지 입주' 광고 활개
- 철거주택 수천만원 수수료 받고 판 후
- 시프트 빈집 없어 입주 못해도 '나몰라라'
- 市 "주민 공고 후 도시계획 사업 변경되면
- 주택 구입해도 입주권 못 받을 수 있어"

△ 최근 철거 주택 매입을 통해 서울시의 장기전세주택(시프트) 특별공급을 받게 해주겠다며 호객 행위를 하는 알선 업체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서울 강남구 세곡지구에 들어선 장기전세주택 단지 전경. [사진=SH 제공]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올해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점에 맞춰 전셋집을 구하던 직장인 이모(38·여)씨는 요즘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체의 말을 믿고 시프트(장기전세주택) 특별공급 입주권을 보상받는다는 서울 동작구의 철거 예정 빌라를 시세보다 4000만원 가량 비싸게 구입했지만 아직까지도 입주 얘기가 나오지 않고 있어서다. 이씨는 “철거 예정 주택을 구입하고 보상절차를 거쳐 1년 반 안에는 100% 시프트에 입주할 수 있다는 말만 믿고 주택을 구입했는데 입주는 커녕 이제는 환금 요구에도 묵묵부답”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꺾이지 않는 서울 전셋값에 시세보다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시프트’(서울시 장기전세주택)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면서 특별공급 입주를 알선하는 중개업체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100% 합법·100% 입주’를 내걸고 1건당 4000만~5000만원에 달하는 중간 수수료를 챙기지만 이씨와 같이 입주가 미뤄지고 환불을 받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전세 수요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철거 예정 주택 사고파는 특별공급 편법거래 활발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급하는 시프트는 주변 전세 시세의 80% 이하의 보증금으로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장기전세주택이다. 중산층에게도 안정적인 임대주택이 공급돼야 한다는 요구에 따라 지난 2007년에 선보인 이후 2016년 말까지 모두 3만 69가구가 공급됐다.

실제 지난해 5월 입주자를 모집한 강서구 마곡동 ‘마곡 힐스테이트’ 시프트는 전용면적 59㎡형 기준 전세보증금이 2억 9200만원이었다. KB부동산시세에 따르면 당시 해당 아파트의 전세 시세는 3억8500만~4억3000만원 선으로 시프트 전세보증금이 1억원 이상 저렴했다. 게다가 시프트는 2년 주기 재계약시 보증금 인상률도 5% 이내로 제한된다.

이처럼 시세보다 저렴하게 입주해 오랜 기간 거주할 수 있는 시프트는 수요자들 사이에서 ‘로또 전세’라고까지 불리지만 소득과 자산 요건 등이 까다로워 입주가 쉽지 않다. 올해부터는 기존 소득과 부동산·자동차 보유 기준에 금융자산 기준도 더해지면서 입주 조건이 더욱 까다로워진다.

시프트 특별공급 입주를 알선하는 업체들은 이 같은 점을 파고들어 일반공급 요건을 맞추지 못한 수요자들도 특별공급 입주권으로 시프트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전세 수요자들을 끌어모은다. 이들 업체가 소개하는 방법은 “철거민에게 특별공급되는 입주권으로 원하는 지역의 시프트에 입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 철거민 등에 대한 국민주택 특별공급 규칙’에 따르면 시의 도시계획사업으로 공원이나 주차장 등을 조성하기 위해 철거되는 주택 소유주에게는 임대주택을 공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거래는 알선 업체가 도시계획사업이 예정돼 있는 지역의 주택을 사들인 후 시프트에 입주하고자 하는 수요자들에게 웃돈을 받고 파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한 알선업체 관계자는 “실제 철거민이 돼서 특별공급 입주권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100% 합법적인 거래”라며 “이미 입주가 진행된 시프트 중에서도 입주 조건 등을 맞추지 못해 퇴거 조치를 당한 빈집이 계속해 생기기 때문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은 강남권 시프트에도 입주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 아파트 단지 공용게시판에 붙어 있는 장기전세주택(시프트) 특별공급 알선 전단지.
◇“위법거래 아니지만 원하는 시기·단지 입주 어려워”

문제는 이씨와 같이 철거 예정이라는 말을 믿고 주택을 구입하고도 입주권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2012년 시프트 특별공급 대상자의 철거예정 주택 소유 시점을 ‘사업시행인가일’에서 ‘주민공고열람일’로 앞당겼다. 공고 이후 사업시행일 인가 이전에 입주권 취득을 목적으로 이뤄지던 철거예정 주택 거래를 막기 위해서였다. 따라서 주민공고열람일은 도시계획사업 단계에서 제3자가 사업에 대해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시점이다. 서울시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알선 업체들이 확정되지 않은 도시계획사업 정보를 바탕으로 철거예정 주택을 매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민공고 이후 공식적으로 확인이 되기 전까지는 사업이 변경되거나 실행되지 않을 수 있어 주택을 구입하고도 입주권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입주권을 보상받더라도 원하는 단지에 입주하지 못할 수도 있다. 특별공급 입주권을 얻은 후 6개월 내 시프트 공가(빈집) 현황에 따라 입주 단지를 선택해야 해서다. 또 6개월 내 원하는 단지의 공가가 나오지 않아 입주하지 않는다면 입주 권리 자체가 사라진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원다연 (her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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