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소개는 조금 이따 하기로 하고……, 잠깐 여러분의 몸에 대해 생각해보시죠. 여러분 몸은 어떤 큰 건물처럼 수많은 벽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러분은 그 벽돌을 ‘세포’라고 부르더군요. 개수를 세자면 어마어마하게 많지요. 한 사람 몸을 이루는 세포가 보통 수십조 개에 달합니다. 그렇다면 세포 한 개의 크기는 무척 작겠죠. 그렇습니다. 세포는 너무 작아 한 개를 떼어내면 맨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세포는 먼지 같이 작은 존재지만, 하나하나가 독립된 기관이랍니다. 그 안에서는 늘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죠. 과학자들은 그것을 생화학반응이라고 합니다. 여러분이 만일 팔을 움직였다면 팔을 이루는 세포들 안에서 어떤 생화학반응이 일어난 것입니다. 다리를 움직였다면 다리를 이루는 세포들 안에서 생화학반응이 일어난 것이고요.
여러분은 매일 음식을 먹습니다. 그 음식이 여러분의 에너지원이에요. 식사는 몸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일이지요. 이때 중요한 것이, 반드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세포 혼자서는 절대로 에너지원을 섭취하지 못해요. 꼭 누가 도와줘야 합니다. 누굴까요. 그야말로 천사 같은 존재겠네요. 세포에 생명을 넣어주는 ‘은인’이니까요.
그 천사가 바로 저랍니다. 이제 저의 정체를 밝힐 때가 됐네요. 사실 저는 천사도 아니고 도우미도 아닙니다. 어떤 물질입니다. 여러분의 몸에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분비되는 생화학 물질입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벌써 짐작하는 분이 계시겠죠. 맞습니다. 학자들이 ‘호르몬’이라고 부르는 것.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제가 바로 그 호르몬의 하나랍니다. 전문가들은 저에게 이름까지 붙여주었습니다. ‘인슐린’이라고.
여러분이 식사를 하면 대부분의 음식은 소화되어 포도당을 만듭니다. 이 포도당은 장에서 흡수되어 혈액으로 흘러들어가죠. 혈액에서 저와 만납니다. 그때부터 저와 둘도 없는 길벗이 됩니다. 항상 같이 다니죠. 그래야 제가 언제든 쉽게 집어서 세포의 입에 넣을 수 있잖아요. 앞에서 말씀드린 흰 구슬도 여러분이 드신 음식에서 온 포도당이죠.
한편, ‘혈당(血糖)’이라는 말은 저의 길벗인 포도당을 가리킵니다. ‘혈액에 들어 있는 당’이죠. 이 용어는 의학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현대인의 멍에인 생활습관병을 이해하는 데 꼭 알아야 할 키워드거든요.
혈당치는 되도록 정해진 범위 안에서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 좋습니다. 원래 생명체의 몸은 변화를 싫어하죠. 외부 환경이 변하더라도 되도록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세포들의 정상적인 생명활동을 위해 꼭 필요한 원칙이에요.