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팅] 노예의 삶을 사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책 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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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5. 7.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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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24

예 : 1. 남의 소유물로 되어 부림을 당하는 사람. 노예의 사전적 정의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런 사전적 정의에 딱 맞는 노예는 더 이상 없죠. 하지만 지금 이 시대에도 노예는 있습니다. 남에게 휘둘리키는 노예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에게 휘둘리키는 노예들이 이 시대에는 너무나 많습니다.

자신의 욕망에 눈이 멀어져 이성적 판단은 못하고 욕망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는 사람이 있고, 대다수가 따르는 의견이 이상하다는 사실을 눈치채고도 외부 세력이 무서워 입을 다무는 사람들도 많죠. 그리고 사랑에 눈이 멀어 부정한 방법을 통해서 부자가 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자기가 노예라는 사실을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자기 삶의 주체성을 잃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바로 오늘 소개해드리는 책 파우스트 / 1984 / 위대한 개츠비의 주인공들입니다. 오늘은 자기 욕망의 노예가 되어버린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어쩌면 이것은 주인공들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의 얘기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노예입니다 :: 파우스트

리디북스

먼저 괴테의 60년 역작, 파우스트입니다. 우리가 만화나 게임에서 자주 봤던 메피스토나 파우스트라는 소재들의 기원입니다.

주인공 파우스트는 대학자였으나 인생의 무료함을 견디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악마 메피스토가 파우스트의 모든 욕구를 실현시켜 주겠다고 합니다. 그 대가는 영혼이구요. 파우스트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첫 번째로 마을의 이쁜 처녀 마르가레테를 욕망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옳지 않았어요. 마르가레테를 차지하기 위해 파우스트는 그녀의 어머니와 오빠를 죽이고 맙니다. 그리고 마르가레테는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 자신의 아이마저 죽이고 미쳐버립니다. 파우스트는 마르가레테를 구하려 하나 결국 그녀를 포기하고 또 다른 욕구를 찾아 떠납니다.

이후 다양한 것을 욕망하는 파우스트였으나, 임종 직전에 가장 아름다운 것은 지금 현재라는 것을 깨닫고 천사의 인도를 받아 신과 합치되게 됩니다. 이 책의 교훈은 완벽한 욕구의 해소는 악마와의 결탁 없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것 / 자기의 욕구를 인정하되 그것을 정당한 방법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노예입니다 :: 1984

굿에디터, 티스토리

조지 오웰의 1984는 빅브라더라는 존재에 의해 24시간 감시당하는 전체주의 세계를 그린 작품입니다. 책의 주인공 윈스턴은 유일하게 체제에 의심을 품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힘이 없기에 자신의 생각을 일기장에만 써 내려갑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줄리아를 만나게 되어 사랑을 합니다. 하지만 이 사랑도 오래가지 못하고 중앙 정부에게 걸리게 됩니다. 윈스턴은 고문을 당하면서 사상이 개조당하게 되고 결국 마지막에 빅브라더를 사랑한다고 고백하면서 이야기가 끝나게 됩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한 개인이 전체주의 세력 하에서 얼마나 무기력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언어라는 것이 개인의 사고를 억압할 수도 있으며 동시에 무한대로 확장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저는 노예입니다 :: 위대한 개츠비

steemit

영화로도 유명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위대한 개츠비는 개츠비의 데이지에 대한 파괴적인 사랑을 담고 있습니다. 그는 과거의 연인 데이지를 차지하기 위해서 불법적인 루트로 부자가 되죠. 엄청난 사교 파티를 열며 다시 데이지와 만나게 된 개츠비는 다시 그녀와 재회하는 것 같아 보였지만 결국 재회에 실패하고 마지막에는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위대한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화련한 삶을 살았던 개츠비의 삶에 비해 그의 죽음은 너무나 허무했죠. 이를 통해 우리는 광적인 사랑이 우리를 어디까지 파멸에 이르게 할 수 있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동시에 돈과 사랑이라는 가치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하게 만들죠.

왜 데이지는 마지막에 개츠비를 선택하지 않은 것인지. 개츠비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데이지는 어떤 생각을 했을지. 계속해서 여운이 남는 소설입니다.

저는 노예입니다 :: 왜, 그렇다면 어떻게

청년지성 블로그

1. 왜 이들은 노예가 되었나.

개츠비와 파우스트는 자발적으로 인생의 노예가 되었습니다. 개츠비는 사랑을 위해서, 파우스트는 인생의 무료함 때문에 자진해서 노예가 되었죠. 반면 1984의 주인공 윈스턴은 타의에 의해서 노예가 되었습니다. 막강한 전체주의 권력 앞에서는 사실상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기가 어려웠겠죠.

책에서는 이것들이 극적으로 표현되었지만 사실 이 주인공들의 상황은 우리의 얘기이기도 합니다. 사랑을 얻기 위해서 수단을 가리지 않는 / 최고의 쾌락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 대중의 흐름에 따라서 무기력하게 움직이는 이런 모습들은 현재 우리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죠.

deadline.com

2. 왜 노예가 되면 안 되는가

노예의 삶을 살면 편합니다. 사랑을 위해서 만사 제쳐놓고 그녀만을 위해서 산다면 얼마나 낭만적인가요. 최고의 쾌락을 위해서 산다면 하루하루가 파티 그 자체겠죠. 남들 하는 대로 살면 편합니다, 가만있으면 중간은 간다고 하잖아요.

이렇게 편하고 좋은 삶을 우리가 추구하면 안 되는 이유는 우리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생각하고 언어를 사용하고 도구를 사용하며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는 동물입니다. (네이버 사전 참고) 스스로 생각해낸 삶의 목표가 아닌 타인이 주입한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는 인생은 사람의 삶이 아닙니다, 그건 가축의 삶이죠.

구진욱 블로그, 티스토리

3. 현대의 노예들

그런데 지금 현실에 자진해서 가축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돈을 인간의 생명보다 우위로 생각하는 기업들, 그리고 그것에 관해 아무런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 도덕 감각이 무뎌진 우리들. 지금 자신이 목표하는 일이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인지 아닌지, 점심 메뉴만큼의 고민도 하지 않고 미래를 결정하는 사람들, 잘못된 카르페디엠에 대한 해석으로 술 안에 진리가 있다며 매일매일 술과 유흥으로 하루하루를 날려버리는 사람들. 이 모두가 가축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들도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이것들이 바람직한 삶이 아니라는걸. 하지만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하니깐 그냥 합니다. 옳은 삶이란 귀찮은 것이니깐요. 하지만 그렇게 한순간 한순간의 선택을 귀찮다는 이유로 제껴버린다면 우리는 더 큰 욕망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더 큰 욕망을 추구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으니깐요.

나와 세상을 더 사랑하는 시간, 갤리온

4. 인간의 삶을 살기 위해서

가축의 삶이 아닌 인간의 삶을 살기 위해서 필요한 건 솔직함과 지금 현재를 살려고 하는 태도입니다. 무언가를 욕망하기 전에 정말 그것이 내 마음 밑바닥에서 올라온 욕구인지, 아니면 타인에 의해서 만들어진 욕구인지 분명히 해야 합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진짜 원하지 않았던 것에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하나 둘 정리해 가다 보면 내가 원하던 것에 집중하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현재를 사는 겁니다. 현재를 산다는 건 목표 중심적인 삶이 아닌 과정 중심적인 삶을 사는 겁니다. 목표는 우리가 의도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정당한 과정 안에서 저절로 따라오는 결과물입니다. 목표 지향적 삶을 살게 되면 우리의 사고는 어떻게 하면 목표에 빨리 도달할 수 있지라는 방식으로 밖에 돌아가지 않습니다. 이것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가축의 삶을 낳는 근본 원인입니다.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것을 자신이 생각하기에 옳은 방식으로 하나하나 해나가는 것이 행복입니다. 행복은 목표가 아니라 상태입니다. 더 이상 과정과 목표를 분리해서 손에 닿지 않는 무지개를 쫓느라 인생을 허비하지 마세요. 나만의 솔직한 행복을 내 옆에 나란히 두고 걷는 삶을 살 때, 우리는 인간의 삶을 살 수 있고, 우리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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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책과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저는 블로거 광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